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앉아서 눌까 서서 눌까 고민하는 남자들
[김재동칼럼] 앉아서 눌까 서서 눌까 고민하는 남자들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08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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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 오줌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결혼생활 44년, 평생을 몸담았던 보험회사에서 이제 막 은퇴한, 66세 초로(初老)가 된 주인공 워런 슈미트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변기에 앉아 오줌을 누었다. 아내가 죽자 슈미트는 좌변기 앞에 서서 소변을 보며 “마누라가 어찌나 깐깐한지 4년간 앉아서 오줌을 눴어”라고 독백한다. 할리우드(Hollywood)의 전설적인 성격파 배우 잭 니콜슨이 주연으로 나온 2002년 개봉 영화 ‘어바웃 슈미트’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얼마 전 새크라멘토에 사는 한 독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요즘 남자들의 화제 중 하나가 앉아서 오줌 누기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과 함께, 남자의 위상이 추락하는듯하지만 어찌하겠냐며, 내 칼럼에서 한 번쯤 다룰만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실은 나도 비교적 청결 상태가 떨어지는 공중화장실을 제외하고는 집에서나 직장에서, 남의 집을 방문할 때 앉아서 용무를 치른 지 오래다. 전립선 비대증에 앉아서 오줌을 누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주치의 말 때문만은 아니다.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과 위생 그리고 청결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어느 연구 결과를 본 뒤부터였을 것이다.

영화 ‘어바웃 슈미트’에서 은퇴한 가장 슈미트로 나오는 잭 니콜슨
영화 ‘어바웃 슈미트’에서 은퇴한 가장 슈미트로 나오는 잭 니콜슨

새크라멘토의 독자가 언급한, 남성이 앉아서 오줌을 누는 것이 생각처럼 남성성과 남성의 위상에 크게 관계가 없다는 것에 대해 예를 들어 보겠다. 대변 볼 때를 떠올려보면 남자들도 당연히 앉아서 오줌을 눌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에서는 앉아서 오줌을 눈다는 남성의 비율이 전체의 과반을 넘겼다는 통계도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남성들에게 앉아서 오줌 누기를 권한다고 한다. 일본 남성의 40%는 앉아서 오줌을 눈다는 연구논문도 있다. 2012년 8월, 대만 환경부 장관은 남자도 앉아서 소변을 봐야 한다는 발언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 남성이 앉아서 오줌을 누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유독 한국과 재외동포들의 비율이 상당히 낮은(15%)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서서 오줌을 눌 때 화장실 위생과 청결에 얼마나 취약한지 한 신문 기사를 인용해 그 심각함을 알아보기로 하자.

"일본의 화장실 환경을 연구해온 가정용 세제 업체 존슨과 기타사토환경과학센터는 일반 가정의 좌변기에서 오줌을 눌 때 어느 정도나 튀는지를 측정했다. 남자가 서서 오줌을 누면, 바닥은 변기의 바로 앞부터 반경 40㎝, 벽은 바닥에서부터 30㎝ 높이까지 튀는 것으로 나타났다.

1개월 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변기(남자 혼자 사용)를 조사한 결과, 전혀 예상치 못한 곳까지 오줌이 튀었다. 과학센터 관계자는 튀는 범위가 상상보다 훨씬 넓었다고 말했다. 생활용품 업체 라이온의 실험에서는 남자가 일곱 번 오줌을 누면(하루 평균 소변량에 해당) 약 2,300방울이 변기 바깥으로 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설비 업체 INAX가 지난해 주부 103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선 가정의 남자 수와 화장실 냄새의 상관관계가 잘 드러난다. ‘화장실에서 악취를 느낀 적이 있냐’는 물음에 남자가 없는 가정에선 16.7%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런 대답은 1명 있는 가정에서 34.5%, 2명 있는 가정 49.6%, 4명 이상인 가정 66.7%로 늘어났다.(2006년 12월 5일 한겨레 <남자의 튀는 오줌 막아라> 기사 내용 중 발췌)

오래전 지인 부부가 우리 집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들이 가고 난 뒤 화장실을 정돈하러 간 아내가 깜짝 놀라 나를 불렀다. 가보니 변기 주변이 엉망이었다. 파티라도 하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첫 번째 사람이 일을 치러놓으면 뒷사람은 자동으로 따라 한다.

오줌이 튄 것을 화장지로 닦아 주는 배려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엉덩이 받침대라도 올리고 소변을 보면 그나마 다행이다. 건(乾)식인 미국 화장실은, 대부분의 한국 화장실처럼 물로 청소를 할 수 없어, 특히 손이 많이 간다. 물청소를 할 수 있는 한국식 화장실이 청결과 위생관리에 그나마 낫다고 생각한다.

최근 미주 한인 동포 가정에서, 위생과 청결을 위해 앉아서 소변보기를 권유받는 남성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앉아서 소변보는 것이 남성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있다. 사실일까? 내 주치의의 말을 빌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우선, 남성은 서서 음경을 잡고 살짝 들어준 자세를 취해야 소변이 잘 나온다고 한다. 그래야 ‘S자’ 모양으로 두 번 꺾여있는 요도가 바로 펴지기 때문이란다. 좌변기에 앉아서는 이런 자세를 취할 수 없다.

하지만 전립선 비대증이 있으면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게 낫다고 주치의가 내게도 그러기를 권했다. 전립선 비대증은 전립선이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해 소변이 잘 안 나오는 질환이다. 전립선 비대증이 있으면 방광 수축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앉은 자세여야 복압이 올라가면서 배뇨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다만, 이때도 좌변기보다는 재래식 화장실에서처럼 쪼그려 앉아야 복압을 올릴 수 있다. 앉아서 소변을 보면 요도괄약근이 더 쉽게 열리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해부학적으로 현생 인류는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등장했다.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인류의 조상은 직립보행을 했다. 신체 구조상 대변을 볼 때를 제외하고, 남성은 물론 여성들도 서서 오줌을 누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문헌에 따르면 중세 유럽 여성들이나 북아메리카 원주민 여성 중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는 기록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이렇게 수십만 년을 이어온 남성의 서서 오줌 누기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21세기 인간(남성)의 DNA는 건강과 청결, 위생, 타자(他者)를 배려하는 이타심에 의해 새로운 진화가 시작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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