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211] 흑산 홍어
[아! 대한민국-211] 흑산 홍어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승인 2022.09.03 0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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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TV 드라마 ‘대장금’에 이런 장면이 있다. 한 상궁이 장금이에게 이름도 알려주지 않고 생선회를 먹어보라고 하자, 장금이가 냄새를 맡더니 인상을 찌푸리다가, 마지못해 그 회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하다가 이내 밝은 얼굴로 이렇게 말한다. “마마님 자꾸 씹으니 맛이 납니다. 처음엔 코끝이 찡하고, 다음엔 입안이 상쾌하고 그 뒤끝의 맛은 청량합니다.”

바로 홍어회를 맛보는 장면이다. 홍어회의 몸에서 나는 암모니아 냄새가 꽤 역하기는 하지만, 그게 또 거부할 수 없는 홍어회의 매력이라는 것을 이 장면은 보여주고 있다. 홍어의 원산지로 알려진, 영화 ‘자산어보’로 더욱 널리 알려진 흑산도에서는 이렇게 고약한 냄새가 나도록 삭혀 먹는 것이 아니라 날로 먹는다. 언제부터인가 삭힌 흑산 홍어는 흑산도보다는 내륙에서 더 널리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서는 고려 말, 왜구가 서남해안을 휩쓸고 다닐 때, 조정에서 흑산도에 사는 섬사람들을 육지로 대피시킨 뒤, 섬을 텅 비웠다는 것이다. 이때 흑산도 사람들이 목포나 나주 영산포로 이동하면서 홍어를 함께 가지고 갔는데, 흑산도에서 육지로 나오는 15일 동안 자연스럽게 배 안에서 발효된 홍어의 맛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삭힌 홍어가 나오게 된 것은 어부가 선주 몰래 홍어를 잿간에 던져두었던 것이 삭힌 홍어로 발전했다는 설(說)도 있다.

다른 어류와 달리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유달리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홍어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물론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호남 사람들이 압도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유달리 홍어를 좋아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 회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홍어애탕’이라는 홍어 내장탕 역시 널리 알려진 호남 음식 가운데 하나다. 흔히 홍어회는 잘 익은 신 김치를 넓게 편 위에 삶은 돼지고기와 홍어회 한 점을 살짝 얹어 먹는 이른바 ‘삼합’이 유명하다. 이렇게 먹으면 암모니아 냄새가 콧구멍을 뚫고 나오면서 묵은 체증을 한 번에 날려버린다는 얘기도 있다.

홍어는 다른 어류와 달리 삭힐수록 살이 쫀득쫀득해져서 감칠맛이 난다. 그런 탓인지 호남에서는 큰 잔치 때 꼭 홍어회를 내놓았다. 이렇게 홍어의 인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진상품으로 ‘세종실록지리지’에 실렸고, 조선조 말 고종임금의 육순 잔칫상에도 올랐다고 한다.

일반인들 사이에도 홍어회가 보통사람의 건강에도 좋다는 얘기가 퍼져, 과음했거나 산후조리 중인 산모,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 됐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몸속 노폐물이나 장과 혈관 주위를 감싼 기름을 쫙 빼 준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머리를 맑게 하고, 소화를 촉진시키는 것은 물론 감기도 떨어뜨린다는 속설도 있다. 가래를 없애 주는 데도 그 효험이 탁월해서 소리꾼들이 홍어회를 즐겨 먹는다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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