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누가 진안순씨를 미주대표로 뽑았을까?
[이종환칼럼] 누가 진안순씨를 미주대표로 뽑았을까?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 승인 2022.05.14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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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재단은 “일체 관여한 바 없다” 밝혀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시카고의 진안순 씨가 어떻게 미주대표로 건배사를 하나요?”
“미주총연(미주한인회총연합회) 김병직 회장도 이 자리에 와 있는데, 미주총연을 일부러 물 먹이는 걸까요?”

5월 11일 국무총리 초청 재외동포 리셉션에서 미주대표로 진안순 전 시카고한인회장이 지명돼 건배사를 하자, 미국에서 참석한 사람들 사이에서 의문의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정부는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해외동포들을 초청해 취임식 이튿날인 5월 11일 소공동 롯데호텔 2층에서 리셉션을 개최했다.

해외동포 500여 명이 참여한 이 행사에는 전날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해, “재외동포와 대한민국이 상생 발전하는 지구촌 한민족 공동체를 구축할 것”이라면서, “재외동포와 대한민국은 하나다”라고 외쳤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재외동포청을 설립하고, 동포들이 해외에서도 행정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재외동포와 자녀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한국역사 문화에 대한 지원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하고, “자유, 인권의 가치를 수호하는 글로벌 리더 국가를 만드는데 재외동포들이 함께 뛰자”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같은 발언에 고조된 해외동포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 속에서 자리를 떠났다. 이어 뷔페와 와인이 제공된 리셉션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해외동포 3명이 차례로 나와 건배사를 했다.

첫 건배사는 심상만 세계한인회총연합회장이 맡았다.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장과 아시아한상총연합회장도 겸하고 있는 그는 인도에서 건설업을 경영하고 있다. 그는 “모국과 동포사회가 하나가 되어 함께 미래를 개척해 나갈 때 우리 한민족의 융성이 이루어질 것”이라면서, ‘대한민국’과 ‘만세’를 선후창으로 해서 건배를 제의했다.

이어 미주대표가 나왔다. 시카고한인회장을 지낸 진안순(서안순) 씨였다. 하지만 그가 미주대표로 지명돼 건배사를 하게 되면서 장내에 있던 미주동포들 사이에 일시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진안순 씨는 2011년 민주평통 시카고협의회장을 맡으면서 미주한인사회에 전격 등장했다. 시카고 최대 뷰티서플라이 업체 ‘지니뷰티’ 사를 세운 남편 진태훈 회장이 2006년 작고한 뒤, 이 회사 운영의 키를 쥔 진안순 씨는 2011년 7월 출범한 제15기 민주평통 시카고협의회장으로 전격 임명되면서 ‘한인사회 봉사’에 본격 뛰어들었다.

그는 2013년 7월 출범한 제16기 민주평통에서도 시카고협의회장을 연임했고, 2년 임기가 끝날 무렵인 2015년에는 제32대 시카고한인회장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리고 시카고한인회장에 재임 중이던 2016년에는 당시 70세로 제20대 총선에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받아 한국 정치권에 출사표를 던졌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44번으로 하위권이었다.

진안순 씨가 당시 현직 한인회장으로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등록하자, 시카고 한인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박해달 김창범 정해림 권덕근 김희배 장영준 심기영 정종하 김종갑 서정일 등 전직 시카고 한인회장들은 긴급 모임을 갖고 성토에 앞장섰다.

이들은 “진안순 회장의 비례대표 공천 신청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한국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즉각 시카고한인회 회장직을 사퇴하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또 “시카고 한인사회와 어떤 논의도 없는 이러한 행위는 한인회 회장으로서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하지만 진안순 씨는 시카고한인회장 2년 임기를 고수했다. 그리고는 중서부연합회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40만 미 중서부 한인들의 권익신장과 한민족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2019년 제15대 중서부연합회장에 취임했다.

대한민국 정치에 기여하려는 진안순 씨의 꿈은 그후에도 사그러들지 않았다. 2020년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에 그는 다시 비례대표를 신청해, 새누리당의 후신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순번 35번을 받았다. 미래한국당 35번은 여전히 당선권에서는 거리가 멀었다.

21대 총선에서 국회진입에 실패한 진안순 씨는 그후 민주평통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그는 2021년 9월 출범한 제20기 민주평통에서 상임위원으로 컴백했다.

민주평통과 비례대표를 넘나드는 이같은 경력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 그러한 진안순 씨가 지난 5월 11일 국무총리 초청 리셉션에서 ‘미주대표’로 선발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 리셉션 행사장에 미주한인회총연합회 김병직 회장이 참석을 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미주총연은 지난 6-7년간의 분규 끝에 지난 2월 콜로라도 총회에서 어렵사리 통합을 이뤄냈다. 국승구 김병직 공동회장, 서정일 이사장 체제로 해서 통합됐다. 미국 내부는 국승구 회장이, 한국 등 대외관계는 김병직 회장이 맡는 공동체제로 해서 오랜 분규를 봉합했다.

그리고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자 ‘대외회장’인 김병직 회장이 미주총연 회장으로 대통령 취임식에 참여했다. 그는 취임식 단상에 오른 것은 물론, 국무총리 초청 해외동포 리셉션에도 초청받아 참여했다.

하지만 미주대표는 그가 아니었다. 진안순 씨가 사전조율돼 건배사를 했던 것이다. 과연 누가 진안순 씨를 ‘미주대표’로 발탁했을까?

참고로 재외동포재단 고위 관계자는 “국무총리 초청 해외동포 리셉션에 재외동포재단도 초청장 3장을 받아 참석했을 뿐 일체 관여한 게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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