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치매세상(癡呆世上)이 오나?
[전대열時論] 치매세상(癡呆世上)이 오나?
  • 전대열(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22.10.21 08: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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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전대열(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살면서 한 번도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천하장사를 자처하는 사람도 어딘가 반드시 아픈 데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아프지 않더라도 세월이 흐르다 보면 언젠가 병증이 도지게 된다. 젊어서부터 운동과 영양식으로 누가 봐도 건강하게 보였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하나둘 묻혀있던 병증이 돋아난다. 옛날에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로 나이 70이 되면 아주 오래 산 것으로 추켜세웠다.

지금부터 40~50년 전 만 해도 세는 나이 60이 되면 회갑 잔치를 벌였다. 서울에서는 돈암동 아리랑 고개에 있는 신흥사 일대가 회갑 잔치의 명소였다. 산더미처럼 부풀어 올린 회갑상 앞에 고은 옷으로 치장한 부모님 앞에 아들 딸 손자 손녀까지 아래 자식들이 많아야 복 많은 노인이라고 더 큰 축하를 받았다. 하물며 70세 고희연은 인생의 종착역처럼 생각되면서 더 많은 축하객들이 몰려왔다. 때로는 80을 넘기시는 어른이 계시긴 했지만 극히 드물었다.

늙어서 자식들의 효성을 멀쩡하게 받을 수 있는 노인은 참으로 큰 복을 타고났다는 축언(祝言)이 쏟아졌지만 상당수는 노환에 시달렸다. 노환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병이 노망(老妄))이다. 노망든 노인이 집 안에 있으면 그 집은 항상 긴장하고 비상에 걸려있는 것과 같았다. 그 당시 사회 풍조는 객사(客死)를 가장 두려워했다. 자기 집에서 종신(終身)해야 된다는 어설픈 믿음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도 최종 위험판정이 나오면 얼른 집으로 모셔왔다.

노망난 노인에 대해서는 지극정성으로 그 뜻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다 보니 집안은 언제나 병자 위주로 준비되어야 한다. 이 노망이 현대 용어로는 치매다. 노망보다 치매가 좀 나아 보이지만 이 말도 다른 말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제는 굳어진 이름이다. 더구나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이제는 회갑이나 고희 정도의 나이는 청년 취급을 하고 겨우 80은 넘어야 그나마 노인행세를 하는 형편이다. 현재 일본은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지만 한국은 2026년이다. 일본보다 10년이 빠른 속도다. 따라서 치매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국립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5년 62만 명이던 환자 수가 2021년에 92만 명으로 늘었다. 2030년이면 136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뇌 손상이 일어나면서 기억력이 떨어지고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는 초기증세로부터 시작한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은 미국 대통령 레이건이나 복싱 세계 선수권자인 알리도 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유명한 영화배우 등 문화계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이 치매에 걸려 활동을 중단한 사람이 많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 유명 인사들이 치매 판정을 받으면 가족들은 이를 공표하지 않고 숨기기부터 한다. 명예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만인의 추앙을 받던 유명 여성 법률가도 최종적으로 치매로 고통을 받다가 세상을 떴다. 지금도 유명 정치인들이 치매로 세상과 떨어져 산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많은 인사들이 남몰래 치매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다. 치매는 아직 근치(根治)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병은 반드시 치료제가 나왔다. 많은 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기에 기대가 크다.

나는 지난달에 연거푸 두 사람의 지인을 잃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가장 친했던 경제학 박사 박창일이 떠났다. 친구 만나기를 가장 좋아했던 그가 어느 날 파킨슨병에 걸렸다. 친구들과 어울려 점심을 같이했는데 걸음걸이가 시원찮았다. 그 길로 병원에 들어가면서 오랜 세월 요양병원에서 나오지 못했다. 부인이 보건소 간호과장이어서 그나마 치료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파킨슨병이 오래되니 치매가 왔고 코로나 이전에는 문병을 할 수 있었지만 말 한마디 못 하고 눈만 꿈쩍거렸던 정경만 눈에 아른거린다. 또 한 사람은 나의 형수(兄嫂)다. 형은 더 먼저 떠났고 홀로된 형수는 벌써 10여 년 전에 치매로 입원했다. 90을 훨씬 넘긴 나이라 가실 것은 예견하고 있었지만 인자했던 모습이 못내 눈에 스친다. 치매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70세가 넘으면 매년 검사하고 치매안심센터의 특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치매 지옥을 넘어가는 데 유리하다. 치매를 무서워하지 말고 자신감(自信感)을 가지고 극복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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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 Young 2023-06-08 16:20:51
어머니는 우리 가족의 건강 문제 중에서 치매를 가장 두려워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녀는 그것이 그녀의 가족에게 흔한 일이고 그녀는 그것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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