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 ㊵] 미래의 세계인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민요
[홍미희의 음악여행 ㊵] 미래의 세계인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민요
  • 홍미희 기자
  • 승인 2022.12.17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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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란 무엇일까? 민요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사람들이 부르다가 그 영역이 넓어져 많은 사람들이 부르게 되는 노래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인 만큼 그들의 애환을 담고 있고 삶을 노래하고 있어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민요는 노동요가 많은 것도 특징 중 하나다.

민요는 삶과 직결되어 있다는 생각에 다른 나라의 민요는 어떨지 궁금했다. 그래서 미국에 살고 있는 후배에게 물었다. “대표적인 미국민요는 뭐가 있지? 우린 포스터 생각하잖아.” 그랬더니 대뜸 돌아온 대답은 “미국 사람들은 포스터 몰라요. 그리고 민요라는 게 falk song 아녜요?”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온 민요는 traditional song이었던 것 같다. 하긴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인정하는 경기 아리랑이 전 국민의 노래가 된 것도 근래의 일이다. 1926년 제작된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로 사용되면서 전 국민이 부르게 된 것이니까.

후배의 대답을 듣고 지금 한참 공부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자기 나라의 민요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문화는 바뀌어 가고 특히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세계가 하나로 엮어지고 국경도 사라지고 모든 사건과 생각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는 지금 다른 나라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나라의 민요는 어떤 노래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작은 설문지를 만들어 각 대륙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질문을 했다. 문항은 다음과 같다.

1. 이름/생년/성별/국적/살고 있는 도시, 2. 학교명/학년/다니는 학급의 인원수, 3. 학교에서 음악과목 주당 수업시수, 4. 음악교과서 유무 5. 현지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민요 6. 장래 희망 7. 한국 K-pop을 좋아하는지. 좋아한다면 어떤 가수의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8. 주변에 알고 있는 한국 친구가 있는지

제일 처음 온 답은 뉴질랜드였다. 글래디스 사브리나(Gladys Sabrina Dorotea Sudyatmiko)는 포클랜드에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계 11학년 학생이다. 인도네시아와 뉴질랜드는 오스트레일리아를 가운데 두고 있어서 사실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댄서, 액터, 프로듀서가 되고 싶고, Stray kids, Nct를 좋아하는 소녀다. 학교의 수업 시간은 주당 2시간이고 음악교과서는 따로 없다. 인도네시아에 살 때는 태권도를 배웠는데 북한식이라고 한다. 한국팬 가족이라고 한다. 이 학생이 생각하는 뉴질랜드의 국민민요는 ‘Pokarekare ana(포카레카레아나)’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곡명은 연가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누구나 흥겹게 박수를 치면서 부르던 노래다. 그러나 원래 이 곡의 박자는 느리고 서정적이다. 마오리족의 전설로 호수를 가운데 두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졌으나 결국 사랑에 성공한다는 전설을 배경으로 한다.

글래디스 사브리나(뉴질랜드)
글래디스 사브리나(뉴질랜드)

러시아의 아지자 게잘(Азиза Гезал)은 1273학교에 다니고 있다. 러시아는 1학년~6학년까지 음악을 배우고 이후에는 음악수업이 없다. 비즈니스 우먼이 되고 싶고 BTS 블랙핑크를 좋아한다. 이 학생이 추천한 러시아 민요는 카츄사(Катюша)와 칼린카 말린카 (Калинка-малинка)이다. 두 곡 모두 전쟁에 나가는 군인을 배웅하는 노래들이다.

아지자 게잘(러시아)
아지자 게잘(러시아)

캐나다의 우 에바(Ava Wu)는 토론토에 살고 있다. 캐나다는 주당 3시간의 수업을 하고 피아노를 배운다.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고 BTS를 좋아한다. 추천한 캐나다의 민요는 Nova Scotia Song, Drunken Sailor이다. 역시 세계 1차대전을 배경을 한 노래로 노바 스코샤를 떠나는 군인의 슬픔을 그린 노래다.

우 에바(캐나다)
우 에바(캐나다)

몽골에 살고 있는 이르크 사랑(Erkhsaran.O)은 울란바토르에 살고 있다. 이름에 있는 사랑은 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Oyunii Undraa(어뉴니 온드라) 96번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러시아의 학교가 번호로 표시하는 것처럼 몽골에서도 숫자로 표기한다. 몽골은 학교가 세워진 순서대로 숫자로 표기한다고 한다. 음악수업은 주당 1시간이고 장래 희망은 수의사이다. Blackpink의 Pink venom을 좋아하는 이 친구가 추천한 민요는 울렘지인 차나르(Ulemjiin chanar)이다. 몽골여성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곡인데 듣자마자 몽골노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노래다.

이르크 사랑(몽골)
이르크 사랑(몽골)

브라질 상파울루에 살고 있는 Mary Kim은 화학자가 되고 싶어 한다. 이 학생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는 음악수업이 없다. 이유를 알아보니 과거 브라질에서 독재정권이 들어서면서 음악수업은 사라졌고 요즘은 음악수업을 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실제 수업을 하는 학교는 적은 것 같다. 브라질의 유명한 노래는 Aquarela do Brasil과 Garota de Ipanema이다. 두 곡 모두 인기가 좋아 브라질의 수채화는 디즈니에서 만화영화로도 제작했고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는 리우 올림픽에서 전 국민이 떼창으로 불렀던 노래다. 두 곡 모두 보사노바풍의 노래로 브라질의 바람과 풍경, 아름다움이 눈앞에 보이는 듯한 곡이다.

Mary Kim(브라질)
Mary Kim(브라질)

나이지리아의 Irene Folake Lawuyi는 Calm down by burna boy를 추천했다. 변호사나 컴퓨터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하는 소녀다. BTS의 Butter, Lisa의 피눈물을 좋아한다.

Irene Folake Lawuyi(나이지리아)
Irene Folake Lawuyi(나이지리아)

쿠웨이트의 Lina Zeitoun는 쿠웨이트에 있는 American School에 다니고 있고, 좋아하는 K-pop 가수는 재현, 난춘이다. 추천한 민요는 اعطونا الطفوله이다. 생소한 이 곡을 검색했을 때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조회 수가 2억6천이었다. 나는 할 말이 있어요. 내 말을 들어주세요~ 이렇게 어린아이가 부르는 노래다.

Lina Zeitoun(쿠웨이트)
Lina Zeitoun(쿠웨이트)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 살고 있는 Camdyn Adams는 9학년이다. 음악은 주당 3시간을 배우고 교과서는 없다. 국민들이 즐겨 부른다는 곡은 Nkosi Sikelel' iAfrika, 남아공 애국가이고 남아프리카 광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노래인 Shosholoza, 자장가인 Thula Baba Thula Sana은 국민들의 18번 곡이라고 소개했다. 케이프타운의 선교사님을 통해 한국 친구를 알게 되어 요즘 한국어 공부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케이프타운 K-POP 동호회를 통해 한국 문화와 음악을 알게 되었고, Black pink의 shutdown을 너무 좋아한다는 밝은 소녀다.

Camdyn Adams(남아공)
Camdyn Adams(남아공)

독일에서는 Tomas와 Andrey가 답했다. 변호사와 치과의사가 되고 싶은 9학년 학생들이다. 둘 다 추천한 곡은 동일했다. Donw, 도나우강이다. 전 국민의 곡이라 할 수 있고 중부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로렐라이를 좋아한다고 한다.

Tomas와 Andrey(독일)
Tomas와 Andrey(독일)

마지막으로 마리암 다비타슈빌리, 조지아에 살고 있다. 음악수업을 하고 있고 교과서의 내용도 소개했다. 민요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고 “Suliko란 민요는 조지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노래 중 하나입니다. 1895년에 조지아의 유명한 작가인 Akaki Tsereteli가 쓴 시에 그의 며느리인 Barbare Tsereteli가 작곡한 노래입니다”라는 답을 붙였다. 블랙핑크를 좋아한다는 이 학생의 희망은 국제 비즈니스 우먼이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저는 한국 친구가 아직 없는데, 근데 있으면 진짜 좋겠어요, 왜냐하면 그 우정 덕분에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더 잘 알고 싶어요, 그리고 조지아 문화에 대한 정보를 한국 친구와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조지아의 여성들은 보수적이라며 사진은 보낼 수 없다고 했다. 이 똑 부러지는 학생이 걸어갈 국제무대가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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