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④] 동창이 밝았느냐와 보릿고개
[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④] 동창이 밝았느냐와 보릿고개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2.04.1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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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동창이 밝았느냐
- 남구만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남구만(南九萬, 1629~1711)은 조선 숙종 때의 문신이자 정치가이다. 동쪽 창문이 벌써 밝았느냐 종달새가 우지지고 있다. 소를 먹이는 아이는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느냐. 고개 너머에 있는 이랑이 긴 밭을 언제 갈려고 하느냐 하는 시조로 지은이가 말년에 관직에서 물러나 전원의 풍류를 즐기며 쓴 작품이다. 밝아오는 아침과 하늘 높이 날며 지저귀는 종달새를 통해 평화로운 시골 풍경을 표현한 작품으로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일종의 권농가(勸農歌)이다. 농촌 일의 일깨움과 부지런히 농사짓기를 독려하는 모습이 눈앞에 선히 보인다.

* 현대시조

보릿고개
- 이영도

사흘만 안 끓여도 솥이 하마 녹슬었나.
보리 누름철은 해도 어이 이리 긴고
감꽃만 줍던 아이가 몰래 솥을 열어보네.

이영도(李永道, 1916〜1976) 시인은 1945년 대구의 문예동인지 『죽순(竹筍)』에 시 「제야(除夜)」를 발표하면서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호우 시인의 누이동생이다. 지금은 모르지만 해방 전후 보릿고개는 삶의 고비였다. 정이월이면 추곡이 바닥나고 사람들은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 산야를 헤매며 풀뿌리 나무껍질을 거두어 먹었다. 구걸을 하는 떼거지와 각설이패들도 아무 데서나 흔하게 볼 수가 있었다. 세상에 허기를 맞으면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했다. 그런 정황을 표현한 작품이다. 솥은 불 딸 일 없어 녹슬고, 보리 잡아 보릿고개를 넘길 때도 아직은 아득하여 배고픔을 못 이겨 감꽃 주워 먹던 아이는 몰래 혹시 밥풀이라도 붙었는지 솥을 열어본다. 그때의 고단한 삶의 현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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