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경 동덕여대 교수, “중앙아시아 씽크탱크 국책연구소 만들어야”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 “중앙아시아 씽크탱크 국책연구소 만들어야”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2.09.1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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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아 국가들과 수교 30년 맞아… 10월 부산에서 한-중앙아 협력포럼도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석호 기자

한국은 올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수교 30주년 행사를 다양하게 치렀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1991년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국이 됐다. 당시 북방외교를 추진하는 한국은 이듬해인 1992년 이 나라들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동덕여대 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오은경 교수는 7월에는 아제르바이잔, 8월에는 우즈베키스탄 등 수교 30주년을 기념한 행사들에 참여해왔다. 그는 “한국이 지난 30년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다분야에서 협력해왔다”면서도 “심층적인 연구나 구체적인 분석, 국가적 차원의 전략을 세우는 점에서는 소홀한 점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중앙아시아가 교역량에서 아직 비중이 큰 지역이 아니어서인지 “돈이 되지 않는다”라거나 “원조를 해야 하는 나라” 정도의 인식에만 머무는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심층적이고 융복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현재 한국이 무엇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외교 수립 30주년을 맞아 중앙아시아 전문가인 오은경 교수를 본지가 인터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7월 4일 아제르바이잔 과학아카데미에서 열린 제3회 한국-아제르바이잔 인문포럼
지난 7월 4일 아제르바이잔 과학아카데미에서 열린 제3회 한국-아제르바이잔 인문포럼

- 왜 아제르바이잔 수교 30주년 행사에 다녀왔나?

“외교수립 30주년을 기념한 한-아제르바이잔 인문포럼이 7월 4일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렸다. 이번이 3회째였다. 주아제르바이잔 한국 대사관과 동덕여대 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 아제르바이잔 과학 아카데미 문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포럼이다. 제1회는 2020년에 온라인으로 열렸다. 당초 바쿠에서 대면 개최하기로 했으나 코로나 여파 때문에 할 수 없이 2년 동안은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이 포럼은 2018년 학술연구를 위해 바쿠를 방문했을 당시 주아제르바이잔 대사였던 김동업 대사님이 제안하고 추진해주신 덕분에 시작됐다. 작년에 부임하신 이은용 대사님께서도 적극 육성할 의지가 있어서 정례화될 수 있을 것 같다.”

오 교수는 아제르바이잔이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여서 국내 전문가도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르크 연구자 처지에서 인문학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아제르바이잔은 산유국이고, 천연가스 매장량이 많은 나라다. 하지만 아직은 물류운송비용이 크다는 이유로 경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외교부 후원으로 양국 인문포럼이 열린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벌써 3회째 되다 보니, 아제르바이잔 측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학·언어·역사·문화 등 인문학 분야는 물론 교통·환경 분야도 소통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제3회 한국-아제르바이잔 인문포럼

오 교수는 “서울대 고고학 연구팀이 아제르바이잔 고대 도시 가발라에서 벌써 10년 이상 발굴 작업을 하는 등 국내 인문학자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그 동안 아제르바이잔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작품 두 권이 번역됐다”고 덧붙였다. 하나는 20세기 민족시인 배흐티야르 와합자대의 <귈리스탄의 시>, 다른 하나는 고전시인 니자미 간자비의 <레일리와 메즈눈>이다. <귈리스탄의 시>는 오 교수 자신이 번역했고, <레일리와 메즈눈>은 통번역사 라민 아바소프와 김성룡 교수가 함께 작업했다고 한다.

- 우즈베키스탄도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한·중앙아 협력포럼 사무국과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직속 기구인 전략지역연구소(ISRS)가 공동주최한 전문가 포럼에 다녀왔다. 한·중앙아 협력포럼은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이 참여하는 5+1 형태의 외교부 장관급 협력체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 산하에 사무국이 있다. 지난 8월 23일 타슈켄트에서 양국 전문가 대표들이 만나서 정치외교, 경제, 문화 분야에서 지난 30년을 회고하고 향후 미래전략을 마련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거 협력 성과 평가, 향후 전망을 통한 교류 활성화 및 미래지향적 협력관계 심화 등이 주요 안건이었다.”

오 교수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관계가 2019년 문재인 대통령 순방 시 ‘특별 전략적 동반관계’로 격상됐다”면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이 전문가 포럼을 잘 챙기라고 직접 지시까지 해 행사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제3회 한국-아제르바이잔 인문포럼

“포럼 후 평가회의에서 우즈베키스탄 전략지역연구소가 다음 제안을 했다. 첫째, 양국이 고대부터 지속시켜온 공유자산인 역사문화 친연성을 기반으로 정치외교, 경제 협력 방안을 만들자는 문화복합체 추진 방안, 둘째로 양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형태이면서 정치외교, 경제, 문화 분야를 포괄하는 씽크탱크 성격의 한-우즈베키스탄 전략연구소 설치, 셋째는 양국이 공동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구성과 같은 구체적 제안을 했다. 오 교수의 발표 내용에 우즈베키스탄 측에서 이 정도로 큰 관심을 가질 줄을 몰랐다.”

오 교수는 “한국의 새 정부가 우즈베키스탄과 중앙아시아에 어떤 외교 협력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이 확연해 보였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고,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수교 30주년 기념하는 행사가 한국에서도 열리는지?

“오는 10월 한·중앙아협력 포럼이 부산에서 열린다. 이때 중앙아시아 각국의 외교부 장관들이 모두 온다. 그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중앙아시아에 대한 비전이나 전략 등이 제시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3회 한국-아제르바이잔 인문포럼

-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분야라면?

“중앙아시아 각국은 투르크 민족과 페르시아 민족으로 우리와는 고대부터 교류를 지속해왔다. 이러한 무형자산을 활용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중앙아시아가 보유한 지하자원과 인구, 한국이 가지고 있는 테크놀로지가 결합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인구절벽 문제가 심각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은 1년에 50만 명씩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인구감소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을 해소해줄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더구나 중앙아시아 나라들은 한국에 호의적이어서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지지할 수 있다.”

오 교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우리나라가 고대부터 공유해온 역사·문화를 공유하는 ‘문화복합체’이므로 이를 기반으로 정치외교, 경제 협력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화복합체’는 미국 인디아나대학교 크리스토퍼 벡위드 교수가 사용한 개념으로 한마디로 국가와 민족을 넘어서서, 역사문화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뜻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두 축은 고대사 복원과 4차 산업혁명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세계사에서 중요성이 언급되지 않은 고대 초원제국 및 스키타이 문명 발굴, 고대 역사사료 디지털화 및 공동연구, 무형문화유산 채집 및 발굴 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다. 이미 국제 투르크 아카데미 등에서 투르크 국가들의 공동 역사 쓰기 프로젝트 같은 게 진행되고 있다. 이 작업에 한국이 동참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4차 산업 혁명을 함께 이루어 가는 작업이다. 우주산업, 자율주행, 바이오 등 방대한 4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8월 23일 타슈켄트에서 열린 한-우즈베키스탄 전문가포럼<br>
지난 8월 23일 타슈켄트에서 열린 한-우즈베키스탄 전문가포럼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협력 증진을 위해 시급한 일이 있다면?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국책연구소를 만들어야 한다. 체계적이고 총체적인 연구 수행을 위해서는 국책연구소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국제기구에 가입해서 협력체계를 확고히 하거나 협의체를 만드는 일이다. 두 번째는 투르크국가기구(OTS)에 옵저버로 가입하거나 한·중앙아협력포럼의 기능을 강화해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대학 시스템을 개편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우즈베키스탄에는 한국학을 가르치는 대학이 여러 개 있고, 한국어의 인기도 매우 높다. 한국에 와 있는 유학생도 대략 8천 명에 가깝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 우즈벡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나 대학 강좌는 매우 부족하다. 인재 양성 없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미래를 생각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공공외교 차원에서 중앙아시아 혹은 투르크 문화원 등을 만들어 활성화해야 한다. 그 안에 도서관을 만들고, 영화제나 세미나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어야 한다.”

- 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의 주요활동을 소개해 달라.

“유라시아 투르크연구소는 제가 2016년도 2월에 설립했다. 다행히 학교에서 호의적이었다. 그 후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언어, 문학, 문화, 예술 등 유라시아 투르크 벨트 국가 관련 필수 학문영역을 전공한 연구자들의 학제 간 연구를 바탕으로 긴밀한 공동 연구를 수행해왔다. 국내에 투르크학 연구를 수행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설립 후 지금까지 국내 포함 총 18개의 투르크 국가의 현지 연구기관들과 MOU를 체결했다.”

오 교수는 연구소에서 ‘투르크 인문백과사전 DB구축’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8년 7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진행되는 사업으로, 한국연구재단 토대연구지원에서 수주한 프로젝트다. 투르크학 관련 필수 개념어를 정리해 국내 최초의 투르크 사전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우즈베키스탄 전문가포럼

또 투르크학과 관련한 다양한 국내외 학술대회도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2019년에는 러시아연방 타타르스탄에서 학술대회를, 2021년에는 우즈베키스탄 독립 3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아제르바이잔 인문포럼도 2020년부터 3회째 열고 있다. 나아가 투르크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과 학생들을 위해 콜로키움도 열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26회를 개최했다. 전문가 초청 강연회도 7회째 개최했다. 특수외국어진흥사업의 지원을 받아 튀르키예어, 우즈벡어, 카자흐어 무료강좌도 1년에 2회씩 열고 있다

- 중앙아시아에는 한인들도 많은데?

“중앙아시아 한인, 고려인과 관련해 정부에서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올해가 ‘고려인 동포 중앙아시아 정주 85주년’이다. 고려인 관련해서는 한국에 귀화를 허용하는 등의 유화정책을 쓰고 있지만, 고려인 4세의 법적 지위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했다. 만 20세가 되면 추방되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고려인 인적네트워크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활용방안도 적극 마련해야 한다.”

오은경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튀르키예 정부의 초청을 받아 하제테페 대학교에서 터키 문학과 비교문학으로 석사와 문학박사(Ph.D)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한국학 중앙 연구원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치고, 동덕여대에 교수로 부임했다.

재임중 우즈베키스탄으로 유학을 떠나, 우즈베키스탄 과학 아카데미에서 구비문학과 민속학, 비교문학으로 우즈베키스탄 최초로 인문학 국가 박사학위(Docotor of Philology)도 받았다. 그는 아제르바이잔 작가동맹 명예회원이며, 아제르바이잔 Vector 학술원에서는 명예박사 학위도 받았다. 유라시아언론재단에서 주는 ‘문화대사상’, 아제르바이잔 국립 학술원 문학연구소에는 ‘최고의 학자상, 아제르바이잔 작가연맹 배흐티야르 와합자대상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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