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피폭자 "조국의 영웅이 왔다"
재일동포 피폭자 "조국의 영웅이 왔다"
  • 월드코리안
  • 승인 2010.08.07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는 처음으로 반기문 총장이 제2차 세계대전 원폭 투하지인 나가사키(長崎)를 방문한 5일 오전.

고운 저고리를 차려입은 재일한국인 피폭자 권순금(84.여)씨는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에서 만난 반 총장의 오른손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한동안 놓지 못했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권씨는 1930년께 먼저 일본으로 건너간 아버지를 따라 어머니와 함께 일본 교토(京都)로 이주했다.

"당시는 가난했다. 쌀을 살 수 없어 주먹밥조차 만들 수 없었기에 소풍도 가지 못했다"

학교에서 본명을 쓰면 "조센진"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비가 내리는 날 우산을 들고 마중 나온 어머니의 치마저고리가 보이면 멀리 피한 적도 있었다.

권씨 가족은 1941년 나가사키로 이사했고, 3년 후 18살 때에는 조선 출신의 남편과 결혼했다. 원폭 피해를 본 것은 결혼 다음해인 1945년 8월9일이었다. 폭탄이 떨어진 곳에서 1.8㎞ 떨어진 남편의 직장에서 폭발 후 생긴 빛과 구름을 직접 목격했다.

나가사키시에 따르면 당시 나가사키현에는 조선 출신 7만명이 살고 있었고, 이중 2만명이 피폭 피해를 봤다. 이 중에는 강제 징용된 이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2만명 중 절반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권씨 부부는 이후 잠시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일본으로 건너와 고철을 팔아가며 고생했다. 1963년 나가사키 시내에 '아리랑정(亭)'이라는 불고깃집을 내고서야 안정을 찾았다. 남편은 1983년 췌장암으로 숨졌다.

매년 8월이 되면 나가사키에서 열리는 평화기념식에 치마저고리를 입고 참석해 먼저 숨진 동포들을 위해 참배한다는 권씨는 5일 반 총장을 만난 뒤 "원자폭탄도 싫고 전쟁도 싫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동포들이나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해 반 총장이 반드시 핵무기 폐기를 반드시 실현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에서 권씨와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 대표위원인 다니구치 시미테루(谷口稜曄.81)씨 등 한.일 피폭자 6명을 만난 뒤 낮 12시께 원폭 투하지에 있는 공원을 방문했고, 나가사키 원폭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에도 헌화했다.

반 총장은 이날 공원에서 한 연설에서 "나가사키의 여러분은 히로시마 시민과 함께 세계의 핵 군축을 향해 파트너십을 구축해왔다. 고난을 참고 견뎌온 피폭자에게 존경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핵무기가 없는 세계를 향해 함께 걸어가자"고 호소,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편 이날 히로시마시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는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히로시마현 지방본부 권오원(68) 단장과 피폭 희생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위령제가 열렸다.

한국인 피해자 박남수(77)씨는 "수많은 한국인이 '황국신민'으로서 일하다 원자폭탄의 희생물이 됐다"며 "유엔 사무총장의 방일 계기로 이런 사실을 수많은 이들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기 직전인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 같은해 8월9일에는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