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워싱턴의 한국전쟁 ‘추모의 벽’ 행사를 다녀와서
[참관기]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워싱턴의 한국전쟁 ‘추모의 벽’ 행사를 다녀와서
  • 김동수 민주평통 OC샌디에고협의회장
  • 승인 2022.07.30 16: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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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한국전기념공원에 세워진 추모의 벽
워싱턴DC 한국전기념공원에 세워진 추모의 벽

미국과 한국은 일본이 갖지 못하는 혈맹 관계라는 생각을 워싱턴을 방문하면서 새삼 느꼈다.

워싱턴DC를 찾은 것은 7월27일이었다. 이 날은 한국 전쟁 69주년 정전 기념일이다. 이날 워싱턴에서는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3만6천634명의 미군과 비전투병으로 목숨을 잃은 카튜사 7천174명의의 이름을 새긴 한국전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의 제막식 행사가 열렸다.

한때 한국전쟁은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 사이에 끼어서 그 희생과 의미를 미국인조차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목숨을 잃은 용사들의 이름을 알파벳 순서로 ‘추모의 벽’에 새기고, 제막식 행사를 함에 따라 그 죽음을 결코 잊지 않고 되새길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미국에 미군 희생자들의 모든 이름을 새겨진 벽은 없었다. 그러다가 작년 11월 11일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힐크레스트(Hill Crest) 공원의 한국전 기념광장에 처음으로 이름들이 새겨졌다. 그리고 워싱턴이 희생자 이름을 새긴 두번째 추모의 벽이었다.

추모의 벽은 알린턴(Arlington) 국립묘지에서 멀지 않은 한국전기념공원에서 세워졌다. 이곳에 새로 생긴 추모의 벽은 오렌지카운티에 비하면 위치와 규모 면에서 의미가 훨씬 크다는 생각이다.

작년 5월 22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워싱턴을 방문할 때 이 한국전기념공원도 방문했다. 문대통령은 미국 장성들과 더불어 추모의 벽 기공식을 함께 가졌다. 한국은 보훈처에서 추모의 벽 건설을 위해 건설비 95%에 이르는 2천만 달러의 자금을 후원했다. 그 덕분에 추모의 벽은 1년여의 짦은 기간에 완성되었다.

추모의 벽을 이루는 석재는 특별히 미네소타(Minesota)에서 가져왔다. 그 돌판 위에 전사들의 이름을 정교하게 새겼으며, 추모의 벽 제막식에서도 이 과정을 기록영상으로 소개했다.

제막식 행사는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orean War Veterans Memorial Foundation)이 주최했다.

그간 한국전 관련 행사에 많이 참여했지만, 이 행사에는 한국인보다 미국인 참가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전에서 희생된 참전용사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관계자들도 많이 참석했다. 그간 한국전 희생자들을 기리고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알리는 노력을 해온 한국전기념재단( Korean War Legacy Foundation)이라는 단체의 활동 덕분이었다. 이 단체가 지난 3년동안 매년 한국전 정전일을 맞아 한국전에 직접, 간접으로 출정한 22개국의 나라들과 협력하여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 가족들을 초청하여 행사해 왔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22개의 나라들 국기가 입구에 나란히 걸려 있었다. 한국 정부 대표로 참가한 박민식 보훈처 장관은 그 나라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미국 대표 연사로는 존 틸럴리(John H Tilelli Jr.) 예비역 장군이 나섰다. 그는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 이사장이었다. 또 제이크 셜리번 미 안보자문관도 나서서 전쟁기간 월평균 약 1천명의 미군들이 전사한 한국전쟁이 공산주의를 막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대의를 위해 미국의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희생했고, 그 희생 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들어설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는 한국이 2차대전 이후 눈부신 경제 성장을 짧은 시간에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민주화도 성공한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탈바꿈했다고 강조했다.

이 행사를 지켜보면서 나는 미국과 한국은 일본이 갖지 못하는 혈맹 관계임을 다시 깨달았다.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을 한미동맹보다 중요시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일 동맹에는 한미 동맹같은 감동이 없다는 생각이다. 피로 맺어진 혈맹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미 관계에서 이런 점을 부각시키고 강조하면 어떨까? 미국이 일본 말에 더 귀 기울이기보다 피흘린 경험을 공유하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듣게 하는 외교를 펼쳐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현장에서 자연스레 떠올랐다.

점심후 오후에는 조지 워싱턴이 살았던 마운트 버논(Mount Vernon)을 방문했다. 미국이 영국과 벌인 독립 전쟁에서 조지 워싱턴은 총사령관으로서 활동했다. 그는 1775년에서 1783년에 이르는 긴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1789년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다.

조지 워싱턴은 미국 사람들이 제일 존경하는 대통령의 한 사람이다. 그는 미국의 독립을 쟁취한 군인으로, 초대 대통령으로, 또 성공한 사업가로서 정권을 오래 잡을 수도 있었지만 재임한 후 대통령의 자리를 내려놓는다. 이것이 전통이 되어 미국 대통령은 재임후 3선을 위해 뛰지 않는다. 헌법에도 없는 얘기다. 초대 대통령이 보인 겸손과 양보가 전통 불문율이 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는 루즈벨트(Roosebelt) 대통령이 4선을 한 것이 단 하나의 예외일 뿐이다.

미국인들이 조지 워싱턴을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선뜻 꼽는 이유는 이런 전통을 만들어 낸 그의 겸손 때문이 아닐까? 그는 1799년 12월 14일 67세의 나이로 인후염으로 죽기까지 농사일을 즐기며 만년을 보냈다. 조지 워싱턴이 40년 이상 살았던 마운트 버논 집을 돌아본 후 우리 일행은 정원 뒤뜰로 평화롭게 흐르는 포토맥(Potomac) 강을 따라 20여분간 자동차를 달렸다.

이어 우리는 다음 행사장인 마이어(Myer) 요새 안의 서머롤필드(Summerall Field)로 향했다.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군사 공연이 이뤄지는 곳으로 이날 주제는 ‘Twilight Tattoo’였다.

가벼운 락뮤직으로 경쾌하게 시작한 군사 공연은 미국 군사력으로 미국 역사를 재조명해 보여주었다. 미국 독립에서부터 남북전쟁(civil war), 영토를 넓히는 스페인과의 전쟁,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세계 패권 국가로 부상하는 미국의 역사, 그후 바로 터진 한국전쟁, 그 이후의 베트남전, 중동전과 대이라크 전쟁, 아프간전쟁으로 이어지는 모습에서는 미국이 겪은 희생과 패권 국가를 지키려는 미국의 자부심,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책임감이 함께 보였다.

기마병도 나와 눈길을 끌었고, 현대식으로 바뀌어 가는 육해공군의 변천사도 흥미 있었다. 간간이 터지는 축포와 총성은 2천명의 관객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미 육군 제3연대(Old Guard)가 진행하는 이 쇼를 보면서 미국인들은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는 관념을 강하게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내 나라의 자유와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세계 그 어디에서도 압제와 공산주의를 누르고 자유민주주의를 확장시키기 위해 희생과 목숨까지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이 공연은 던지고 있었다.

미육군 제3연대의 군사 공연은 1961년부터 시작됐다. 코로나로 지난 2년간 못열고 있다가 이번 한국전 추모의 벽 제막식을 계기로, 이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열려 다시 많은 관객이 모여든 것 같았다.

이튿날 아침 공항으로 가는 길에 현지 뉴스가 흘러나왔다. “어제 3천명이 모인 가운데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 제막식이 성대하게 잘 치루어졌다....”

추모의 벽 제막식 행사장에서 필자인 김동수 회장(왼쪽)과 김형률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장
추모의 벽 제막식 행사장에서 필자인 김동수 회장(왼쪽)과 김형률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장
추모의 벽 제막식 행사에는 3천명이 참여했다
추모의 벽 제막식 행사에는 3천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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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나 2022-08-01 10:54:26
회장님, 의사가 안 됐더라면 아마 유명한 작가 되셨을 거예요. 워싱턴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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