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㉗] ‘추강에 밤이 드니’와 ‘남도창’
[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㉗] ‘추강에 밤이 드니’와 ‘남도창’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3.02.18 0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추강에 밤이 드니
- 월산대군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無心)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월산대군(月山大君,1454년~1488년)은 조선 전기의 왕족, 시인이다. 이 작품은 낭만적  전원적 탈속적인 서정이 나타난 강호 한정가이다. 가을 강의 밤경치와 달빛 아래 낚시를 드리우고 무엇을 잡겠다는 욕심도 없이 낚시질하는 모습이 사뭇 무심하고 한가롭다. 차가운 가을밤 고기는 물지 않아 고깃배는 고기 대신 달빛만 빈 배에 가득 싣고 돌아온다. 쓸쓸한 달빛만 가득 실은 빈 배의 적막함이 가을의 허전함으로 그려낸 시조이다. 세속의 욕망을 초월한 시인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 현대시조

남도창
-이상범

소리를 짊어지고 
누가 영(嶺)을 넘는가
이쯤해 혼을 축일 
주막집도 있을 법한데
목이 쉰 눈보라 소리에 
산 같은 한을 옮긴다.

이상범(李相範, 1935〜)은 1963년 시조문학, 196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한국시조시인협회장을 지냈다. 이 작품은 창(唱)을 하려고 득음의 경지로 가는 고난을 표현하고 있다. 그 득음의 경지로 가려면‘영(嶺)’을 넘어야 한다. 그 높은 고개를 넘으려고 소리(목청)를 짊어지고 소리꾼의 길을 가고 있다. 가노라면 시린 마음 풀어줄 주막집이라도 있으면 싶은데 없다. 득음 경지는 저만치 멀리 있다. 그래도 득음하기 위해 고래고래 소리지르다 보니 ‘목이 쉰 눈보라 소리’로 크나큰 ‘산 같은 한’을 옮기고 있다. 여기가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이다. 한(恨)을 눈보라 소리로 환치하여 표현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