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⑤] 냇가의 해오라바와 들풀
[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⑤] 냇가의 해오라바와 들풀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2.04.25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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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냇가의 해오라바
- 신흠 
        
냇가의 해오라바 므스일 서 잇난다. 무심한 져 고기를 여어 므슴 하여난다. 아마도 한믈에 잇거니 니저신달 엇다리

조선 중기 한문학의 대가인 신흠(1566~1628)이 지은 시조로 “냇가에 서 있는 해오라기(백로), 너는 무슨 일로 그렇게 하루 종일 거기에 서 있느냐. 아마도 물속에서 노는 고기를 노리고 있는 모양인데, 물속에서 무심히 천진스럽게 놀고 있는 고기를 엿보아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생각건대, 해오라기 너나 물고기나 다 같이 같은 물에서 살고 있는 사이이니, 좀 잊어버리는 것이 어떠냐는 시조이다. 초장의 ‘해오라바’는 ‘권력자’를 중장의 ‘고기’는 ‘핍박받는 이’를 종장의 ‘한물’은 한 나라를 뜻한다. 조정의 피비린내 나는 당쟁의 소용돌이를 개탄하며 약육강식의 권력 구조의 표본을 보여주는 비인간적인 사회의 풍습을 꼬집고 있다. 

* 현대시조

들풀·1
- 민병도

허구한 날 베이고 밟혀 피 흘리며 쓰러져놓고
어쩌자고 저를 벤 낫을 향기로 감싸는지…
알겠네. 왜 그토록 오래 이 땅의 주인인지.

          
민병도(閔丙道, 1953∼)는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며 화가이다. 들풀은 가장 힘이 없는 이들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들풀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것도 없다. 이런 들풀의 속성을 표현하면서 이를 나라의 진정한 주인공인 백성으로 환치하고 있다. 이 시대의 주인 의식을 일깨우는 시조이다. 들풀처럼 연약한 자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배어 있다. ‘낫’으로 상징되는 통치자의 무자비함과 난폭함에도 따뜻이 수용하는 너그러움이 이 작품을 지배하고 있다. 보잘 것 없는 들풀이지만 무한한 용서의 마음을 가졌기에 밟히고 베이어도 다시 살아나 이 땅을 지키는 영원한 지킴이가 되었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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