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미국 팁 문화
[김재동칼럼] 미국 팁 문화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22 08:5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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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처음 왔을 때 팁으로 나가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결혼 후 아내 앞에서 그런 내색을 할 때면 그녀는 남자가 쩨쩨하다며 눈을 흘기곤 했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이민을 왔으니, 반미국 사람이 된 아내로서는 나의 그런 생각과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팁 문화에 적응해 그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지만, 그때만 해도 왜 팁을 놓고 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얼마 전 지인한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오래 살았지만 팁 문화에는 여전히 적응이 쉽지 않네요.”

팁 문화는 중세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고객 입장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한다는 뜻으로 동전 몇 닢을 놓고 갔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팁 문화가 시작된 것은 남북전쟁 이후이다. 전쟁 후 미국 부자들이 영국 등 유럽의 선진 문화와 문물을 들여오면서 팁 문화도 함께 미국에 상륙하게 되었다. 그들만의 우월함을 과시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팁 문화를 퍼뜨렸다고 한다. 농장주들은 팁 문화를 악용해 임금은 줄이고 노동력향상을 꾀함으로써 흑인 노예들을 착취했다. 최저임금의 개념은 물론 하한선이 없었던 때라, 임금을 자기들 멋대로 줄이고 그 틈을 팁으로 메꾸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후 팁 문화는 서비스 업계에 널리 퍼져나갔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 사람들이 미국의 팁 문화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 서버(server)에게 주는 것쯤으로 생각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있다. 사실 미국의 팁 문화는 사회 전반에 깊숙이 퍼져있다. 이를테면 공항, 택시, 호텔, 각종 도우미, 이발소, 미용실, 배달 음식, 가이드 등 심지어 포장 음식까지 셀 수 없이 많다. 한마디로 타인으로부터 노동력과 서비스를 받게 되면 팁이라는 돈을 따로 얹어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팁으로 얼마를 지불해야 할까? 최근까지만 해도 보통 15%~20% 사이였다. 그러나 15%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COVID-19와 인플레이션이 맞물려 모든 물가가 올랐다. 특히 식당에서 쓰는 음식 재료가 너무 많이 올라 심각한 상태다. 그로서리 스토어(Grocery Store) 에서 예전처럼 마음 놓고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기가 무섭다고들 한다. 식료품 및 잡화는 최소 13%에서 많게는 20%, 개중에는 25%까지 오른 품목도 눈에 띈다. 이런 여파로 식당의 메뉴판에 적힌 음식값이 10%~20% 정도 올랐다. 물론 팁도 그것에 비례해 18%~25%로 상향 조정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외식을 줄여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전 방위적인 물가상승으로 인해 음식값이 올라, 이제는 다른 의미에서 외식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최근 들어 서민들 사이에서 외식보다 포장 음식(order Togo)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한다. 팁의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동차 기름값, 식료품, 외식비, 특히 직장인들의 점심값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 직장인들은 점심을 싸 오거나 편의점, 푸드코트(Food court), 그로서리 스토어 에서 운영하는 샐러드바 등을 이용하거나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오기 전에는 직장인들이 지출하는 점심값이 팁 포함 15~20달러 선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팁 포함 23~30달러까지 지불해야 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제대로 된 점심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런치플레이션 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점심(Lunch)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해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 이라고 부른다.

식당 주인들은 음식 재료와 종업원 임금이 올라 음식 값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그들의 고충을 이해 못 하는바 아니 지만, 그렇다고 고객의 눈을 속여 이익을 취하려 드는 것은 옳지 않다. 최근 미국 내 대도시를 중심으로 영수증 밑 부분에, 아주 작은 글씨로 음식값에 5% 정도를, 음식 재료비용으로 표기, 고객에게 그 부담을 지게 하는 꼼수를 부리는 식당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반면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 유행할 때 외식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종업원들은 임금을 받지 못 한 채 일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던 단골손님 중에는 몇십 달러어치 밥을 먹은 뒤, 수천 달러 혹은 수만 달러를 팁으로 놓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돈으로 종업원들 월급에 보태 쓰라는 메모와 함께 말이다.

COVID-19와 사상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상승이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온다. 요즘 미국의 서민들과 직장인들 사이에서 외식비와 점심 값 그리고 팁에 대한 부담감을 숨기지 않는다. 외식을 줄이고 점심을 싸가는 등 경기침체에 대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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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환 2022-08-23 12:17:50
김재동님♧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재미 칼럼니스트로
고마운팁! 저가 잘
받아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내두루
평강하시길
바램합니다 _()_

심순귀 2022-08-23 02:50:02
한국분이라면 미국에 와서 한번쯤은 ‘ 팁’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받아보았을겁니다.
특히나 한국식당을 가면 신경이 더 쓰이게 마련이지요
15% 주었다가는 다음식당 방문갈때는 약간의 어색한마음이 드니까 20% 정도는 주고오지만 어떤때는 15% -20 % 를 내는것도 본인 선택을 할수없게 아예 레스토랑에서 18 %를 이미 계산서에 넣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그것을 모르고 추가로 다시 제 팁을 낸 경우도 경험했던 분들도 계시는것처럼 미국에서의 팁제도를 익혀가며 테이블에 가만히 읹아서 서비스를 받는 감사한 마음을 오늘도 배우며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음식준비 하나도 않고 설거지도 않고 우아하게
자유롭게 평안하게 누리를 있는 서비스에 기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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