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⑨] ‘곳치 딘다 하고’와 ‘개화(開花)’
[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⑨] ‘곳치 딘다 하고’와 ‘개화(開花)’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2.06.10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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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곳치 딘다 하고
- 송순

곳치 딘다 하고 새들아 슬허마라
바람메 흣날리니 곳체 탓 아니로다
가노라 희짓난 봄을 새와 므삼하리오

송순(宋純, 1493~1583)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호는 면앙정이다, 이 작품은 ‘꽃이 진다고 새들아 슬퍼하지 마라/ 바람에 흩날리니 꽃의 탓이 아니로다/ 봄이 가느라 훼방을 놓는 봄을 시샘해서 무엇 하겠는가’하는 시조로 문정왕후의 소생인 명종이 즉위하자, 그의 외숙인 윤원형 일파가 인종의 외숙인 윤임 일파를 없애기 위해 을사사화를 일으켰다. 을사사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죽어가는 죄 없는 선비들을 보고 지은 시조이다. 초장의 ‘곳이 진다’는 것은 희생되어가는 선비들을 뜻하며, ‘새들’은 백성과 이를 근심하는 사람들을 나타낸다. 중장의 ‘바람’은 사화(士禍)를 일으킨 무리를 가리키며, 종장의 ‘봄’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안고 흘러가는 나라의 운명과 사화를 빚어내고도 잘 살아가는 무리들을 상징한다. 그 무리들을 시기해서 무엇 하겠느냐는 체념적인 어조가 엿보인다.

* 현대시조

개화(開花)
- 이호우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빛도 숨을 죽이네. 나도 아려 눈을 감네

이호우(李鎬雨, 1912〜1970)는 청도 출신으로 1940년 <문장(文章)> 지를 통하여 가람 이병기로부터 추천받아 문단에 나왔다. ‘개화’는 음미할수록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보통 평시조보다는 좀 늘어진 글자 수를 가졌지만, 시조로서의 형식미에 충실하고 시로서의 완결미를 보여주고 있다. 초장에서 꽃이 한 잎 두 잎 하늘이 열리듯이 피더니, 중장에서 마지막에 남은 한 꽃잎이 피어나려고 바르르 떨고 있는 숨 막히는 고비에 이르고 종장에 와서 개화의 마지막 순간의 긴장감과 엄숙성 때문에 바람과 햇볕까지도 숨을 죽인다. 짧은 표현 속에 생명 탄생의 신비와 황홀한 설렘이 간명하게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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