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 항공칼럼] 신냉전시대로 불편해진 하늘길
[박철성 항공칼럼] 신냉전시대로 불편해진 하늘길
  • 박철성 항공칼럼니스트
  • 승인 2022.05.11 10: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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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유럽에서 이념으로 나누어진 냉전의 벽이 허물어지고 세계가 화합하는 뜻깊은 순간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당시 독일 5인조 남성 헤비메탈 그룹인 스콜피언스(Scorpions)의 ‘Wind of Change’ 노래가 귀에 익숙할 정도로 대중매체에서 들려주던 때이기도 했다.

이후 유럽에서 구소련의 그늘에서 움츠렸던 동유럽 국가들은 서구의 투자자본과 세계 자유무역에 힘입어 놀라울 정도로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며 항공산업 발전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동안 자유롭게 왕래하지 못했던 도시들에 항공노선이 거미줄처럼 연결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위험지역으로 제한됐던 항공노선이 허용되어 최단 거리의 항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항공사는 연료 절감을 위하여 극지방과 근접한 짧은 항로를 선택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유럽과 미국을 갈 때 구소련 영공을 우회하는 항로를 이용했으나 냉전 시대가 끝나면서 러시아 공역을 지나가는 하늘길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여행객들이 비행시간을 절약할 수가 있었다.

항공기가 지나가는 하늘길은 통과하는 비행지역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선정하여야 한다. 항공사에서는 국가별로 발행된 항공고시보(NOTQAM, Notices to Airmen)를 참고하여 항로를 결정하며 조종사에게 비행 시에 고려할 장애 요인들을 사전에 알려주고 대처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 요인에는 항로나 특정 지역에 공항 주변 및 활주로 공사, 운항 지원 시스템 부작동, 우주로켓 발사, 군사훈련, 화산폭발, 기상악화, 빅 매치 시합에 따른 경기장 주변 접근 제한 사항 등 다양하다.

2014년 7월 17일 암스테르담에서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말레이시아 항공 MH17 편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이 분쟁 중인 도네츠크 지역을 지나가다 군용기로 오인당하여 우크라이나 반군이 발사한 부크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돼 탑승 인원 298명 전원이 사망했다. 또한 2020년 1월 8일 이란 테헤란에서 출발한 우크라이나 항공 752편은 이란 테헤란 공항 방공부대가 야간에 여객기를 미국 폭격기로 오인해 격추했으며, 이 때문에 176명이 영문도 모른 채 숨졌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3개 국가에서 세계 표준시(UTC) 기준 24일 오전 2시(한국시각 오전 11시) 전후로 시차를 두고 항공고시보(NOTAM)가 발행됐고, 유럽연합 항공안전기구(EASA, European Aviation Safety Agency)에서도 분쟁지역 고시(CZIB, Conflict Zones Information Bulletin)를 통해 우크라이나 항공당국이 관할하는 비행정보구역(FIR, Flight Information Region) 내 비행을 금지했다.

또한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주변을 운항하는 민간항공기에 대하여 국경지대로부터 100 NM(185km)를 우회하여 비행하도록 권고했다. 러시아의 주변국 침공과 같은 과거 구소련 시절로 회귀는 북한과 맞닿아 있어 그렇지 않아도 비행 공역에 제한을 받는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미주와 유럽을 가기 위한 단축항로에 러시아 공역이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의 단축항로는 극지방과 가장 근접할수록 비행거리가 짧아지고 여행시간도 단축된다. 하지만 러시아 영공을 우회하면서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유럽으로 향하거나 미국 동부지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항공편 비행시간이 노선별 1~2시간까지 늘어나게 되어 연료비 증가와 승객의 불편을 가져오고 있다. 인류는 그동안 세계 평화와 기회비용을 최소화를 통한 상호이익을 위해 자유무역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최근 공존해야 하는 원칙을 깨뜨리고 세계화에 역행하는 일은 불필요한 비용을 증가시키고 어느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로 지난 2년을 훌쩍 넘은 시간 동안 국제회의나 문화행사는 취소되거나 무관중으로 겨우 치러지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직접적인 만남을 단절시키고 정보교류를 제한시켰다.

물론 SNS, 화상회의를 통하여 이를 대체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눈으로 확인하고, 음식을 함께하는 등 몸으로 교감하는 효과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미국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은 ‘7-38-55 법칙’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얼굴을 맞대고 소통할 때 세 가지 소통 요소, 즉 말의 내용, 억양, 몸짓을 사용하는데 말의 내용은 7%, 억양은 38%, 몸짓은 가장 큰 비중인 55%를 차지한다고 한다. 만일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비언어적 소통을 최대화하고 서로 간의 이념 차이를 희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은 하늘길을 이용한 만남을 늘리는 일이다.

영어속담의 ‘Out of sight, out of mind’의 말처럼 코로나로 인해 서로 간의 왕래가 뜸하게 되고 ‘사회적 격리’ 문화가 휩쓸고 간 세계는 자국 이익 위주 지역화와 개인주의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엔데믹과 함께 다시 열린 하늘길을 통해 예전처럼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여행, 콘텐츠 교류를 위한 직접적인 만남이 확대되고 그동안 무너졌던 관계의 다리를 복원하여 세계화의 길로 다시 회귀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필자소개
항공칼럼니스트, 현재 아시아나항공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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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22-05-20 06:59:43
냉전시절 유럽권으로 여행갈경우 반드시 알래스카나 동남아지역을 통과해야만 갈수있었고 소련영공으로 통과했다가는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에 의해 조사당하는건 덤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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