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조선족 음악가 정률성(鄭律成.1976년 타계)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태양을 향하여(走向太陽)'가 8년만에 재상영되고 '정률성 전문가 좌담회'도 열리는 등 재조명 움직임에 재중 동포들이 들떠 있다.
지린성 룽징(龍井) 출신으로 영화를 만든 박준희(56)감독은 7일 본지와 통화에서 "건군 83주년을 맞아 지난 달 31일부터 2일까지 베이징내 100개 극장에서 영화를 재상영했고 곧 전국 문화센터, 학교, 군부대 등지에서 영사기를 돌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고무적인 것은 고인의 음악세계를 연구해 온 한족 출신 전문가들이 앞장서 재상영을 추진하고 좌담회 개최 등 본격적으로 생애 재조명 작업에 들어간 것"이라며 "중국인들도 '인민해방군가(八路軍行進曲)'와 '연안의 노래(延安頌歌)' 등 친숙한 음악을 만든 인물이 조선족임을 알게 돼 고인의 민족적 정체성도 확립되고 조선족 위상도 높아지게 됐다"고 환호했다.
한정일 길림(吉林)신문 부주필도 "조선족 사회는 영화 재상영을 계기로 문화사업과 언론 보도들도 이어진다면 고인을 알지 못했던 청소년 세대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동포 매체인 조글로 미디어는 '정률성 연구 새로운 단계 진입' 제하의 길림신문 기사를 1면 머리에 배치했다.
박 감독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최근 고인의 외동 딸 정소제(67.小提) 여사와 쑤베이(蘇北) 하얼빈 정률성기념관장, 샹룽셩(尙榮生) 옌안 태항산 조선의용군 기념관장, 베이징 민족영화제 조직위원회 관계자 등 문화.예술계 인사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률성 좌담회'를 열고 탄신 100주년(2014년)을 앞두고 평전 출간, 대하 드라마 제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대하 드라마와 관련 박 감독은 "영화 제작시에는 고인이 인민해방군과 조선인민군 군가를 모두 작곡했고 '조선'에서도 거주, 남한 관객들이 불편해할 수 있어 항일시대와 혁명음악의 생애만 다뤘지만 대하 드라마에는 일생을 빠짐없이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태양을 향하여'는 정률성이 항일전쟁때 '팔로군행진곡'을 창작하던 시절과 팔로군 여 전사 출신 부인 딩쉐쑹(92.丁雪松)과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지난 주말 베이징에서만 30만명이 관람했다.
중국 국가를 작곡한 녜얼(<耳아래 耳耳>耳), '황하대합창'을 창작한 셴싱하이(洗星海)와 더불어 중국의 3대 음악가로 불리는 정률성은 1914년 전남 광주에서 출생, 19살에 옌안으로 건너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했으며 중국의 아리랑격인 '연안의 노래' 등 360여곡을 남겼다.
'팔로군행진곡'은 1949년 중국 건국과 함께 '인민해방군가'로 불려오다가 1988년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중국군 정식군가로 비준 받았다. 지난해 건군 60주년 때는 '신중국 창건 영웅 100명'에 뽑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