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민 주일대사, “가장 큰 현안은 강제동원 현금화 문제”
윤덕민 주일대사, “가장 큰 현안은 강제동원 현금화 문제”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2.11.0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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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평화통일포럼서 기조강연… 민주평통 일본지역회의가 주최
윤덕민 주일대사
윤덕민 주일대사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민주평통 일본지역회의(부의장 김광일)가 ‘한반도 평화통일과 한일관계 미래 비전’을 주제로 개최한 한일평화통일포럼에서 윤덕민 주일대사가 기조강연을 했다. 포럼은 지난 10월 25일 오후 2시부터 동경 게이오프라자호텔에서 열렸다. 다음은 기조강연 주요내용이다.

지난 9월 UN총회에서 양국 정상이 2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이날 양국 정상은 한국과 일본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키고, 북한 핵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는 한편, 현안 해결을 비롯한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둔 지난 4월에는 정책협의단을 일본에 보냈으며, 5월 윤석열 대통령님 취임식을 계기로 하야시 외무대신이 한국을 방문했고 7월에는 박진 외교장관이 방일해 외교장관회담도 가졌다. 더욱이 지난 9월 말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일본을 방문했다. 이처럼 새 정부 출범을 전후로 한일 간 고위급의 교류가 이어지면서 양국 간 우호적 모멘텀이 축적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주일대사로 부임하기 전날 대통령을 뵈었을 때, 대통령은 ‘하루빨리 양국 관계가 가장 좋았던 시기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한일 관계가 가장 좋았던 시기는 과연 언제였을까?

나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일본이 16강, 한국이 기적적으로 4강에 진출했을 때 요요기 경기장 앞에 일본 젊은이 수만 명이 운집하여 한국을 응원하던 때의 기억이 뇌리에 남아있다.

또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서울 길거리에 ‘일본 힘내라’, ‘지진 따위에게 지지 마라’라고 쓴 현수막이 걸렸던 것도 가슴 뭉클한 기억이다. 아마 이런 시기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한일 관계의 회복을 위해 몇 가지 짚어봐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는 과거에 양국이 맺는 협력의 틀이다. 양국은 1965년 한일협정을 비롯해 여러 공동성명, 담화 등 양국 협력의 틀이 될 합의를 어렵게 이뤄왔다. 이러한 틀을 제대로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둘째로, 역사 문제의 민감성이다. 양국 간 역사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칸 담화 등 여러 노력이 있었고, 양국 정상이 만날 때마다 이를 확인했다. 일본은 왜 한국이 갑자기 반일로 치닫는지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한국의 관점에서 보면 일본은 점점 역사수정주의로 흘러가고 있다.

일례로 2015년 아베 담화에는 ‘일-러 전쟁의 승리로 식민 지배하에 있던 아시아 및 아프리카인들에게 용기를 주었다’는 언급이 있다. 이는 보통의 한국인은 물론, 지일파로 여겨지는 나조차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발언이다. 교과서 문제에서도 인근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배려한다는 근린조항이 유명무실해졌다.

셋째, 최근 몇 년간 한일의원 교류, 수학여행 등 학생교류, 학술교류 등 다양한 레벨의 네트워크가 많이 무너졌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넷째, 현안 해결을 위해 한일 양국이 긴밀히 협의하고, 해결하고, 관리해 나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9월 UN 총회에서의 한일 정상 간 약식 회담 등 다양한 레벨에서 양국 간 대화가 이어지고 있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다.

‘한일 평화통일 포럼’이 지난 10월 25일 일본 동경에서 열렸다.[사진제공=민주평통 사무처]
‘한일 평화통일 포럼’이 지난 10월 25일 일본 동경에서 열렸다.[사진제공=민주평통 사무처]

현재 한일 간 가장 큰 현안은 강제동원 현금화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8.17)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충돌 문제가 없도록 대응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의 기본 방향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강제동원 현금화 문제를 해결해 나감에 있어 2015년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의 교훈을 살려볼 필요가 있다. 당시는 우리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성의 있게 설명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현재 강제동원 문제 대응과 관련해서는 민관협의회를 통해 논의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직접 피해자를 만나는 등 피해자들에게 정중하게 설명하고 의견을 구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위안부 합의 발표 직후에는 일본 정부의 자금 거출 등에 대해 좋은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 측에서 ‘우리는 이미 돈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식의 발언이 나오면서, 한국 내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던 점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대응도 중요한데, 다행스럽게도 지난 9월 UN 총회에서 정상 간 회담을 가진 후,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임시국회 소신표명 연설(10.3)에서 한국에 대해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이고, “긴밀히 의사소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연설에서보다 매우 전향적인 입장 표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일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부터 미중 간 전략적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르기까지 동시다발적이고 복합적인 도전에 함께 직면해 있다. 뿐만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지역 균형 발전, 기후변화, 고물가·고환율 등 다양한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유일한 동아시아 국가다. 양국의 실질적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에서 경제규모 기준 세계 3위인 일본과 10위인 한국이 손을 맞잡으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양국 간 협력과 공조도 중요하다. 우리 신정부 출범 이래 한미일 3국 간 협력이 매우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6.29 NATO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이 약 5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것을 비롯하여 현재 3국은 각 급에서 체계적이고 긴밀하게 소통 중이다.

한미일 3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만큼, 향후 3국 간 기후변화, 공급망, 첨단기술 등 분야 글로벌 협력으로 지속 확대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8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여 ‘핵무력 정책 법령’을 채택했다. 이는 2013년 4월 채택한 기존 법령을 9년 만에 대체하면서 핵무력 정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법제화한 것이다.

김정은은 같은 날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핵무력 정책 법령 제정의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면서, 핵보유국으로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북한은 언제든 7차 핵실험을 감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올해 들어 전례 없는 높은 빈도로 새로운 양태의 미사일 발사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면서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다.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우리의 대화 제의는 물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인도적 지원 제안에도 호응하지 않고 있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이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 것은 비핵화 대화 재개를 향한 우리의 진정성과 진지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일본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은 공개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윤석열 정부는 통일정책 비전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3대 원칙과 5대 핵심과제를 정립했다. 이를 정리하면 도표와 같다.

윤석열 정부의 통일·대북 정책 비전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추진하여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구현하기 위한 3대 원칙은 △일체의 무력도발 불용, △호혜적 남북관계 발전, △평화적 통일기반 구축이다.

첫째는 윤석열 정부는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원하지 않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견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상응하는 불이익 조치를 하는 것이다.

둘째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및 유연한 상호주의를 적용하여 남북관계를 호혜로 발전시켜 남북이 상생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셋째는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헌법 4조가 부여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따른 평화 통일정책 추진 의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며, 국내외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여 한반도 평화의 기반을 차근차근 조성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과 원칙에 따라 5대 중점 추진과제를 설정했다. 첫째, 비핵화와 남북 신뢰구축의 선순환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번영 구현을 위한 핵심적 방안으로 ‘담대한 구상’을 적극 추진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발맞추어 경제·정치·군사 분야 조치를 동시에 하면서도 단계로 추진하며, 남북 간 경제협력 방안(5대 사업)을 협의 조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는 ①발전‧송배전 인프라 지원 ②항만·공항 현대화 프로젝트 ③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④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⑤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다.

정치·군사 차원에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실질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상호 존중에 기반한 남북관계 정상화다. 남북 상호간 호혜성을 바탕으로 국격에 맞는 남북관계를 추진하며, 교류협력, 인도지원뿐만 아니라 비핵화와 평화정착, 이산가족·납북자・국군포로 문제 등 서로 도움이 되고 균형되게 협의‧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셋째는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과 분단 고통을 해소다. 인도적 협력은 일관되게 추진하고,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키며, 북한이탈주민을 밀착 지원하는 등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나가는 방안이다.

넷째는 개방과 소통을 통한 민족동질성 회복이다. 비핵화 이전이라도 방송·언론·통신 분야에서 상호개방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며, 남북 그린 데탕트를 통한 한반도 기후·환경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겨레말 큰사전 제작, 개성만월대 발굴사업 등 민족‧역사‧종교문화 등을 중심으로 한 교류 추진도 들어있다.

다섯째는 국민·국제사회와 함께 내실 있는 통일준비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해 시대정신에 맞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해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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