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 똑똑한 디지털 유저가 되려면
[대림칼럼] 똑똑한 디지털 유저가 되려면
  • 박려정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인문융합연구원 연구교수
  • 승인 2022.08.08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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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하는 정보화시대는 이미 진입된 지 오래다. 하지만 최근 나는 내가 정보를 얻고 사는지, 아니면 늘 뺏기고 있었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사용자라면 최근에 APP을 열 때마다 ‘갱신된 개인 정보 보호 방침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제시어를 접했을 것이다. 동의해야 할 사항은 필수 사항으로 ‘개인 정보의 수집 및 이용, 개인 정보의 제공, 개인 정보의 국가 간 이전, 위치 정보, 개인 정보 처리 방침 업데이트, 이용 약관’ 등 여섯 가지 조항이 포함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동의해, 동의 안 할 거면 사용하지 마”라는 것이다. 이것이 세계 28억 명 사용자(페이스북, 2022년 2월 기준)를 보유한 기업의 패기인가, 이보다 더 강압적인 사용조건이 있을까 싶었다.

제시된 조항 중에 사실 기존에도 ‘활용’되고 있었던 나의 위치, 콘텐츠 시청 기록, 친구 목록 등 개인 정보가 포함되기도 한다. 하지만 “서비스 제공 및 맞춤화 분석, 맞춤형 광고 표시” 등을 명목으로 개인 정보를 더 많이 빼내 가겠다는 것인데, ‘내가 이동하는 거리, 페이스북에서 보는 콘텐츠 종류, 인터넷 접속 시간 등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보고되는 시스템이 도둑질을 당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 아닌가, 맞춤형 광고를 해주는 것에 나도 거부할 권리가 있지 않은가’ SNS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페이스북은 가끔 알림의 형식으로 작년 이맘때 내가 무엇을 했는지 ‘과거의 오늘’로 내가 게시했던 콘텐츠를 보여준다. 친구가 보낸 게시물도 다시 공유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의 정보 원천인 ‘나’는 요즘 더 소름 돋는 광고 알고리즘까지 경험하고 있다.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지 않아도 음성으로 인식이 되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알아서 필요한 물건들을 시의적절하게 광고로 보여준다.

마침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반복되는 광고에 아주 자연스럽게 홀린 듯 구매 버튼을 누른다. 또 온라인 쇼핑을 하면 신용카드나 네이버 페이, 카카오 페이로 계좌와 연동이 돼서 1초의 망설임이 없이 빛의 속도로 구매할 수 있다.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았던 물건들을 마구 사 대면서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갈 뿐, ‘나’는 여전히 어제보다 오늘이 더 가난하고, 매달 부채의 삶을 살게 된다.

요즘 ‘페이스북’ 연관검색어가 ‘탈퇴’일 정도로 개인 정보 이용 필수 동의 사안에 반발도 심하지만, 대부분이 이미 익숙하게 사용하던 APP을 삭제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며 사용을 포기한다고 해도 나라 잃은 심정이 아닐까, 사용자의 일원으로서 통감을 느낀다. 사람들과의 소통 창구가 꼭 손바닥만 한 휴대폰이어야만 하는가, 왜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SNS를 사용하면서 개인 PR을 해야 하는지 자신에게 의문을 던질 때가 많았다.

마치 내가 남들이 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되는 것처럼 불안 정서를 유발하기도 한다. 한때는 2G폰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서 ‘바나나 폰’을 샀던 적이 있는데 사용한 지 일주일도 못 넘기고 백기를 들어 다시 스마트폰으로 갈아치운 적이 있다. LTE 시대 속에서 짧은 2G 사용 기간이었지만, 더 빠르게 정보를 얻고 내가 정보량에서 앞서가지 않으면 뒤처지는 인간이 된다는 현실을 자각(自覺)할 수밖에 없었다.

똑똑한 알고리즘이 ‘나’와 세상을 지배하고 있고 우리는 인간 데이터로서 설계된 스키마(Schema, 정보를 통합하고 조직화하는 인지적 개념 또는 틀)에 따라 분류되어 기업들에게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가끔 웹사이트에서 종종 “로봇이 아닙니다”라는 메시지가 떠서 컴퓨터에게 내가 로봇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로봇이 아니라고 체크한 후 두 번째 단계로 이미지 분별 절차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것을 리캡차(reCAPTCHA)라고 한다. 이런 인증 과정은 구글 맵스와 완전 자동주행(운전자가 없는) 기술을 위한 데이터로 수집되는데 구글은 손쉽게 인공지능 향상에 필요한 대량의 데이터를 모으는 처지였지만 우리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AI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알고리즘의 세상에서 우리가 간과한 부분은 또 있다. 바로 알고리즘을 위한 이 획기적인 데이터 센터가 지구 온난화의 숨은 주범이라는 점이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송출하는 서버에서 배출되는 열기는 어마어마하다. 지금 전 세계 데이터 사용량의 80% 이상은 유튜브나 OTT 서비스 사용에 할애되는데 우리가 한 시간의 동영상 시청은 자동차로 1km를 주행하는 것과 같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데이터 센터는 ‘형체 없는 굴뚝’을 통해 온실가스를 우리에게 뿜어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콘텐츠 이용자들의 소비량은 하루 평균 4시간이며 평균 2.7개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가만히 집에 앉아 있는데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꼴이다. 평소 개의치 않던 영상 하나를 저장하거나 생산만 하지 않아도 환경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유튜브와 같은 다소 편협된 알고리즘 속에서 벗어나 OTT 서비스가 아닌 TV 시청을 하여 공영방송에 힘을 보태도 좋다. 작게는 개인 이메일 함에 있는 스팸메일, 오랫동안 저장되어 있던 수신 이메일을 지우기만 해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개인 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에 대한 문제로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서 우리가 어떻게 개인 생활을 스스로 지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며 맞춤형 광고 소비자가 아닌 데이터(정보) 활용자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어른들이 먼저 디지털 문해력을 키워야지 디지털 원어민인 아이들도 좀 더 청정한 디지털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덧붙여본다.

필자소개
박려정: 중국 용정 출신으로 현재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인문융합연구원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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