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칼럼] 미국 한상대회, 성공시키려면
[이계송칼럼] 미국 한상대회, 성공시키려면
  • 이계송(재미수필가)
  • 승인 2023.01.05 09: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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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회’를 얘기할 때마다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2천여 명이 자리한 만찬장, 정·관계 고위인사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면, 만찬이 시작된다. 보통 고관 순으로 지루한 축사가 이어진다.

“조국이 어려웠을 때 도움을 준 위대한 애국자들” “민간 외교사절” “국력 신장의 전위대”…. 그들의 축사는 해외 한상인들에 대한 온갖 멋진 찬사로 가득하다. 이런 류의 만찬이 3일 동안 진행된다. 대회의 주인공이자 참석자의 90%에 해당하는 소상공인 한상(韓商)들은 박수 치기에 바쁘다. 허기가 고조돼서야 식사가 나온다.

물론 한상대회의 일부 장면이다. 하지만 참가자의 90%라고 할 수 있는 소상인들에게는 그게 거의 전부다. 왠가? 만찬 외에 ‘스타트업 대회’, ‘리딩CEO 미팅’, ‘청년사업가포럼’ 같은 좋은 프로그램들이 있기는 하지만, 소상인들의 관심사와는 대부분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대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전시장을 돌아보지만, 상담할 만한 전시업체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첫날 1시간이면 족하고, 나머지는 할 일이 없다. 3일간 만찬장만 줄곧 참석해 고급 음식이라도 즐기는 이유다.

한상대회를 여는 이유가 국내외 동포 사업들의 네트워크를 넓히고 강화하는 데 있다면, 다수 참여자인 90%의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추어 갈 때 한상 네트워크 농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풍요로울 것으로 생각한다. 한상대회장에서 각광을 받는 쟁쟁한 성공한 사업가들의 리드도 물론 중요하고, 그분들의 성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90%가 모티베이션의 기회로 삼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90%를 중심 & 우선으로 한상대회를 치러야 하는 이유는 너무도 많다.

나는 한상대회의 꽃은 만찬장이 아니라 전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여타의 세미나에서 얻는 정보도 필요하다. 하지만 IT 시대, 굳이 대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필요하면 언제든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상인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현장과 실물이 중요하다. 그건 전시장을 통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접할 수 있고, 전시회가 곧 한상대회의 전부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업 전시회는 2015년부터 국내 중소기업체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한상대회 사업의 하나로 추가한 것으로 안다. 국내 중소기업체가 Vendor(전시업체)로서, 해외동포 한인상인들이 Buyers(구매자)로서 참여하는 현장이 바로 기업 전시회고, 한 마디로 ‘한상엑스포’다. 전 세계 어느 산업이든 전시회, 즉 엑스포를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이루어지고, 네트워크 협업을 통해 각각의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성장해 간다는 사실을 주목한다면, 한상 엑스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껏 한상대회 기업 전시장은 대회 참가자 90%를 차지하는 소상인들에게는 그저 부스만을 채우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왜 그럴까? 벤더(Vendor)와 바이어(Buyer)의 궁합이 딱 들어맞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사전에 다수의 바이어들의 관심 분야에 대한 조사나 분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기업 전시회(엑스포)의 성공이 곧 한상대회의 성공을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팩트라면,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정성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벤더와 바이어의 윈윈(win win) 접점을 맞추는 엄청난 노력과 노하우가 요구된다. 90%가 “와우!” 소리를 지를 만한 전시장, 그리고 전시참여업체가 “정말 좋았다!”는 환성을 지르는 전시회를 만들어내는 일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단순히 숫자만을 채우려면, 관이 주도하는 일이므로 못할 게 어디 있겠는가?

벤더와 바이어가 윈윈할 수 잇는 접점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나에게 통계 숫자가 없어서 대충 짐작으로 얘기해 본다면, 해외 참석자들의 90%는 대부분 뷰티, 의류/섬유, 일상용품, 마켓식품… 분야의 소매/도매상인들이라 짐작해 본다. 그들의 관심사는 이런 분야의 새 제품과 품질 좋고 저렴한 상품을 구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최 측은 전시업체 선정부터 이런 사업 분야에 우선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동시에 구체적으로 어떤 전시업체들이 참여하는가를 참가 예정자들에게 사전에 알려주는 일 또한 중요하다. 그들의 헛수고와 낭비를 줄여주는 배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오랜지카운티에서 열리는 한상대회에 이미 수백 개의 전시업체 부스가 예정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떤 업체들인지 사전에 공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난 20년간 한 번도 한상대회에 참여하지 못한 많은 해외동포, 특히 재미동포들이 이번 대회만은 한 번쯤 참석해 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들이 실망해서는 안 되지 않는가.

결론으로 말한다면, 재미동포들이 주관하는 대회의 모습은 좀 달랐으면 좋겠기에 이런 얘기를 해본다. 재미동포들은 겉치레보다 실용과 내실을 중시하는 미국문화에 젖어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사업가들이니만큼 사업가답게 실용과 실익 위주의 행사를 치르게 되기 바란다. 호화로운 3일간의 만찬 같은 행사는 좀 더 간소하게 준비하고, 90%에게 뭔가 실제 소득을 크게 안겨주는 새로운 한상대회의 모델을 보여 주기 바란다. 소상인들의 축제가 되길 기대하면서…

필자소개
이계송/재미수필가,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광주일고, 고려대정치외교학과졸업
저서: <꽃씨 뿌리는 마음으로>(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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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k Mal-Chin 2023-01-12 10:58:08
우리가 여기서 보고 있는 관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저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경쟁과 이야기할 수 있는 몇 가지 성공적인 변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홀들이 좋다고 생각하고 여기서 이야기하기 좋은 나라가 될 것 같다. 회의가 제대로 논의된 것은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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