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51] 사람의 뇌를 컴퓨터에 보관하는 시대 찾아올까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51] 사람의 뇌를 컴퓨터에 보관하는 시대 찾아올까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2.07.02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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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독일 신경과학자 닐스 비르바우머는 목이 완전히 마비된 환자가 생각만으로 1분에 두 자 정도로 자판을 치게 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해 브라질 출신의 미국 신경과학자 미겔 니코렐리스와 동료인 존 채핀은 생쥐가 로봇 팔을 조종할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내놓았다.

이어서 2000년 부엉이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 Computer Interface) 실험에 성공했다. 원숭이 뇌에 머리카락 굵기의 가느다란 탐침 96개를 꽂고 원숭이가 팔을 움직일 때 뇌 신호를 포착하여 이 신호로 로봇 팔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또 원숭이 뉴런의 신호를 인터넷으로 약 1,000km 떨어진 장소로 보내서 로봇 팔을 움직이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BCI 기술로 멀리 떨어진 곳의 기계장치를 원격 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오스트리아의 크리스토퍼 구거 박사의 생각만으로 글을 쓰는 BCI 기술을 보면 이 기술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기술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전극 8개가 연결된 특수 장비를 머리에 쓰고 화면에 지나가는 알파벳을 보고 있으면, 원하는 글자가 나타날 때 뇌에서 발생하는 약 15㎶(마이크로볼트)의 전류를 컴퓨터가 감지해 글자를 선택해 준다. 15㎶는 1.5V 건전지가 발생시키는 전류의 10만분의 1에 해당한다.

베를린기술대는 오른쪽 혹은 왼쪽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핀볼 게임기의 좌우 레버를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국제IT전시회 세빗(CeBIT)에선 장애인이 생각만으로 휠체어를 움직이고, 자판을 입력하지 않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모니터에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 장비들이 선보였다.

2009년 스페인과 일본에서 각각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휠체어가 개발되었다. 스페인의 휠체어 사용자는 16개의 전극이 달린 두건을 쓰는 반면에 일본의 것은 5개의 전극이 달린 두건을 쓴다. 두건의 뇌파 측정 장치는 전신마비 환자가 생각할 때 뇌파의 변화를 포착한다. 이 신호를 받은 컴퓨터는 환자가 어떤 동작을 생각하는지 판단해 휠체어의 모터를 작동시킨다.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인 고 스티븐 호킹 박사는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으로 인해 손가락 움직임을 이용한 전기 장치를 통해서만 외부와 소통해왔다. 그러나 건강이 악화됐을 때는 이마저 어려워져 주로 얼굴 근육과 눈동자의 미세한 움직임을 이용하는 장치에 의지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은 호킹 박사의 뇌파를 읽어내 외부와 의사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 ‘아이브레인(iBrain)’을 개발했다.

아이브레인은 신경전달물질이 들어있는 검은색 밴드와 뇌파를 판독하는 컴퓨터로 구성된다. 사용자가 밴드를 머리에 쓰고 특정한 생각에 집중하면, 뇌에서 그 생각에 해당하는 전기신호가 발생해 컴퓨터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이를 이용하면 의사가 증세를 설명하는 환자의 말보다 뇌파를 직접 읽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이들 기술을 보다 확대하면 수면장애, 우울증, 자폐증 치료 등 의료분야뿐만 아니라 인간이 활용하는 전 분야에 접목할 수 있게 된다는 데 학자들이 주목한다.

제3의 방법도 진전을 보인다. 2012년 제3의 BCI 방법인 fMRI 사용 기술이 처음으로 실험에 성공했다. 이스라엘·프랑스의 공동 연구진은 먼저 이스라엘의 fMRI 장치에 누워 있는 대학생의 뇌 활동을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로봇 작동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을 통해 프랑스에 있는 아이처럼 생긴 로봇에 전달되어 대학생의 생각만으로 이 로봇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현재 개발된 이들 기술은 ‘스타워즈’에서 주인공이 생각(氣)만으로 우주선을 움직이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물건들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뇌파를 좀 더 발전시키면 상상할 수 없는 기술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뇌파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동물·로봇 조종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 의대 유승식 교수는 컴퓨터의 키보드를 눌러 실험용 쥐의 다리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쥐 몸엔 전선 하나 붙어 있지 않았다.

원리는 다리를 움직이는 상상을 할 때 발생하는 유 박사의 뇌파(腦波)를 컴퓨터에 사전에 입력했다. 키보드를 치는 순간 그 뇌파가 컴퓨터에 연결된 초음파 발생기를 통해 쥐의 다리 운동을 담당하는 뇌 부위를 자극한 것이다.

뇌파의 정보를 사전에 입력하고 컴퓨터를 작동시킨 것이므로 생각하자마자 컴퓨터를 움직인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결과론적으로 유박사가 ‘다리를 움직이겠다’고 생각한 것이 쥐의 다리를 움직이게 한 것은 사실이라 볼 수 있다. 이 기술의 참 목적은 건강한 사람의 뇌 신호를 환자의 뇌에 전달해 만성통증이나 우울증 등 뇌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은 뇌파를 컴퓨터에 전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거쳐, 다시 컴퓨터에 입력된 뇌파를 인간의 뇌에 전하는 ‘컴퓨터-뇌 인터페이스(Computer Brain Interface, CBI)’ 단계로 발전하고 이어서 뇌와 뇌가 연결되는 ‘뇌-뇌 인터페이스(Brain Brain Interface, BBI)’로 발전하면 가능하다. 한마디로 로봇태권V 속으로 철이가 들어가 태권V를 작동시키는 것이 상상의 일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더 진전된 생각은 영화 ‘아바타(Avatar)’에서 볼 수 있다. 주인공의 생각은 분신(分身)인 나비족 전사의 몸을 통해 그대로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은 더욱 심오한 뜻을 갖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생각만으로 로봇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를 자신의 분신처럼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아바타는 가상사회에서 자신의 분신을 의미하는 시각적 이미지로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avataara)’에서 유래되었다. 인터넷 채팅, 쇼핑몰, 온라인 게임 등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가상육체라 볼 수 있다. 아바타는 상업적으로 이용가치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아바타를 채팅이나 온라인게임 외에도 사이버 쇼핑몰·가상교육·가상오피스 등으로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인간이 접목되어 ‘아바타’와 같은 세상이 진실로 도래한다면 인간의 모든 일이 뭐가 뭔지 헷갈리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즉 가상세계에서 현실 세계의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현실 세계와 가상 현실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뜻인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의식이 다른 개체로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15년에 출시된 영화 ‘채피(Chappie)’가 바로 이런 내용을 주제로 했다. 한마디로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감성 탑재 로봇 채피와 로봇의 진화를 통제하기 위해 그를 파괴하려는 인간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다. 그런데 인간이 악당으로 변신하여 로봇이 인간보다도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며 양심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바로 채피의 뇌로 뛰어 들어간다. 로봇과 인간이 합체된다는 뜻으로 로봇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곧바로 영생의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미래학자 커즈와일 박사의 예상은 바로 이런 기술의 미래를 보다 확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의 예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미래의 어느 날 뇌 스캐닝(뇌에 저장된 정보를 읽어 들이는 것)을 통해 사람의 뇌를 컴퓨터에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이 발달한다는 뜻이다.

간단하게 말하여 두뇌확장장치와 생각송수신장치가 개발되면 한 사람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두뇌에 전달되고 이를 인터넷상에 저장할 수도 있는데 미래학자들은 ‘100년 후 이뤄질 10가지’ 중 100퍼센트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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