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가주에는 근래 향우회의 활동이 부쩍 활발해졌다. 올해 초 오렌지카운티(OC)에서는 대구경북향우회, 충청향우회, 호남향우회 신임 회장 취임식이 잇달아 열렸다. 이웃 LA에서는 설립 30주년을 맞은 남가주충청향우회가 새 회장 취임식을 개최했다. 세계 단체인 세계호남향우회도 활동하고 있다는 것도 최근 알았다.
처음에는 한인들이 조국 한국을 떠나 큰 대륙의 땅 미국에 와서 왜 향우회 활동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1960년생인 필자는 70, 80년대에 3김의 정치 활동에 따라 한국이 지역으로 편이 갈라지는 것을 보았고 1985년에 미국으로 왔다. 민족이 하나로 단결하여 미주 이민 사회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지역 색깔의 향우 중심으로 한인사회가 갈라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5일간을 보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필자는 9월 22일 아침 OC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OC 미주세계한상대회 발족식에 참석했다. 이날 오후에는 제49회 LA한인축제 전야제에도 참석했다. 예전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 전시 부스에는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각 지역에서 보내온 농수산물과 특산품, 먹을거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LA 코리아타운 한복판에서 전라남북도, 경상도 지사들이 함께 와서 축제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축제에서는 넷플릭스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선보였던 제기차기, 달고나 만들기 등 한국 놀이도 진행됐는데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함께 즐겼다. 이날 밤에는 수출 활성화를 위한 ‘이철우 도지사 미주한인경제인 간담회’가 미주대구경북향우회 주최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철우 도지사는 대구와 경북을 소개하면서, 한식과 한글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세계 모든 사람이 한식을 먹고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바라고, ‘한글이 AI 시대를 주도한다’는 주제로 강의도 했다.
다음날 열린 LA동부한인회 이·취임식에는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참여해, 한인회와 MOU를 체결하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15대 LA 동부한인회장에서 이임하는 조시행 회장의 초청으로 모임이 이루어진 듯했다. 한인회와 전라북도는 참석자들에게 김치 퀴노아 등 푸짐한 선물 보따리도 내놓았다.
토요일에는 한국일보가 주최하는 코리안 퍼레이드가 흥겹게 열렸다. 이어 월요일에는 대구경북향우회가 주최한 청소년 정체성 찾기 모국방문 기금마련 경상북도지사배 골프대회가 열려 필자도 참여했다. 이 대회는 필자가 사는 리버사이드(Riverside)에 있는 오크쿼리(Oak Quarry)골프클럽에서 진행됐다. 날씨가 무더운데도 불구하고 168명이나 참여해 대구경북향우회의 끈끈한 정과 힘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박찬호 선수도 참가해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지난 5일 동안 이곳 남가주 향우회들의 활동을 보고 또 도지사들이 직접 세일즈맨이 되어 자기 고향 특산물을 소개 판매하는 것을 보며 느낀 바가 많았다. 무엇보다 미주동포가 고향으로 묶여 교류하는 것을 보며 향우회가 우리 교포 사회에 얼마나 크게 공헌하고 있은 지를 새삼 느꼈다.
앞으로도 각 지역 향우회가 더욱 발전하고 활성화되기를 빈다. 특히 여러 향우회의 힘들이 하나 되어 우리 한인 이민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기를 바란다. 미주지역 향우회들이 고국의 고향 발전을 도우며 대한민국 전체가 번영할 수 있도록 이바지하기를 기원한다.
오렌지카운티에도 아리랑 축제도 앞으로 열린다. 이 축제에서도 각 향우회가 마련한 특산품과 활동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