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송도삼절과 정읍오절(井邑五絶)
[전대열時論] 송도삼절과 정읍오절(井邑五絶)
  • 전대열(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22.10.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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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전대열(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과거와 달리 근년에 들어 세계 모든 국가들이 관광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경제적으로 관광 사업은 큰 투자가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상당한 수입을 올리는 장사다. 그렇다고 아무것이나 내놓고 “이것을 보러 오라”고 할 수는 없기에 나라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관광 상품으로 내놓는다.

관광은 눈요기가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지만 그 내용에 따라 다양한 문화와 접목된다. 문화는 역사적 사실과 연계되고 있으며 관광의 가치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큰 공로가 있는 왕이나 장군들의 라이프 스토리가 얽혀 있거나 문화적으로 우러러보는 인물의 태생지 같은 곳도 관광으로서의 가치를 드높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로마나 파리 같은 역사의 유적을 많이 간직하고 있으면 세계적인 관광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더구나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큰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관광에 눈을 떠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특별한 기계시설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과거부터 내려오는 부동의 자산을 비싼 관광자금을 쓰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그것은 주로 국내인보다 외국인들의 입국으로 외화벌이를 할 수 있는 바탕이다. 관광 상품은 이러한 자연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이 처음에는 주류를 이뤘지만 지금은 온갖 문화적 가치를 내세워 관광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 BTS는 외국에 나가서 엄청난 값을 올렸다.

그들은 이미 세계 제일의 관광 상품이 되어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그룹이 되었다. 대중음악으로 세계를 제패한다는 것이 과거에도 더러 있었다. 영국의 존 레넌 같은 가수는 수십 년이 된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여성 보컬인 블랙핑크가 최근 미국과 영국을 휩쓸 수 있는 것도 BTS 같은 그룹이 길을 텄기에 가능한 일이 되었다. 영화 미나리와 오징어 게임은 세계 영화의 최고상을 거머쥐며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이들 문화 상품은 살아서 숨 쉬는 한국의 보배다. 이들이 공연하는 곳은 어디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수만 명이 몰려오는 대박을 터뜨린다. 한국인의 긍지를 높이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큰 시설이나 큰 투자가 없이도 가능한 것은 그만한 교육과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머리를 가진 재주꾼이 많다는 얘기다. 이들은 어디에 내놔도 훌륭한 관광 상품의 역할을 해낸다.

국내 지역별로 지방자치단체들도 뒤늦게 여기에 눈을 떴다. 과거에 별로 돌아보지 않던 지역 내의 특징과 전통을 살리는 개발에 전념하게 된 것이다. 옛날 내가 학교 다닐 때 수학여행을 가는 곳은 계룡산 갑사나 경주불국사가 주를 이뤘다. 그 지역의 식당이나 여관은 재미를 봤겠지만 관광의 다양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마다 구경할 만한 곳이 널려있다. 전주 한옥마을은 내가 태어난 곳이다. 옛날부터 살던 기와집들이 지금은 한옥마을에 편입되면서 엄청난 가치를 올렸다고 한다. 1년에 6백만 명이 구경을 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오래되었는데 지금은 훨씬 많을 것이다.

안동 하회마을은 누구나 가 보고 싶은 곳이다. 얼마 전 서거한 영국 여왕까지도 이 마을을 찾아 하룻밤을 자고 갔기에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보여주는 곳이 옛날에도 없지 않았다. 금강산이나 설악산의 명성은 뒤로 하고 고려 시대의 수도였던 개성은 옛 이름이 송도다.

이 송도는 유명한 황진이와 서화담 그리고 그들이 고답적인 문장을 주고받으며 노래와 시를 즐겼던 박연폭포를 가리켜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고 불렸다. 여기에 남북통일의 징검다리가 되기를 기약하며 한국 정부가 북한정권과 합의하여 개성공단을 건립했지만 안타깝게도 금강산 관광객의 사살사건으로 10년 만에 막을 내렸다.

나는 송도삼절과 비견(比肩)하는 한국 내의 지역을 찾다가 정읍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백제 시대의 고문(古文)인 정읍사(井邑詞)와 가렴주구를 일삼는 관권에 대항하여 동학혁명을 일으킨 전봉준 장군 그리고 세계적인 단풍명소인 내장산이다. 송도삼절보다 훨씬 뛰어난 내용을 품고 있을뿐더러 역사와 문학, 자연의 상징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나는 즉시 ‘정읍 삼절이 송도삼절보다 낫다’는 제목으로 세상에 알렸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정읍을 찾았다가 삼절을 오절(五絶)로 바꿔야 하겠다고 착상했다. 그것은 칠보면 무성서원(武城書院)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더 이상 다툼이 필요 없고 산내면 12만 평을 구절초공원으로 가꿔 한국 최초의 지방 정원으로 인정된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순천만의 해양 정원은 이미 국가 정원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정읍의 구절초정원 역시 그에 못지않은 아름다움과 힐링의 명소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구절초는 산과 들에 흔히 피어있는 들국화의 다른 이름이지만 희고 붉은 꽃만 있는 게 아니라 무지개를 능가하는 형형색색으로 은은한 향기와 함께 발을 머물게 한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자기 지역의 특색을 찾아내 역사와 문화를 함께 하는 풍성한 컨텐츠를 일궈내기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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