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㉔] ‘추산(秋山)이 석양을 띠고’와 ‘석류 4’
[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㉔] ‘추산(秋山)이 석양을 띠고’와 ‘석류 4’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3.01.09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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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추산(秋山)이 석양을 띠고
- 유자신

추산이 석양을 띠고 강심(江心)에 잠겼는데
일간죽(一竿竹) 둘러메고 소정(小艇)에 앉았으니
천공(天公)이 한가히 여겨 달을 조차 보내도다

유자신(柳自新 1541∼1612)은 광해군 때 국구(國舅)로서 문양부원군에 봉해진 이로 자는 지언(止彦)이다. 이 작품을 보면 대자연처럼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석양이 눈부시게 비치고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 산이 붉은 저녁놀을 띠고서 강물 깊이에 잠겨 있다. 한 줄기 대나무 낚싯대를 둘러메고 작은 배에 올라앉아 낚시를 즐기려니, 하늘의 제왕이 한가로이 자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친구 삼아 즐기라고 달까지 보내주는구나 하는 시조로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된 물아일체의 풍경이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 현대시조

석류 4
- 김종목

잘 익은 가을이 알알이 박혀 있다
바람이 지나는 아슬아슬한 길목에서
순식간 팍-! 터져버린저 핏빛 수류탄

김종목(金鍾穆1938~)은 197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시인이다. 이 시조 작품은 대단히 감각적이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을 잘 익은 가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티 없이 맑은 가을바람이 지나는 골목길에 석류나무가 여름에 익혀놓은 석류를 매달고 있다가 익고 또 익어 어느 순간에 ‘팍’하고 터져버렸다. 마치 핏빛 수류탄이 터진 것 같다. 가을날 벙근 석류 알을 수류탄에 비유한 점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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