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㉓] ‘이화우 흩뿌릴 제’와 ‘발을 씻다’
[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㉓] ‘이화우 흩뿌릴 제’와 ‘발을 씻다’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2.12.23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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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이화우 흩뿌릴 제
- 계 랑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離別)한 임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千里)에 외로 온 꿈만 오락가락 하노메


계랑(桂娘1573〜1610)은 일명 매창(梅窓)이라 하며 조선 시대의 기생으로 부안 출신이다. ​배꽃이 흩날릴 때 울며 손잡고 헤어진 임, 가을 낙엽이 질 때에 나는 그리는 마음이 간절한데 임도 나를 간절히 생각할까. 천리나 멀리 떨어진 임을 생각하니 임 그리는 꿈만 오락가락 하는구나 하는 시조로 연모(戀慕)의 정을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임과 오랜 시간의 기다림을 은근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임과 헤어진 뒤의 시간적 거리감과 임과 떨어져 있는 공간적 거리감이 조화를 이루어 표현되고 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적 화자의 그리움과 애상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 현대시조

발을 씻다
- 강인순

산행 뒤에 냇가에서 지친 발을 씻는다.
그런데 저것 보소 개미 한 마리 풍덩
기껏해 발이나 씻는 나를 보고 비웃듯

강인순(姜仁淳 1954~)은 1985년 시조문학으로 나온 시인으로 향토문화사랑방 <안동>의 편집위원이다. 이 작품은 자신의 행위와 개미의 행위를 대비시켜 개미만도 못한 자신의 모습을 자조(自嘲) 섞인 마음으로 표현하고 있다. 산행(山行) 뒤 냇가에서 발을 씻다가 그 냇물에 빠진 개미를 보고 지은 작품이다. 실제로는 개미는 물에 빠져 익사(溺死)할지도 모르는 생사의 다툼을 하고 있고, 자신은 발을 씻으며 피로를 풀고 있는 안락한 기쁨을 누리는 것인데 시인은 이를 역발상(逆發想)으로 개미는 온몸을 물에 담그고 세신(洗身)하는데 자기는 고작 발이나 씻는 하찮은 존재라고 비하(卑下)하여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인간의 협소성(狹小性)을 탓하는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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