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에 긴 세월 살며 뜨거운 여름 맛은 처음이다. 연이은 산불로 인하여 습기를 동반한 불볕더위는 ‘화탕지옥’ 같은 고통이었다. 어릴 적 마당에서 별을 바라보며 댓가지로 엮은 평상에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만들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며칠 전 이웃집 야자수 나무 위로 반달이 점점 부풀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100년 만에 본다는 밝은 달을 나는 기대했다.
그런데 금요일엔 웬 비가 흠뻑 내렸다. 다음날인 토요일은 추석날인데 비는 멈추었지만 흐린 날씨가 되니 달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다행히도 토요일 오후에 날이 개어 샌디에이고 다운타운 인근에 있는 발보아 공원으로 갔다. 한국의 집 근처 잔디밭에서 우리의 가락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국관 개관 일주년을 기념하고 한국의 고유문화도 알리는 문화행사였다. 로스앤젤레스의 한국문화원(정상원 원장)과 한국의 집(황정주 회장) 공동 주최로 마련되었다.

마당에서는 한국의 불고기 밥과 김치를 간단히 준비해 팔고 있고, 관광공사에서는 한국 여행을 안내하는 부스도 있었다. 공연은 전 UCLA 교수였던 김동석 교수가 이끄는 문화예술단원들이 함께 와 출연했다. 화관무, 부채춤, 사물놀이 등을 흥미롭게 외국인들은 구경하며 사진도 찍는 모습이 좋았다. 한복을 입고 나온 김동석 교수는 영어로 한국의 문화를 잘 해설해 주었고 직접 가야금과 사물놀이에 참여하는 모습이 특이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동물원 사파리에도 초청을 받아 두어 달 가까이 한국 음악과 춤을 공연했다고도 나에게 자랑했다. 행사가 끝나고 미국의 집 뒤쪽에 있고 또 인도의 집과 이웃하고 있는 새로운 건물 국제 평화의 집인 ‘한국관’에 나는 들려 보았다. 지하에 창고가 있고 일 층 전시용 방의 크기가 아마 다섯 평쯤 되어 보일까.
몇 단체와 수십 명이 후원해준 건립기금 후원자의 이름을 새긴 동판이 입구에 들어서니 한눈에 들어왔다. 좌측 벽에는 텔레비전으로 한국문화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진열장 물건들이 아직 초라하게 느껴진다. 필자는 건립기금도 동참했지만 25일 일요일엔 방 한 켠에 탁자를 놓고 내 수필집을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기증할 예정이다. 아무튼 수년 걸려 이루어진 한국의 집(House of Korea). 샌디에이고시에 기증이 된 이 건물이 영원히 잘 보존 되고 우리 문화를 알리는 역할이 잘 운영되기를 나는 간곡히 기원한다.

필자소개
미주 한인언론 칼럼니스트로 활동
방일영문화재단 지원금 대상자(2013년) 선정돼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날아라 부겐빌리아Ⅱ>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