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진주성 촉석루와 의기사(義妓祠)...논개와 산홍
[탐방] 진주성 촉석루와 의기사(義妓祠)...논개와 산홍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2.11.05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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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군에서는 ‘기생 아닌 반가 열녀’... 지자체의 논개 논쟁
촉석루에서 내려본 진주 남강
촉석루에서 내려본 진주 남강

(진주=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진주 촉석루 안쪽 의기사(義妓祠)에는 시를 쓴 현판 두 개가 걸려있다. 하나는 매천 황현이 쓴 시이고, 또 하나는 기생 산홍(山紅)이 쓴 시 현판이다.

“역사에 길이 남을 진주의 의로움, 두 개의 사당과 높은 누각으로 서 있네, 별일 없이 살아가는 게 부끄럽네, 장구 치며 세상을 떠돌 뿐이네.”(千秋汾晋義 雙廟又高樓 羞生無事日 茄鼓汗漫遊)

이 시에서 나오는 두 개의 사당과 높은 누각은 진주성 촉석루와 의기사, 그 옆에 있는 쌍충각을 일컫는 듯하다. 의기사는 기생 논개를 기리는 사당이다. 충의로운 기생이라고 해서, 의기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판의 시를 쓴 산홍은 황현의 매천야록에 기록이 있다. 매천야록 광무 10년(1906)에, “진주기생 산홍은 얼굴이 아름답고 서예도 잘하였다. 이때 이지용이 천금을 가지고 와서 첩이 되어줄 것을 요청하자. 산홍은 ‘세상 사람들이 대감을 오적의 우두머리라고 하는데 첩이 비록 천한 기생이긴 하지만 사람 구실은 하고 있는데 어찌 역적의 첩이 되겠는가’라며 사양하였다. 이에 이지용이 크게 노하여 산홍을 때렸다”라는 기록이다.

이지용은 1905년 내무대신으로 을사오적 중 한 사람이다. 1907년에는 중추원 고문에도 임명됐다. 기생 산홍은 권세가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대단한 그를 ‘역적’이라며 비난했다.

그런 산홍이 쓴 글이다 보니 내용도 뜻깊다. 선배 논개는 왜장을 안고 몸을 날려 천추에 꽃다운 이름을 남겼건만, 자신은 하릴없는 세상에 태어나 장구나 치며 아무렇게나 세상을 떠돌고 있다고 한탄한 것이다.

진주 촉석루와 의기사를 찾은 것은 10월30일이었다. 여수에서 열린 세계경제인대회에 참여했다가 울산에서 열리는 제20차 세계한상대회에 오는 길에 진주를 들렀다. 이날 진주는 개천예술제가 한창이어서인지 진주성입장은 무료였다.

촉석루가 있는 진주성은 임진왜란 당시 최대 격전지의 하나였다. 진주목사 김시민과 3,800명의 군사들이 왜군을 상대로 크게 이겼으나 이듬해 왜군 9만명이 재침해 관군과 의병 백성 등 7만명이 순절했다.

진주성 촉석루에 올라 남강을 굽어보며, 이런 옛일을 상상해본 뒤 논개가 왜장과 함께 물에 뛰어들었다는 의암(義巖)을 찾았다. 의암은 촉석루에 붙어있었다.

경남 진주에서는 이처럼 의기사를 세우고 기생 논개의 충절을 오래도록 기려오고 있지만, 논개의 생가가 있다는 전남 장수로 가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장수에서는 논개가 기생이 아니라 경상도 병마절도사 최경회의 둘째 부인이라는 설이 정설처럼 돼 있다.

장수에는 논개를 기리는 논개사당이 있고, 최경회가 논개와 함께 심었다는 500년 된 소나무까지 있다. 소나무 이름은 ‘의암송’이고, 논개사당은 논개의 호를 딴 의암사(義庵祠)다. 장수군이 조성한 장수역사탐방로를 따라가면 장수향교 인근으로 논개와 관련된 의암사와 의암송을 만날 수 있다.

논개가 기생인가 아닌가? 왜 지자체가 서로 다른 주장을 펼까? 소설가 이병주는 지나간 일들이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말을 남겼다. 논개의 충절어린 이야기도 햇빛에 바래고 달빛에 물들어가고 있는 중일까? 진주성을 떠날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의기사
의기사
촉석루
촉석루
촉석루 아래에 있는 의암을 사람들이 둘러보고 있다.
촉석루 아래에 있는 의암을 사람들이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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