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215] 조선족
[아! 대한민국-215] 조선족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승인 2022.12.24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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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인이 등장한 것을 놓고, 중국의 문화침탈이라는 논란이 한국에서 일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친 피해의식의 발로가 아니었던가 싶다. 조선족은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한국에서는 중국에 사는 우리민족이라는 뜻에서 ‘재중동포(在中同胞)’라고 부른다. 중국의 최대민족인 한족(漢族)을 제외한 55개 소수민족 중에서 조선족은 인구 수로 15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족은 중국의 동북3성(지린성, 라오닝성, 헤이룽장성)에 많이 살고 있는데,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고조선과 부여, 고구려와 발해의 옛 땅이었던 탓에 중국이나 한국이 모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조선족의 직접적인 조상이 되는 사람들은 19세기 후반부터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이주한 조선의 백성이었다. 지금처럼 국경을 엄격하게 통제하던 시절도 아니었고, 국경만 넘으면 새 땅을 개척해서 살 수 있었다. 1870년대에 7만7천 명이었던 조선족은 1900년에는 22만 명 규모로 늘어났다.

1910년 대한제국이 일제에 강제 병합당한 뒤에 더 많은 한국인이 국경을 건너 만주지역으로 망명했다. 자연스럽게 이 지역은 새로운 독립운동의 기지가 됐고, 1920년의 일제를 상대로 한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의 승리도 이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무장 항일투쟁의 배경에는 이들의 피땀 어린 후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1931년 일제가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를 군사적으로 점령하면서 1932년 일제의 괴뢰국가인 만주국이 들어섰다. 일제는 일본인, 만주족, 몽골인, 한족, 조선족 등 다섯 민족이 서로 협력해 산다는 오족협화(五族協和)를 내세웠다.

1945년 일제가 패망하고 광복이 되자 만주에 살던 조선인 중 약 80만 명이 한반도로 돌아왔다. 중국 정부는 1952년까지 중국 내에 정착한 조선인을 ‘중국인’으로 인정했는데, 1953년에 112만 명 정도가 되었다. 조선인이 많이 사는 옌벤은 1952년 ‘조선족 자치구’가 됐다가 1955년 ‘조선족 자치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1966년부터 10여 년 동안 전개되었던 중국 ‘문화대혁명’으로 조선족 사회는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이 조선인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중국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조선족’으로 정신개조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한국어책을 불태우거나 한국지명이 들어간 간판을 내리는 일이 일어났다. 문화대혁명이 끝나면서 이런 광풍은 일단 지나갔지만, 그 영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이 개혁·개방의 길을 걸으면서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루어졌다. 이제 조선족은 대한민국을 오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은 한국어와 한글을 쓰는 사람이 많았고 한민족의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었다. 그러나 조선족 사회는 다시 위기를 겪는다. 중국의 개혁·개방에서 동북지역은 소외되었고 상당수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칭다오, 선전 같은 대도시와 한국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현대 중국 내 조선족 인구는 170만 명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가장 큰 조선족 도시로 7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옌지(延吉)에는 15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조선족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식당이라는 한글 간판을 보고 들어갔는데 정작 주인인 한족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면 한국 내 조선족 인구는 옌지시 인구와 맞먹는 70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조선족은 한국과 중국 양쪽의 언어와 문화를 알고 있다는 장점으로 한·중 교류의 가교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아직도 음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이들을 잘 끌어안고 보듬어 나갈 것인지는 한국에게도 여전한 숙제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 역시 한·중 갈등의 불편한 불씨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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