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㊹] 아프리카대륙이 좋은 데는 이유가 없다 – 김은혜 전 런코리아 이사
[아프로㊹] 아프리카대륙이 좋은 데는 이유가 없다 – 김은혜 전 런코리아 이사
  • 김은혜(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석사과정, 전 RUN Korea 이사)
  • 승인 2022.12.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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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RO’는 국내 아프리카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외교부 한·아프리카재단에서는 이들의 활동을 소개한 책을 두 권 펴냈다. ‘Af-PRO,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다’는 제목의 단행본들이다. 한·아프리카재단의 허락을 받아, 이 책의 내용을 연재한다.[편집자주]

미국의 비영리단체 ‘레이즈 우간다 나우(RUN: Raise Uganda Now)’의 한국 지부인 RUN Korea는 들여다볼수록 특별한 조직이다.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청년들로 구성된 RUN Korea는 우간다에 위치한 특정 보육원 한 곳을 전담하여 운영한다. 구성원들은 보육원을 운영할 뿐 아니라 보육원에 속한 50여명의 아이들의 건강부터 교육, 문화생활 등을 다방면으로 관리한다. 서울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우간다 현지에 있는 직원들이 이를 실행하여 아이들의 반응을 전달한다.

내 고민과 노력의 결과가 이역만리 떨어진 현장에 전달되어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특별한 성취감에 구성원들은 특별한 보수 없이 봉사 활동 시간을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 속에서도 열의를 다해 일한다. 2019년 RUN Korea에 합류한 김은혜 이사도 마찬가지다. 김은혜 前 이사는 약 2년간 RUN Korea의 핵심 멤버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대학원에서 국제학을 전공하던 중 실무경험을 쌓기 위해 한국개발전략연구소 인턴으로 활동하는 중이다. 모금에만 의존해서는 비영리단체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체감한 김은혜 이사는 현지 보육원이 자생할 수 있는 사업안을 기획하는 일을 주도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보육원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자비로 우간다를 찾기도 했다. 김은혜 前 이사는 우간다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매일같이 돌려보며 아이들과 SNS를 통해 소통한다. 우간다에서의 봉사활동이 오롯이 행복으로 점철됐다는 그녀는 아프리카대륙에서 국제개발협력전문가로 활동하는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며 활동영역을 열심히 넓혀 나가고 있다.

K-RUN 단체
K-RUN 단체

50명의 우간다 아이들을 책임지다

대학교 4학년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고민이 길어질수록 침잠하는 기분이 들었다. 더 깊이 들어갔다가는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아 무엇이라도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자며 나 자신을 끄집어 당겼다. 작은 것이라도 도전해 볼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하던 중 ‘RUN’이라는 단체를 알게 됐다. 이 낯선 이름의 단체는 우간다에 위치한 한 보육원을 운영한다고 자신들을 소개하며, 국제개발 혹은 개발협력에 관심 있는 대학생을 모집 중이라고 했다. 당시 나는 우간다가 아프리카대륙에서 어디쯤 위치한 나라인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모집 대상이 딱 나를 지칭하는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대학생활 내내 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한 나는 우간다 아이들이 궁금해졌다. 학원에서 만난 아이들은 늘상 ‘공부하기 싫다’, ‘영어가 어렵다’며 힘들어했다. 순간 우리나라 아이들이 하기 싫어하는 공부를 우간다 아이들은 하고 싶어하지 않을지, 우간다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졌다. 흥미와 호기심에 이끌려 더 고민하지 않고 지원서를 냈다. 사실 RUN은 한 개인이 시작했다. 미국 유학생이었던 창립자 양준혁 대표는 고등학생 때 우간다의 한 양육시설에서 단기 봉사를 했다. 당시 현지 아이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에 큰 충격을 받은 양준혁 대표는 미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후원을 이어 나갔다.

2년 후 대학생이 된 그에게 어느 날 우간다에서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금이 부족해 시설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며 급하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마음이 다급해진 그는 대학 친구들을 상대로 모금하여 시설에 전달했다. 그런데 아무리 돈을 모아 보내도 자금이 계속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시설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자금 전달 외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숙고 끝에 아예 보육원을 운영할 목적으로 미국에 비영리단체인 RUN을 설립했다. 보육원에는 50여 명의 아이들이 생활한다. 이 아이들을 더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에 한국에도 지부를 냈다. 그것이 바로 레이즈 우간다 나우 코리아, ‘RUN Korea’이다.

우간다 방문
우간다 방문

RUN Korea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대학생들이었다. 보통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서포터(supporter) 정도다. 그런데 RUN Korea에서만큼은 우리가 주체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우리는 다양한 사업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보육원 한 곳에 있는 아이들 50여명을 보호하고 관리했다. 우리가 기획한 프로그램이 이역만리 떨어진 현지에서 바로 실행되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목도하는 일은 무척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우리는 RUN Korea에서 직급과 직책을 가지며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다하지만 급여를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봉사 활동 시간도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모두가 열의를 다해 일한다. 아무래도 이러한 특별한 과정을 통해 얻은 희열과 성취감 때문에 다들 이 일을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학생이라는 신분이다 보니 일반회사처럼 진행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당시 졸업반이었던 나는 특히 바쁘고 정신이 없었으나 내가 주체가 되어 누군가의 삶에 직접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RUN Korea 활동에 참여했다.

지속가능한 길을 모색하다

처음에는 펀드레이징(Fund Raising)팀의 팀원으로 단체에 합류했다. 비영리단체인 만큼 모금 활동이 다른 어떤 일보다 중요하리라 생각해 부담감도 컸다. 그런데 막상 비영리단체에 속해 일을 해보니 오롯이 후원에만 의존해서는 조직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RUN Korea는 신생 단체인데다가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불가능했으며, 그로 인해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국내에서의 모금 활동이 녹록하지는 않았다. 양준혁 대표가 있는 미국 지부에서 상당 부분의 모금 활동이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그렇다고 RUN Korea가 미국 지부에 의존한 채 운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다. 보육원이 위치한 현지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커졌으며 구성원들에게 보육원이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할 팀을 조직할 것을 제안했다.

나는 신생 조직인 사업팀에서 현지에 양계장을 만드는 일을 우선 기획했다. 현지 직원들이 양계장을 운영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보육원 운영 자금을 마련하는 청사진을 그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양계장을 만들면 보육원 아이들에게 더 균형 잡힌 영양식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보육원이 위치한 우간다 동부 부지리(Bugiri) 지역은 우기와 건기가 변덕스럽게 반복되는 바람에 때때로 식재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물가가 불안정했다.

그래서 장기 보존이 가능한 밀가루 위주로 식사하는 보육원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고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렸다. 보육원이 양계장을 운영한다면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단백질 공급원이 생기는 셈. 동료들 모두 적극적으로 공감했고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 ‘꼬꼬두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어권에서 닭 울음소리를 표현하는 의성어 ‘cock-a-doodle-doo’와 아이들이 즐겨하는 낙서와 같은 그림을 의미하는 단어 ‘doodle’을 결합한 단어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해 펀드레이징 활동을 전개했다.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 사이트를 통해 우리의 계획을 상세히 알리고 양계장을 운영할 자금을 모았다.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전달할 선물로 보육원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활용하여 스티커, 배지 등의 굿즈를 제작했다. 이때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린 그림과 글씨체를 그대로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doodle’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감사하게도 목표 금액을 달성하여 현지에서 양계장을 지으려던 찰나,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현재 무기한 보류한 상태다.

보육원 굿즈
보육원 굿즈

한편으로는 좀 더 준비할 시간이 생겨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중에 누구도 양계 사업에 종사한 적이 없으며 무엇보다 우간다 현지 실정에 어두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로나19로 사업이 보류된 김에 계획을 보다 구체화하고 여러 곳에 조언을 구했다. 우리는 닭 200마리를 키워 일부는 아이들에게 식량으로 제공하고 나머지는 기관에 납품하거나 시장에 판매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구상했다. 국내에 있는 양계장을 찾아가 교육을 받고 설계도를 완성하였다.

물론 우간다 현지 직원들과 한국에서 함께 활동하는 RUN Korea의 우간다인 멤버로부터 많은 조언을 구했다. 그러던 중 KOICA의 CTS Idea Planner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CTS Idea Planner는 개발도상국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청년혁신가들의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기획하는 일을 지원하는 역량강화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개발협력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전문가 혹은 유경험자로부터 실질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으리라고 판단하여 TF팀을 꾸려 지원했다.

물론 기본계획은 양계 사업을 개발,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양계사업만으로는 지원이 불가능했다. 대단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가 일정 수준의 혁신성을 띠어야 했다. 특히 우리가 지원했을 당시는 ‘코로나19 등의 감염병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주제로 제시됐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간다 현지에서 달걀이나 식자재를 트럭으로 운반하는 서비스 등 양계 사업에 유통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지원했다.

KOICA CTS
KOICA CTS

CTS Idea Planner는 4개월 동안 정규교육 프로그램 외에 현지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 교육, 담임 멘토링, 분야 전문가 멘토링 등의 세부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우리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며 아이디어가 더 혁신성과 차별성을 띨 필요가 있음을 절감했다. 그래서 사업 아이템을 양계 및 식재료 유통에서 우간다의 교통수단 결제시스템으로 변경했다. 물론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사업은 아니었으나 프로그램 주제에 부합하는 아이디어 구상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듯해 부득이하게 변화를 줬다.

현지 엑셀러레이터 교육은 우간다 출신의 유학생이 맡았다. 우리는 매주 화상회의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간다인 멘토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얻는 정보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를 통해 현지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국가기관이 주관한 사업이 아닌 경우 신뢰성 있는 통계 자료를 찾기 어려우며 국가기관이 주관했다고 한들 실제 정책의 실행률이나 사업 결과에 관한 자료가 부족했다.

이런 문제들은 현지 멘토 덕에 해소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우리는 RUN Korea에서 함께 일하는 우간다 출신 동료와 현지 직원들에 이어 현지인 멘토가 생겨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우간다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멘토 또한 한국의 대학생들이 자신의 나라에 있는 보육원을 지원하고 관리한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며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았다. 우리는 CTS 과정이 끝난 후에도 자주 연락하며 서로를 도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담임 멘토링 제도도 인상 깊었다. 담임 멘토링은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기관의 선임 연구원으로부터 직접 받았으며 우리가 기획한 사업의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 도식화(Project Design Matrix: PDM), 1페이지 사업계획서(Social Lean Canvas) 등을 개발했다. 또한, 이와 관련된 이해 관계자와의 연결망과 구조를 고민하며 구체적이고 탄탄한 사업 기획서를 작성하는 법 등을 배웠다.

우리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창업을 하고자 꿈꾸는 사람들에게 창업 아이템이 실효성을 갖도록 조력하는 그들의 활동을 보며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그동안 국제개발협력을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며 그 속에서 길을 찾기 힘들어 헤매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진로를 바라보는 시야가 한결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보육원 아이들을 조우하다

지난해 우간다 현지 보육원에 다녀왔다. 자비로 경비를 마련해야 했지만, RUN Korea에 합류한 후 줄곧 아이들이 보고 싶었기에 큰 고민 없이 감행했다. 분명 현지 직원들과 아이들을 처음 만난 것이었으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처럼 무척 가깝고 정겹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현지 직원들이 거의 매일같이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준 덕분인 것 같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이었으나, 그마저도 절반은 현지에 있는 다른 기관과 면담하는 일정에 할애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사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 미술활동, 체육활동 등을 위한 준비물을 한국에서부터 바리바리 싸갔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아이들과 뛰어노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어느 때보다 마음이 가볍고 즐거웠다. 우리에게는 주어진 임무도 있었다.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년 신체 계측을 하여 기록하는 일이었다. 우리의 등장에 한껏 들뜬 50명의 아이들을 일일이 세워놓고 키와 몸무게를 재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점심도 굶은 채 구슬땀을 흘리며 일했다. 그 모습을 본 현지인 친구들이 ‘너희는 밥도 먹지 않고 일하느냐’며 ‘한국 경제가 그렇게 발전한 것이냐’고 말해 한바탕 웃기도 했다. 주어진 시간이 다해 보육원을 떠날 때가 다다르자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이들은 우리가 오기를 몇 달 전부터 기다렸을 텐데, 며칠만 있다가 가려고 하니 아이들이 얼마나 실망할지 마음이 아팠다.

헤어지던 날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하며 정말 많이 울었다. 아이들이 오히려 우리를 위로해줄 정도였다. 자신들은 잘 지낼 테니 다음에는 더 오래 있다가 가라는 아이들의 의젓한 태도에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한편으로는 이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벌써 이별에 익숙해진 것 같아 짠했다. 얼굴을 익힌 아이들은 지금도 종종 원장선생님의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연락하고 있다.

보육원을 떠난 뒤 우리는 수도인 캄팔라(Kampala)로 숙소를 옮겨 조언을 구하거나 협업을 제안할 만한 기관들을 찾아다녔다. 여러 기숙학교를 돌아보며 단체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고, 현지의 비영리단체와 돌아가며 미팅을 가지면서 협업할 방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우간다의 사회적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제리백(Jerry Bag)의 현지 스튜디오를 방문하기도 했다. 제리백의 경우 우리처럼 현지에 파견 인력이 따로 없었고 현지 직원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현지인 매니저를 만나 본사와 어떻게 소통하며 현지 직원들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등을 묻고 조언을 구했다.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었기에 제리백과는 특히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사실 전에는 보육원을 방문한 직원들이 다른 기관이나 단체를 견학하거나 미팅을 갖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해 우리가 유독 특별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지 지인들이 일정 내내 동행해준 덕이었다.

현지인 지인들은 RUN의 모금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주요 파트너기관 Bill Cook Foundation의 도움을 받고 있는 또 다른 현지 NGO의 창립자이자 우간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이었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지인들은 우리의 방문 소식에 아예 일주일 동안 시간을 비우고 전 일정에 동행해줬다. 그 친구들이 없었으면 첫날 공항에서 보육원까지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네댓 시간 이동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많았을 터. 이 기회를 빌려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아프리카대륙이 좋은 이유

지금도 우간다에서 촬영한 영상을 짬짬이 돌려본다. 하늘이 어찌나 맑고 푸르던지 첫눈에 우간다에 반했다. 미세먼지 한 톨 없이 맑은 하늘을 보기 위해서라도 우간다에 다시 가보고 싶을 만큼 마음을 정화시키는 풍경이었다. 구겨진 마음이 빳빳하게 펴지는 느낌이랄까. 사실 그때만 해도 우간다를 전혀 몰랐다. 공항에서 보육원을 향하는 길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상상하지 못했다. 막연하게 사파리를 지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그런데 공항을 빠져나왔을 때 막상 마주한 것은 최신식 건물과 세련된 주거단지였다.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아프리카 국가의 발전된 모습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흥미로워하지 않을까. 우간다를 향하는 비행편은 어떻고, 경유하는 공항의 풍경은 어떠하며, 현지에서 먹는 밥은 어떤 맛인지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면 사람들도 우간다를 훨씬 더 가깝고 친근하게 여길 것 같다. 또한 나일강의 발원지가 있는 등 관광지로서의 매력도 충분히 발견할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브이로그(Vlog) 형식으로 편집하여 RUN Korea 공식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본업이 있기 때문에 물론 편집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프리카의 다양한 모습을 국내에 알리기 위해 꾸준히 완수해나갈 생각이다.

한편, 나는 현재 한국개발전략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개발전략연구소는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직접 수행하고 관련 컨설팅을 하는 국제개발협력 전문 컨설팅 기관이다. 주요한 업무 중 하나인 성과 관리는 내가 RUN Korea에서는 접하지 못한 업무였지만, 현장에서 개발협력 프로젝트들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인턴으로 일하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어떤 준비 및 조사 과정을 거치고 어떤 과정을 밟아 실행하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사업의 실효성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를 뒤늦게 돌아보고 있다. 그리고 KOICA CTS Idea Planner에 참여하며 창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닫기도 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 이상의 열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이처럼 개발협력과 관련하여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으면서 나는 언젠가 아프리카 현지에서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로 활동하기를 꿈꾼다. 왜 아프리카냐고? 우간다에서 본 하늘이 예쁘고, 우간다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았으며, 우간다에서 보낸 시간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좋은데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 나는 우간다가, 아프리카가 참 좋다. 아프리카에 대한 애정이 쌓이는 만큼 국제개발협력전문가를 향한 나의 꿈도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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