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⑩] ‘검으면 희다 하고’와 ‘벽공(碧空)’
[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⑩] ‘검으면 희다 하고’와 ‘벽공(碧空)’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2.06.24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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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검으면 희다 하고
- 김수장

검으면 희다 하고 희면 검다 하네
검으나 희거나 올타하리 전혀 업다 
찰하로 귀 막고 눈 감아 듯도 보도 말리라

김수장(金壽長, 1690~?)은 조선 숙종·영조 때 활약한 대표적 가객으로 해동가요를 편찬했다. ‘검으면 희다 하고 희면 검다 하네. 검다 희다 말하나 옳다고 할 사람 하나 없다. 차라리 귀 막고 눈 감아서 듣도 보도 않으리라’하는 시조로 중간의 빛깔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으로, 당쟁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서로 옳지 못한 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나라의 평화와 질서는 깨어지고 혼란해진 상황 속에서, 그러한 광경을 보지도 참여하지도 않으리라는 단념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어질고 정당한 비판력을 가진 인재는 초야에 숨어 버릴 수밖에 없고, 강호에서 백구나 벗 삼고 낚시질로 세월이나 낚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 현대시조

벽공(碧空)
- 이희승

손톱으로 툭 튀기면 쨍 하고 금이 갈 듯
새파랗게 고인 물이 만지면 출렁일 듯
저렇게 청정무구를 드리우고 있건만

이희승(李熙昇, 1896~1989)은 국어학자이며 시인이다 이 작품은 가을 하늘을 제재로 하여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회화적 표현을 시도하고 있는데 초장에서는 시각적 심상과 청각적 심상을 통해 가을 하늘을 유리에 빗대어 가을 하늘의 맑고 깨끗하고 투명함을 ‘툭’이나 ‘쨍’과 같은 의태어와 의성어를 활용하여 선명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중장에서는 시각적 심상과 촉각적 심상을 통해 가을 하늘을 새파랗게 고인 물에 비유하고 있다. 선명한 파란 색채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종장은 가을 하늘의 맑고 푸르고 깨끗함에 대한 예찬과 인간사에 대한 비판을 ‘∼있건만’이란 미완의 시어로 표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중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던 시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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