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입양동포 만나면 따뜻한 밥한끼 나누길
[해외기고] 입양동포 만나면 따뜻한 밥한끼 나누길
  • 노선주 프랑스 디종한글학교 교장
  • 승인 2022.10.21 16: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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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주 프랑스 디종한글학교 교장
노선주 프랑스 디종한글학교 교장

처음부터 입양아에 관심을 두었던 건 아니다. 2002년 처음 한국어 수업을 하기 전에는 입양아를 길거리에서 만나도 한국인일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인이라면 풍겨야 하는 어떤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화장기 없이 까무잡잡하게 탄 얼굴, 의상 코드, 눈빛 모든 것이 낯설었다.

후에 입양동포를 만나고 입양한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마음으로 공감할 수 없었다. 자신들의 결핍을 채우러 입양을 하고 이기적인 마음으로 입양을 보낸다 생각했다. 과거에 매달려 발목을 잡힌 입양동포들을 볼 때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프랑스에 적응해 살라 했다.

그러다 유산을 겪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되는 유산과 생명을 다투는 수술이 반복되며 자식과 부모의 관계가 하늘이 주시는 소중한 끈이며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툰 부모들, 상처받는 아이들, 오은영 박사님 천 명이 와도 고칠 수 없는 그 깊은 상처들을 하나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때에야 입양동포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가슴으로 들었다.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많은 사람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그 수많은 관계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무릎 꿇고 깨달았다.

소중한 자식이 있었기에 나아갈 수 있었다. 버텨준 가족이 있었기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엄마, 언니, 누나라고 부르는 입양 동포 가족들이 있었기에 나아갈 수 있었다.

아무리 바쁠 때라도 수업 중에 울리는 전화더라도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받고 답하는 것이 입양 동포들의 전화와 문자다. 바쁜 일상에 매일 같이 한국의 가족에게 통역해 달라 문자를 보내고, 다시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왔다 전화를 하고 한국에 갈 건데 통역과 프로그램을 짜 달라 한다.

‘내가 왜? 돈도 되지 않고 대가도 없는 일에 귀찮은 일에 시간을 들여?’라고 백만 분의 일 초라도 생각한 적 있다면 섣불리 행동하지 말라고 내 자신에게 말한다. 그들의 상처는 우리가 밖에서 보는 것보다도 훨씬 깊고 크고 아프다.

당신을 어느 날 갑자기 미국 한 도시에 떨구어 놓고 오늘부터 이 사람들처럼 살아야 한다고 하면 어떨까? 그 어린 마음이 겪었을 단절의 시간과 공포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개인의 역량과 힘에 따라 극복의 과정은 다르겠지만 그렇다고 상처가 아픔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어디 한켠에 고이고이 덮어두고 잘 달래며 사는 것이지.

그러니 함부로 돕는다고 생각 말고 베푼다고 말하지 말라. 입양 기관들이 뿌리째 그 근본 의식을 바꾸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이런 입양아들의 마음을 온전히 보듬어주고 받아 주는 기관은 재외동포재단밖에 보지 못했다. 입양 사업을 인권 차원에서 접근한 것도 그리고 그 수많은 이야기들, 단체들을 품고 함께 나갈 수 있는 단체도 재외동포재단 뿐이다.

누구든 입양 동포들에게 잃어버린 가족이 되어주길 바란다. 입양동포들의 새로운 가족 만들기 사업을 하는 이유다.

그 어느 외국인들보다 한국 땅에 발을 딛는 일이 힘든 입양 동포들이 공항에 홀로 내려 호텔 방에서 홀로 밤을 새우지 않길 바란다. 세계 한글학교 선생님들에게 이렇게 두 손 모아 부탁드리고 싶다. “입양동포들 만나면 꼭 한국어 배우라고 하고 따뜻한 밥 한 끼 함께 해 주세요”라고.

사진은 재외동포재단이 10월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용산에 있는 드래곤시티에서 개최한 ‘2022 차세대해외입양동포 대회’.
사진은 재외동포재단이 10월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용산에 있는 드래곤시티에서 개최한 ‘2022 차세대해외입양동포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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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철 2022-10-21 17:36:55
덩그런이 홀로...생각을 해도 그들의 아픔을 어찌 알까요~~
다시는 아픔 없도록 보듬어 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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