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코요테가 우리 강아지 귀를
[Essay Garden] 코요테가 우리 강아지 귀를
  • 최미자 재미수필가
  • 승인 2022.12.15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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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인가. 재활용 물 바켓을 들고 나갔던 남편이 놀라 말했다. 안마당 언덕에 코요테가 서 있다가 담장을 넘어 이웃집으로 갔다는 것이다. 흠, 내 가슴이 철렁했다. 최근에도 이른 아침이나 어둠이 내리던 저녁이면 길가에 서성이는 모습을 차를 타고 오다 보곤 했지만 집 마당까지라니. 하긴 코로나가 유행하는 두 해 사이에 길거리에는 왜 그리도 배고프고 집 없는 거지들이 늘어났는지, 야생동물 코요테도 배가 고프겠지. 들 토끼도 다 잡아먹고 이제는 집고양이와 개를 노리고 있다. 우리 집도 철망을 사다가 설치하고 준비를 미리 좀 해놓았지만 어이없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11월 초였다. 개가 집 안에서 실수를 할까 봐 남편이 잠깐 밖에 내놓았다는데, 우리 모두 그 순간 자리에 없었다. 내가 개를 찾아 안아 들었을 때는 내 손 위로 굵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한쪽 귀가 찢어져 사라진 것이다. 마당에 들어온 이리과 코요테가 기다렸다가 공격을 한 모양이다. 딸은 엉엉 통곡을 했고 죄인이 된 남편은 울쌍이었기에 나는 강아지를 데리고 화장실로 갔다. 소독을 하고 지혈제인 마데카솔 가루를 듬뿍 뿌리고 피를 멈추게 했다.

그리고 손전등을 들고 강아지 화장실인 닭장의 그물망을 살펴보았다. 화분이 넘어지고 동물이 다녀간 흔적이 보였다. 허술한 철망의 구멍 하나를 찾아냈다. 코요테가 그 구멍으로 주둥이를 쳐넣고 어슬렁거리던 봉사인 우리 강아지의 귀를 잡아댕겨 삼켜버린 모양이다. 그 야수는 마치 삶은 돼지 귀처럼 얼마나 졸깃하게 먹었을까. 난 채식을 좋아하는 편이기에 분통이 터져 닭살이 돋았다. 얼마나 쓰리고 아팠을까마는 참을성 많은 강아지는 무표정이었다. 눈만 깜박거렸다. 다음날 병원에 데려가 염증을 예방하려니 항생제를 받아와 먹였다. 그런대로 상처가 회복되어 밥도 잘 먹고 잘 걸었다.

사실 기다랗고 쫑긋하게 쭉 뻗어 있는 명품 귀를 가진 강아지는 땅개종자인 닥슨과 똘똘하고 사납기도 한 치와와의 잡종이다. 어릴 적엔 동네를 걸으면 몸뚱이보다 귀가 워낙 커서인지 사람들은 잠시 멈추어 귀 모양이 재미있다며 한참 웃곤 했다. 약 18년 전 가난한 라티노가 길가에 새끼강아지를 놓고 팔았는데 어느 한인 청년이 사서 여자 친구에게 선물했는데 헤어지는 바람에 로스앤젤레스에서 가든그로브, 또 우리 집까지 오게 된 사연의 강아지였다.

6개월 만에 진짜 부모를 만나 정착한 셈이다. 그런데 입양을 해준 딸아이는 한국역사 대학원과정을 공부하러 떠났다가 잠시 방학에 집에 와 있었다. 그러니 내가 돌보아야 하는 상태였다. 신기한 일은 국제전화 속에서 딸의 목소리를 알아채고 달려와 수화기 앞에 앉아 듣곤 했다. 또 주인이 싫어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를 않았다. 지난번 강아지는 미워하는 남편 방에 들어가 오줌이나 똥을 싸면서 화가 난 자기 의사 표시를 했는데 말이다. 이 녀석은 큰 것은 현관문 앞으로, 작은 것은 패리오 문 앞으로 가 앉아 기다리며 나가자고 말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큰소리를 치는 우리 인간 못지않게 높은 개들의 지능지수와 감성지수. 미국에 살며 다섯 마리의 개들이 잠시 또는 길게 인연이 있기에 그들의 지능지수도 각각임을 알게 되었다. 몸짓과 꼬리 흔들기, 가지가지 슬프고 기쁜 감정의 눈망울들,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동물에 무심한 편인 남편의 마음까지도 사랑하도록 움직였으니 말이다. 어찌 그런 개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잡아서 식탁에 올릴 수가 있단 말인가.

어린 강아지 때부터 주말이면 우리 가족이랑 테니스장에 가 공 튀는 소리에 익숙해졌다. 발바닥이 벗겨져 피가 날 정도로 뛰곤 했다. 스포츠맨이다. 우렁찬 목소리와 당당함에 나는 ‘똘장군’이라 불렀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기운을 보내주니 ‘복돌이’라고도 불렀다.

11살 무렵에 드디어 딸이 집으로 돌아왔다. 입 냄새가 나서 병원에 데려가 치석 제거를 하다 어금니에 금이 간 것을 보고 그날부터 딸은 매일 이빨을 손수 닦였다. 여태 하루도 빠짐없이. 자기가 못 돌보아 준 십 년을 더 살아 달라며 간절히 애원하면서. 왜냐하면 강아지가 그동안 현관문만 바라보며 행여나 주인님이 오는지 소파 방석에서 긴 세월 자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네 번째 수필집의 장마다 뜰의 꽃길에서 장하게 걷는 노견의 뒤태를 사진 찍어 책에 실었다. 그런데 최근 그 녀석이 두 눈을 못 뜨더니 또 위장에서 밥이고 물이고 흡수를 못 한다. 흡입기 빨아대듯이 먹수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밤중에도 자리에서 꼭 일어나 토를 하거나 변소를 찾고 있다. 지난달엔 개 시중을 들며 안고서 내가 “이 할망구 너무 힘들다야 좀 살려주라”며 울기도 몇 번 했다. 인간 나이 구십이 넘었으니, 생로병사의 고행길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필자소개
미주 한인언론 칼럼니스트로 활동
방일영문화재단 지원금 대상자(2013년) 선정돼
세 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발행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날아라 부겐빌리아Ⅱ>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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