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⑳] ‘매화 옛 등걸에’와 ‘한란(寒蘭)’
[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⑳] ‘매화 옛 등걸에’와 ‘한란(寒蘭)’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2.11.11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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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매화 옛 등걸에
- 매화

매화 옛 등걸에 춘절(春節)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매화(梅花?~?)는 조선시대 평양 기생이다. 유춘색이란 사람이 평양감사로 부임해와 매화와 가까이 지냈으나 나중에 춘설(春雪)이란 기생과 가까이하자 이를 원망하며 지었다는 유래가 전한다. 매화라는 자기 이름과 꽃의 이름을 이중의 뜻이 되게 하고 또한 자신의 늙어진 몸과 고목이 된 매화라는 이중의 뜻을 실은 중의법이 사용되었다. 춘절(봄철)과 연적(戀敵) 춘설의 이름을 초장과 종장에 배치한 것도 재미있다. 이 시조는 또한 옛날에 피었던 가지에 다시 꽃이 피듯이 한동안 안 오던 정든 이가 올 듯도 하지만, 때아닌 눈이 어지럽게 흩날리듯 세상이 어지러우니 못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치적인 뜻도 함축하고 있다.

* 현대시조

한란(寒蘭)
- 김상옥 

날 세워 창살을 까는 서슬 푸른 넋이 있다. 
한 목숨 지켜낼 일이 갈수록 막막하건만
향만은 맡길 데 없어 이 삼동을 떨고 있다. 

 
김상옥(金相沃, 1920~2004)은 1939년에 <문장>지와 동아일보 시조공모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와 많은 후학을 양성하고 주옥같은 시편을 남기신 분이다. 이 시조 초장에서 잎이 날을 세워 창가에 기대 창살을 베어낼 듯한 난초 잎의 그 곧고 날카로운 특성을 통하여 우리 마음을 다잡아 줄 고결한 정신이 스민 서슬 푸른 넋이 있다고 표현하고, 중장에서는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삶의 역경을 겨울 난초에 의탁하여 표현하고, 종장에서는 난초가 차갑게 은은히 풍기는 향기를 삼동에도 속 깊이 품고 있다가 은은히 퍼뜨리고 있음을 역동적으로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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