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국궁 친선대회
[Essay Garden] 국궁 친선대회
  • 최미자 재미수필가
  • 승인 2022.10.05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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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국에서 돌아온 정종선(샌디에이고 한국 춤 지도사) 선생이 국궁대회 행사에 춤을 춘다기에 난 “어디에서 10월 1일 국군의 행사를 하냐?”고 엉뚱하게 물었다. 알고 보니 활쏘기 행사였다. 국궁을 국군으로 잘 못 본 것이다. 아, 한두 해전가 한인 행사에서 국궁을 알린다는 분이 명암을 주며 한번 나에게 오라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기회는 항상 있는 게 아니니 한 시간 넘는 거리지만 가기로 마음먹었다. 요즘 내 건강 상태도 안 좋으니 남편도 가야 했다. 그이가 미국인과 테니스 치는 시간인데 어쩌나. 구글이 안내하는 데로 길을 따라갔지만 허탕이었다. 아직도 낮은 여름인데. 도시의 넓게 트인 길의 운전도 싫어하는 그이가 험악한 산길에 놀라 돌아가자며 투덜거렸다.

아슬아슬 2차선 산길을 가도 찾는 집 주소 번호는 나오지 않았다. 다시 길을 돌아왔다. 마침 건너에 안전모를 쓰고 자전거를 탄 아저씨가 지나기에 손짓했더니 달려왔다. 저쪽 고속도로 근처에 사는데 여기 산허리를 반 시간쯤 걸렸다고 숨찬 소리로 말했지만 가르쳐주려고 애썼다. 헤어지며 알았지만, 닥터 웨크터(Dr. V Wechter)의 전화기도 방향을 거꾸로 본 것이다. 고마워서 내 책을 사인해 드렸더니, 궁 대회 끝나면 자기 집으로 오란다. 알고 보니 4년 전에 은퇴한 안과의사이며 아보카도 농사를 하면서 인생을 즐기는 멋쟁이였다.

평소처럼 지도 공부를 충분히 해 오지 못한 내 탓도 있었다. 새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을 사용해 본 적이 없어 더 당황했다. 방향감각이 좋은 편이라 걱정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다음엔 길에 서 있는 우체부 자동차로 다가갔더니 첫 근무 날이라 다른 길은 전혀 모른단다. 허 참. 그다음 사람도 이 동네를 잘 모른다며 미안해하고 있는데, 경찰차가 왔다. 순경은 우리가 위험한 지역에 주차했기에 걱정돼왔다고 말했다. 와 반가워! 나는 가슴이 뛰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거의 볼 수 없었던 경찰들. 좁은 길이라 경찰차가 뒤에서 호위하며 마이크로 우리 차를 안내했다. 십 미터 남짓을 가니 바로 왼쪽에 성조기와 태극기가 펄럭였다.

차 한 대가 드나드는 입구. 십 에이커라고 들었다. 공동의 시골집들이 몇 채 보였고, 한 번의 화살표 사인만 있을 뿐. 구불구불 물으면서 들어갔다. 저기 안 광장에 수십 대의 차들이 주차해있었다. 한 시간 반을 길에서 헤매는 바람에 한국 춤과 사물놀이 행사는 끝나버렸다. 정 선생 남편, 박용석 선생에게 아무리 전화해도 와이파이가 안 터지는 곳이니 안 된 것이었다. 김헌구 대표에게 인사하니 어서 식사하시라고 했다. 분주해 보여서일까? 내가 간간이 묻는 물음에도 상세한 설명이 없다. 틈틈이 참석자들을 만나 내가 들은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Jayden 오종수와 부모

오후에는 칼을 전문적으로 던지는 다니엘이라는 강사가 첫 강의를 했다. 난 섬뜩했지만 지금 세상도 험하지만, 이런 곳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면 갖가지 무기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시간 가까이 연습 시간을 가진 후, 145m 거리에 있는 과녁을 향해 먼저 남자팀들이 줄지어 경쟁했다. 다음에는 여성 팀이. 외국인과 한국인들이 섞여 있어 보기 좋다.

샌디에이고에서도 한국인이 참석했다. 김 사범과 같은 교회를 다닌다 했다. 난 김태희 선수를 만나서 기쁘다. 그는 경력 23년 차이고 지금은 무게가 43파운드 되는 활을 쏘고 있다 한다. 로스앤젤레스에 살며 석 달에 한 번 정도 온단다. 그녀는 미국에서 남편 조셉 박을 만나 결혼했고 조셉 씨도 지금 20파운드짜리 활로 연습하는 초보자란다. 하얀 도복을 입고 나에게 친절하게 다가온 이웃이라며 인사했던 멕시코인 에스터반(Esteban)은 김 대표의 오른팔 제자 같았다.

전 한국의 국궁선수 김태희가 145미터 거리 과녁을 향해 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래의 국궁선수가 될 꼬마 스타, 제이든(Jayden 오종수)을 만난 게 나는 기쁘다. 10살, 5학년이다. 어바인에서 부모와 함께 2시간 걸려 왔다. 우연히 인터넷으로 국궁 가리키는 김 사범님을 뵙게 되어 지난번 찾아 와 한번 지도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양궁을 사사하며 연습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20m 거리에서 과녁을 거의 맞혔노라고 곁에서 구경하던 내 남편은 나에게 귀띔해주었다.

50대 초반이라는 제이든의 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많고 배우려고 하기에 그가 원하는 것들을 모두 가르쳐주려고 한다 했다. 전화기만이 유일한 장난감인 줄로만 알도록 방관해버리는 요즈음 부모들이 대부분인데, 얼마나 훌륭한 가정인가. 또 아이 역시 건전한 취미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가. 미래의 국궁선수가 되어 우리나라를 알릴지도 모르는 애국자가 될 것이다.

김헌구 대표가 찾아온 문하생과 가족들에게 점심을먹으며 담소하고 있다.

양궁은 활이 동그랗다고 한다. 나비 모양으로 생긴 국궁은 조준기가 없어 정신수련이 먼저라고 한다. 멀리 서 있는 4개의 과녁 뒤에는 바람의 방향을 알리는 깃발이 꽂혀 있었다. 바람에 따라 활을 들어 올리는 각도도 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정식이름이 궁도일까. 김헌구 대표가 한글로 써놓은 간판, ‘대한정’과 ‘인애덕행(참으며, 사랑하고, 덕을 베풀며, 인격의 실천)’. 그는 진정 숨은 애국자였다.

떠나려고 자동차로 돌아오니 우리 노견이 참다가 지쳤는지 방석에 똥을 싸 놓고, 울상이다. 돌아오는 길은 피곤해도 내가 핸들을 잡았다. 자동차도 뿌연 흙먼지를 뒤집어썼지만, 보람 있는 날이었다.

대한정(Korean Archery Association) 주소: 29745 Lilac Road Valley Center, CA 92082

필자소개
미주 한인언론 칼럼니스트로 활동
방일영문화재단 지원금 대상자(2013년) 선정돼세 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발행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날아라 부겐빌리아Ⅱ>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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