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문화충격②, 이혼해도 아이들 같이 키우는 미국
[김재동칼럼] 문화충격②, 이혼해도 아이들 같이 키우는 미국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17 06: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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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더스데이 중에서 

갈색을 띤 금발 머리 여자가 차를 몰고 있다. 차 안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둘이 함께 타고 있다. 영화 Mother's Day의 한 장면이다. 이혼한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일상을 그린 영화다. 그들에게는 두 명의 어린 아들이 있다.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산다. 그녀는 아이들이 아빠와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배려한다. 그날은 아이들을 아빠 집에 데려다주기로 한 날이다.

최근 아빠에게는 새로운 여자 친구가 생겼다. 아이들은 그날 처음으로 아빠와 하룻밤을 자고 오기로 되어있다.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주말을 보낸다는 사실에 들떠있다. 그 집에는 아빠의 여자 친구도 있다. “얘들아, 오늘은 아빠 여자 친구와도 함께 지내야 한단다.” “우리 그 여자에게 엄마라고 불러야 하는 거야?” “꼭 그럴 필요 없어, 그냥 공손하게 맴(Ma'am)이라고 부르렴” 여자와 아이들이 아빠 집에 도착한다. 아빠와 여자 친구가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아빠의 여자 친구는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쿠키를 준비했다며, 바구니를 아이들 앞에 내민다. 아이들은 아빠의 여자 친구가 자기들을 위해 쿠키까지 준비했다는 사실에 고무된 나머지, 자연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주인공 샌디는 전남편의 여자에게, 그녀의 손가락에 낀 약혼반지를 보고, 결혼을 축하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장면 중에, 새엄마와 친엄마가 한자리에 앉아 아이들이 학예회 발표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사진도 찍어주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낸다.

1988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텍사스 킬린에 사는 고종사촌 누님 집에서 잠시 머문 적이 있다. 옆집에는 백인 커플이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아이가 셋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누님 딸과 같은 학년 친구였다. 어느 토요일 오후, 조카는 제 친구를 소개해 준다며 옆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뒤뜰에서는 그 아이의 가족들이 작은 파티를 하고 있었다.

눈이 크고 예쁘장하게 생긴 백인 여자아이였다. 그 애는 우리를 자기 엄마 아빠에게 소개했다. 그리고 그 애 아빠가, 옆에 앉아 맥주를 병째로 마시고 있는 다른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인사해 내 아이 친아빠야.” 순간 나는 내가 말을 잘못 알아들었나? 하고 조카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저 사람이 누구라고 했지?” “내 친구 친아빠래.”

그날 새아빠가 여자아이를 위해 친아빠를 파티에 초대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애 엄마의 전남편이자 친아빠, 엄마의 새 남편, 그리고 각각 아빠가 다른 두 명의 의붓동생, 이렇게 온 가족이 주말 오후를 함께 보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런 관계의 복잡성을 두고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두 아빠가 맥주잔을 기울이며 주말을 함께 보낸다는 것이 한국에서 가능할까?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서로 증오하며 평생 보고 싶지 않을 만큼 부부 사이가 최악의 상황까지 가기 전에, 이혼이나 별거를 서로 합의한다. 이혼 후에도 여전히 친구처럼 잘 지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최악의 상태에 이르러 이혼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 해도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있다면,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아이만은 두 사람의 관심과 사랑 속에 자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보편적 정서이다. 아이가 부모와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처참하고 슬픈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아이가 부모를 오가며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자라는 이혼 가정도 있을 것이다.

가정마다 경우가 다르고, 특히나 미국문화라는 것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내가 어떻다 결론지어 말할 수는 없다. 아이가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자랄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의 정서로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앞에서 말한 조카 친구만 하더라도 3명의 형제자매가 모두 성(姓)이 다르다. 그들은 각각 다른 아빠에게서 태어났다. 그런 가정환경 속에서 과연 아이들이 비뚤어지지 않고 잘 자랄 수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아이들의 모습은 밝았다.

아무리 나쁘게 끝난 사이라도 아이의 애경사에 함께 참석한다든지, 아무리 상대가 싫어도, 아무리 미워도, 아이가 결핍을 느끼지 않고 부모의 사랑 속에서 자랄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 같다. 어쩌면 엄마의 남자친구 아빠의 여자 친구, 이 네 명이 함께 졸업식에 참석해 축하해 줄 수도 있다. 이런 문화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영화가 바로 Mother's Day(어머니 날)이란 영화다. 또 아이들이 새엄마가 될 아빠의 여자 친구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불렀듯이, 미국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이름을 부르는 것도 보통 있는 일이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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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환 2022-09-18 08:29:09
미국의 이혼 문화와 한국의 문화는 많은 다름이 있군요
세상이 많이 변해서 우리나라도 이혼율이 많이 높아졌고
결손 가정에 자녀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봅니다.

1988년이면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을 하던 해이고
저희집 큰딸이 탄생한 년도가 되는군요ㅎㅎ

어느 나라든 사람들마다 다름이 있겠지만
"한번 결혼은 영원한 결혼이다" 라는 신념으로
행복한 가정+ 건강한 자녀출산으로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가족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혼해도 아이들 같이 키우는
미국의 문화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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