하성철 재독독도지킴이단장, “고지도 등 독도 자료 650점 모았다”
하성철 재독독도지킴이단장, “고지도 등 독도 자료 650점 모았다”
  • 베를린=이종환 기자
  • 승인 2022.03.3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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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과 인근 중고서점 다 뒤져...디자인 전공 살려 역대 카메라도 3천점 모아

(베를린=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베를린의 호헨촐레른담 전철역에서 200m 거리에 정원이 딸린아담한 주택단지가 나온다. 100평 규모의 규격화된 대지에 주택과 정원이 있고,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꾸며져 있다. 재독독도지킴이단 본부가 있는 곳이다.

이곳을 찾은 것은 일요일 오후였다. 하성철 재독독도지킴이단장이 말처럼 그곳은 야외 별장으로 소풍나온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날씨가 조금만 더 풀리면, 매주 이곳에서 독도지킴이단 모임을 갖습니다. 모여서 회의도 하고, 고기도 우리식으로 구워요. 뜰에 심어놓은 파와 부추 상치 같은 것을 채소도 뜯어서 함께 먹어요.”

하성철 재독독도지킴이단장
하성철 재독독도지킴이단장

꽤 정성을 들여서 가꾼 정원이었다. 잔디밭도 충분히 넓어서 100명이 넉넉히 모일 수 있다는 하단장의 말에 수긍이 갔다.

“이곳은 제가 학생때 분양받아서 살던 집입니다. 그후 시내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이곳을 별장처럼 사용하다가 재독독도지킴이단 본부 간판을 붙였어요. 시소유의 땅이어서 명의이전은 안되지만, 독도지킴이단이 활동을 계속하는 한 본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하단장이 문을 열고 내부를 소개해줬다. 건물 안은 현수막, 액자와 책, 카메라 등 집기와 물건들로 가득차 있었다.

“독도 관련 서적과 지도, 행사 자료 같은 것을 쌓아놓았어요. 발 디딜 틈도 없지만, 날씨가 풀리면 정리를 하자고 생각하고 그냥 두고 있어요.

하성철 단장이 재독독도지킴이단을 결성한 것은 2009년이다. 김진복 베를린한인회장 때 사무총장을 맡아 독도관련 행사를 하다가 현장에서 추대돼 단장이 됐다.

“독일에 있는 독도나 동해 관련 고지도나 서적, 자료 등을 찾기 위해 베를린은 물론 인근 중고책방과 골동품상은 다 뒤졌습니다. 이를 찾고 다니다 보니, 나중에는 먼저 연락이 오더군요. 어떤 자료가 있으니 와서 보고 사지 않겠느냐고요.”

하단장은 “이렇게 모은 독도 동해 관련 지도와 자료들이 650점에 이른다”고 밝히며, “정말 귀한 것도 있다”면서 책 한권을 꺼내 왔다. 1762년 출간된 책이었다.

“고서점에서 이 책을 봤어요. 당시 백과사전처럼 낸 책인데, 여기에 한국이 든 지도가 있어요. 보다시피 큰 지도를 접어서 넣었어요. 이 책의 이 지도를 사고 싶은데, 주인은 24권 전집으로 파는 거지 낱권으로는 팔지 않는다고 했어요. 전집 값이 무려 2만 유로였어요. 몇 번의 발품을 판 끝에 결국 낱권 5권 값을 쳐서 이 책을 구했어요.”

이처럼 소개하며 하단장이 조심스레 책을 열어 안에 접힌 지도를 펴 보였다. 지도에는 한국의 동해와 남해를 한국해로, 일본의 태평양쪽을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었다.

“이런 자료들을 들고 십여차례 전시회도 갖고 강연회와 세미나를 개최하다 보니 한국에서도 관심을 갖고 연락이 왔어요. 동북아역사재단과 천안독립기념관에서 자료를 한국으로 넘겨주면 어떻겠느냐고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임원단과 회의를 했는데, 임원분들이 반대했어요. 이 자료들이 재독독도지킴이단의 보물인데 넘겨줄 수 있냐는 것이었어요.”

하단장은 이 자료들을 집에도 두고, 호헨촐레른담의 재독독도지킴이단 본부에도 보관하고 있지만, 마냥 이렇게만 두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책이나 자료가 좀을 먹는 등 상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자료들로 집이 가득 차 있으니, 때로 구박도 받아요.”

전남 나주 출신인 하단장은 1978년 베를린 국립예술대에 유학생으로 왔다. 공업디자인 전공으로 당시로서는 떠오르는 분야였다. 하단장은 베를린에서 파독간호사로 온 정국자씨를 만나 결혼했다. 부인은 간호사로 일하다 의과대학에 진학해 정형외과 및 일반내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여러 가지를 준비했는데, 이렇게 속절없이 시간이 흐를 줄 몰랐어요. 디자인 전공이어서 카메라에 관심이 많아 중고카메라점을 뒤지며 모은 카메라가 3천점에 이릅니다. 맨 처음 나온 카메라부터 그간 나온 것들을 시리즈 별로, 렌즈까지 모았거든요.”

언제 한국에 돌아가면 박물관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으로 모은 카메라들도 이제는 차츰 ‘짐’으로 바뀌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중고가게에서 찾던 카메라를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해요. 적정한 값을 쳐주고 사서 집에 와서는 아주 싸게 샀다는 말로 눙쳤어요. 그리고는 쉬는 날이면 낡은 카메라를 꺼내 기름을 치고 수리를 해요. 집에서는 이를 보며 혀를 끌끌 찼어요.”

지금 베를린 시내 집에 2천700점, 호헨촐레른담의 재독독도지킴이단에도 300점 정도의 카메라를 쌓아놓았다는 게 하단장의 말이다.

재독독도지킴이단은 독일 내에 11개 지부를 두고 있고, 단원수는 1283명이다. 임원 및 자문위원 수는 99명. 이들을 통해 동해와 독도가 표기된 세계지도 2만부를 제작해서 그간 유럽 한인단체와 한글학교 등에도 배포했다. 하지만 이제 젊은 층들이 이 단체를 이끌도록 하겠다는 게 하단장의 생각이다.

하단장은 제29대 베를린한인회장을 역임했다. 한인회장 재임시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도 방문해 베를린한인문화화관 설립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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