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이해영 세종학당재단의 못 말리는 ‘MOU 사랑’… 배종민 사무처장은 전통시장과도 체결
[이종환칼럼] 이해영 세종학당재단의 못 말리는 ‘MOU 사랑’… 배종민 사무처장은 전통시장과도 체결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 승인 2022.12.0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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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네트워킹보다는 집안일에 신경 써야… 시장에서 쌀 사면서 MOU 해서야
배종민 세종학당재단 사무총장(오른쪽) 과 반재선 용산 용문시장 상인회 회장이 지난 11월 28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자매결연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세종학당재단]
배종민 세종학당재단 사무총장(오른쪽) 과 반재선 용산 용문시장 상인회 회장이 지난 11월 28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자매결연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세종학당재단]

세종학당재단(이사장 이해영)의 끝없는 MOU 체결 행진을 지켜보며 조홍선 전 나이지리아한인회장의 얘기를 떠올렸다.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에서 30여 년째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그는 나이지리아 시골 마을의 한 집안을 잘 알게 됐다고 했다.

30여 년째 근무하며 집안 허드렛일을 고용하다 보니, 언니가 떠나면서 동생을 소개해 인계하는 일이 반복돼 한 집안사람을 통째로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인구 2억2천만명의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의 이슬람국가다. 부족 수도 250개에 이르고, 언어도 250개에 이른다. 국토도 한반도의 거의 5배다.

인구가 많고, 문맹률이 높다 보니 인구통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20여 년 전 전국 인구센서스를 처음으로 실시하면서 나이지리아는 첫 일주일간 사람들의 이동을 금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기간에 집계를 내는 데 실패하자 한 달 넘게 이동금지령을 연장시켰다는 것이다. 이때 조 회장도 외부출입을 못 해 혼이 났다고 한다.

조 회장은 나이지리아에서 보모의 시골집에 초대를 받아서 간 적이 있다고 한다. 그의 집에서 수많은 딸들이 보모로 거쳐 갔으니 아는 얼굴도 많아서 마을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집에 가보니 보모의 친 형제자매들만 22명이었다. 이슬람을 믿다 보니 아버지가 여러 부인을 거느려서 무려 22명의 자녀를 두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아버지가 자녀들의 이름조차 다 기억 못하더라고 했다. 심지어 나이가 몇 살인지. 누가 언니 동생인지도 헛갈리더라는 얘기였다. 세종학당재단의 긴 MOU 목록을 보면서 이 기억을 떠올렸던 것이다.

MOU는 정식 협약을 체결하기 전에 당사자 쌍방의 기본적인 이해를 담기 위해 체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MOU가 세종학당재단으로 오면 성질이 바뀐다. 아마 외래어여서 세종학당재단은 쌍방이 함께 사진을 찍고 홍보자료를 내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종학당재단은 특히 제3대 이해영 이사장 부임 이래 한 달에 1-3건씩 끊임없이 MOU를 체결하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연거푸 체결한 데도 있다.

지난 2월 22일 아동권리보장원(원장 윤혜미), 3월 10일 종이문화재단(이사장 노영혜)과 체결했다. 4월 4일에는 한컴그룹-윤디자인그룹과도 체결했다.

5월 4일에는 한지살리기재단(이사장 이배용), 일주일도 지 않은 5월 11일에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과 교환했다. 이 기관과는 지난해 12월 29일에도 체결한 바 있다.

그리고 5월 26일에는 국립중앙도서관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5월 30일에는 공항철도주식회사(사장 이후삼), 6월 20일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이근), 7월 4일에는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곽효환), 8월 17일에는 이화여자대학교(총장 김은미), 9월 29일에는 연세대학교(총장 서승환)와 체결했다.

이즈음 해서 주춤하는가 했더니 11월에는 용산 용문시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체결했다고 한다. 세종학당재단은 이날 체결식 후, 재단 임직원이 용문시장에서 장보기 행사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구입한 쌀은 올 연말 재단 사무실이 있는 서초동의 불우이웃에 나눈다고 소개했다.

용산 용문시장과의 MOU 체결식에는 이해영 이사장 대신 배종민 세종학당재단 사무총장이 참여해 사진을 찍었다. 장보는데 사무처장의 업무추진비가 필요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처럼 한 달에 두세 건씩 기관을 바꿔가며 체결하는 MOU가 과연 의미 있을까? ‘MOU’나 ‘업무협약’ ‘체결’이라는 용어의 의미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나아가 이해영 이사장은 언제 어떤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는지 기억하기라도 할까? 

세종학당재단은 해외에서 우리말을 가르치는 세종학당 지원기관이다. 국내 네트워킹을 위해 MOU 체결 상대를 샅샅이 훑어가기보다는 집안일에 신경을 더 쓰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서 국회에서 ‘조직적 국감 방해’라는 지적을 당하지 않는 게 차라리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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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 2022-12-20 15:34:07
양해각서 중시 하는 단체 치고 내실 있는 기관 없던데요.
보여주기 식으로 운영하는 단체 들이 주로 이런 행동 하죠

LEE'S 2022-12-08 12:59:06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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