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황혼과 인생 이모작
[김재동칼럼] 황혼과 인생 이모작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2.12.16 13: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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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탈리아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알베르토 베빌라콰의 <크리스마스에 걸려온 전화>라는 유명한 단편소설이 있다. 사람이 세월에 당하는 몹쓸 짓 중 하나는 늙음인 것 같다. 우리가 행복했다고 추억하는 것들, 그리워하는 날들은 대개 타자와의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 세월은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 또는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는 세대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고 멀리 떠나가게 만든다. 그들이 떠나버린 뒤의 삶은 외로움과 적막감뿐이라는 걸 사람들은 그때 서야 알게 된다. 

늙음의 내용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페데리코는 바로 그런 노년을 쓰라리게 보내고 있는 사람이다. 사랑하던 아내는 죽었고 자식들은 멀리 떠나버렸다. 일생 배어버린 습관의 연장과도 같은 낮, 슬픔이나 회한조차 사치가 될 적막의 밤이 그가 이어가는 삶의 내용이다. 

이 작품의 서두는 외로움에 지친 한 노인이 크리스마스 날 저녁, 한 통의 전화를 받는 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누구도 찾아주는 이 없고 전화 한 통 해주는 이 없는 그에게, 그 전화는 생명 같은 거였다. 

해 질 녘 노을에 물든 하늘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 을 황혼이라 한다. 인생에서 황혼은 노년을 좀 더 시(詩)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우리가 아름다운 황혼을 맞이하고 삶을 행복하게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주위에 사람이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것처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저 깊숙한 산중에서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그러하기에 사람들은 관계를 유지하며 그 관계를 무너뜨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인간의 일생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다. 그중 가장 중심이 되는 말이 바로 로(老)와 사(死)이다. 사람이라면 늙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거쳐야 할 마지막 관문이 죽음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은 늙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다. 죽음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미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들은 로(老), 병(病), 사(死)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10여 년 전부터 일본에서는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어왔다. 한국 또한 예외는 아니다. 요즘 인터넷 한국뉴스를 보면 심심찮게 올라오는 기사가 노인들의 고독사이다. 한국의 베이비부머세대 중 1958년생부터 1963년생이 노년기에 접어드는 2030년에는 독거노인의 증가로,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독한 노년기를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노년에 가장 좋은 친구는 두말할 나위 없이 배우자이다. 그러나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먼저 황혼 속으로 떠나게 되면 상대는 결국 혼자 남게 된다. 노년기에 접어들어 새로운 친구 사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지금부터 친구를 만들자. 숫자가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괴테는 “노인의 삶은 상실이다”는 노년에 관한 유명한 말을 남겼다. 사람은 늙어 가면서 다음 다섯 가지를 상실하며 살아간다고 그는 말한다. 그것은 건강, 돈, 일, 친구, 그리고 꿈이다. 괴테의 말처럼 우리의 삶은 상실의 삶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노력한다면 그것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의 다섯 가지 상실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괴테의 말을 음미하며 잘만 준비한다면 풍요로운 황혼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건강):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세상 부귀영화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가능한 한 몸을 많이 움직이자. 정신건강을 위해 명상의 시간을 갖자.

*(돈): 장년기를 지나 노년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면 말은 줄이고 지갑은 열어라. 돈 없는 노년은 서럽다. 그러나 돈 앞에 당당 하라. 

*(일): 당신은 몇 살부터 노년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는가? 100세 시대 노년의 기간은 결코 짧지않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일과 사랑이다.

*(친구): 노년의 가장 큰 적은 고독과 소외다. 노년을 같이 보낼 좋은 친구를 만들어라.

*(꿈): 노인이라 해서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늘 꿈꾸는 자는 행복하다. 다가올 100세 시대 인생 2모작, 3모작을 준비하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오래전부터 100세 시대를 잘 준비하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었다. 또 100세 장수가 축복이 아닌 재앙일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030년엔 34.3%, 2060년엔 40.1%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구 10명 중 3~4명이 노인이라는 말이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60, 70대는 젊고 팔팔한 세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명실상부한 100세 시대를 앞두고 인생 이모작, 삼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이쯤에서 풍요로운 황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스스로 생각해볼 일이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2022 임인년(壬寅年)도 이제 황혼 속으로 저물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경제위기와 전쟁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와 가뭄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많은 지구촌 사람들, 좋은 일보다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들이 더 많았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그러나 10.29 참사를 겪은 부모들에게는 세월은 약이 아니라 아픔과 고통 그리움일 것이다. 2022년 독자 여러분께서 주신 관심과 사랑에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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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환 2022-12-17 08:21:30
좋은 글 고맙습니다.

60, 70대 젊고 팔팔한 세대
인생 이모작♧ 잘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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