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자동차 경적과 운전습관
[김재동칼럼] 자동차 경적과 운전습관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2.11.20 07: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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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잡으면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 운전 중 어떤 이유에서든 경적(honk)을 울려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사실 경적은 목숨과 관련된 예민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그것은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해야 한다. 경적은 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다른 차량에 주의나 경계를 요구하는 역할을 한다.

또 보행자의 안전과 복잡한 도로 위에서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도록 경고음을 전달하는 기능도 한다. 비상시 차량 내부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긴요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나는 출퇴근을 할 때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여러 부류의 운전자를 보게 된다. 아침 출근길에 특히 그렇다. 어떤 이는 고속도로 위를 질주하면서 뭘 먹는다든지, 전화기를 한 손에 들고 통화를 한다든지, 전화기를 운전대(Steering Wheel) 위에 올려놓고 잠깐잠깐 양손으로 문자를 찍는다든지, 심지어 두 손을 운전대에서 완전히 뗀 채 화장을 하는 여성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위험천만한 운전 습관이다. 이런 광경을 목격할 때마다 나는 가볍게 경적을 울려 경고를 날리기도 한다. 하지만 경적은 소음으로 들릴 수 있다.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을 정도의 강한 경적은, 비상시를 제외하고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요즘 한국에서는 대책 없이 끼어들기 같은 얌체족들에게 경적을 잘 못 울렸다가,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차에 야구 방망이 등 흉기를 가지고 다니며,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로 유리창을 깨부수고 상대 운전자에게 상해를 입히는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난폭한 운전은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순간 욱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끼어들기를 한 차를 앞질러 가 급브레이크를 밟아 겁을 주거나, 고의로 사고를 내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어떤 경우는 오히려 한국보다 더 심각하다.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로, 그 차를 끝까지 쫓아가 총을 쏘기도 한다. 반면 자기 앞으로 끼어들 수 있도록 거리를 확보해 주는 착한 운전자들도 많다.

아주 오래전 신혼 초에 있었던 일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날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었는지 등골이 오싹할 정도다. 당시 우리는 주말마다 처가를 방문했다. 우리가 살고 있던 곳에서 처가까지는 고속도로로 약 20분 정도 운전을 해야 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별일 아닌 것에도 끄떡하면 경적을 울려대곤 했다. 될 수 있으면 경적은 사용하지 말라는 아내의 말을 잔소리라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그날도 처가에 가기 위해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내가 차선을 바꾸려고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켜, 신호를 주고 한참을 기회를 엿보며 달리는데 옆 차가 양보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속도를 늦추어 그 차 뒤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그 차 역시 속도를 줄이는 것이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경적을 몇 차례 울렸다. 그런데 그쪽에서도 경적을 울리면서 차를 좌우로 흔들어 대는 것이었다. 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 경적을 계속 울려댔다. 그러자 그 차에 타고 있던 서너 명의 10대(?)와 20대(?)들이 유리창을 내리고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내 차 앞으로 끼어드는 것이었다.

나도 질세라 그 차와 경주를 하듯 엎치락뒤치락 질주를 시작했다. 아내는 겁에 질려 그만하라고 비명을 질렀다. 아내의 비명에 정신을 가다듬은 나는 조금 속력을 줄이고, 그들 뒤쪽으로 빠졌다. 위험한 질주를 끝내고 차선을 바꾸어 고속도로를 빠져나왔다. 그런데 그들이 계속 따라붙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살짝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내 앞에서 내색할 수도 없고, 태연한 척하며 처가가 있는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그들이 끝까지 따라오더니 우리가 처가에 도착해 차를 세우자, 그들도 다른 골목으로 차를 돌려 동네를 빠져나갔다. 그날은 그렇게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며칠 후 처할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처가 정원의 나무들과 집 외벽 전체가 엉망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별거 아닐 거라고 할머니를 안심시키고, 바로 처가로 달려갔다. 처가에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심각했다. 스프레이 페인트로 벽에 KKK라는 글자를 써놓고, 정원의 나무마다 화장지를 풀어 걸쳐 놓는 등 엉망을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KKK는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의 줄임 말로, 백인 우월주의,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반(反) 로마 가톨릭교회, 기독교 근본주의, 동성애 반대 등을 표방하는 미국의 극성 비밀 결사 단체이다. 처가 어른들께는 동네 아이들의 장난이라고 둘러댔다. 그런 일을 겪고 난 뒤부터, 나는 경적 울리기를 자제하고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게 되었다.

경적은 소음이기에 앞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 주는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아무 때나 습관적으로 남용하는 것은 소음 공해일 수 있으며, 상대 운전자를 자극할 수도 있다. 그리고 조금 빨리 가려고 끼어들기를 한다거나, 과속 등 난폭운전으로 평생을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지혜로운 운전 습관이 아닐까 싶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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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아 2022-11-21 18:21:08
운전 습관은 그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기도 하지요.재동님의 칼럼으로 인하여 스스로의 운전습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안전운전 파이팅!

김금환 2022-11-20 10:05:46
하하하~~

그런 일이 있었군요. 세상이 많이도 험해 졌습니다.
한국 역시도 별반 다름이 없고 그나마 지방쪽으로
내려가면 한산하기도 하거니와 양보운전하는
양반 운전자들이 많아서 좋습니다ㅎㅎ

김재동님처럼 상대편의 안전을 염려해서
경적을 울려주는 좋은 운전습관처럼
한국과 미국에도 양반 운전자들이 많아지면서
양반 운전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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