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길 아중동총연 초대회장, "쿠웨이트 발전사 함께했어요"
박정길 아중동총연 초대회장, "쿠웨이트 발전사 함께했어요"
  • 무스카트= 이종환 기자
  • 승인 2023.02.19 0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76년 쿠웨이트에 주재원으로 파견돼… 한인회장, 연합회장으로 10여 년 봉사
박정길 초대 아중동한인회총연합회장

(무스카트=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담맘 해변에 성게가 많아요. 검은색 성게인데, 바닷새들이 성게를 쪼아먹어요.”

오인환 전 사우디 동부한인회장이 현지 페르시아만의 성게 얘기를 꺼냈다. 성게가 화제로 오른 것은 오만의 김점배 회장 댁에서 점심으로 성게비빔밥을 내놓은 게 계기였다.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 총회에 참석한 각 지역 회장들은 대회 사흘째인 2월 18일 팀을 갈라 오만 무스카트 시내관광과 연합회장배 골프대회에 각기 나섰다.

시내관광팀은 약 40명. 이들은 대형버스로 그랜드모스크와 오페라하우스를 돌고 오후에는 재래시장과 왕궁 등을 돌았다. 도중의 점심 식사를 김점배 회장댁에서 들었다.

40명의 점심 메뉴는 성게비빔밥과 멍게비빔밥이었다. 비빔밥은 배추김치 갓김치 곶감절임 냉이국 각종 나물 등과 함께 제공됐다. 별식으로 나중에 비빔국수도 제공됐다.

이 점심 테이블에 쿠웨이트의 박정길, 사우디 담담의 오인환, 카타르의 이말재, 이란의 송종갑 한인회장이 함께 했다.

이들 나라는 공교롭게도 페르시아만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 걸프 국가들. 이 바람에 바다 생선들도 비슷한 종류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성게와 멍게, 홍어, 전복, 새우, 큰조개, 낙지, 심지어 갈치까지 현지에서 경험한 얘기들이 오갔다. 페르시아만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이들 생선에 대해 각자 다양한 추억들도 소개됐다. 쿠웨이트 현대 발전 역사를 함께한 셈이다.

테이블에서는 1976년부터 쿠웨이트에 거주한 박정길 전 쿠웨이트한인회장이 중동에서의 생활이 가장 길었다. 올해가 47년째였다.

“지난해 9월 한국에 들어갔어요. 가을꽃을 보고, 갑자기 한국의 봄꽃을 본지가 너무 오래됐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봄에 이렇다 할 행사들이 없다 보니 2~3월에 한국 들어가 본 기억이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봄꽃을 보러 들어가려고 오는 2월 26일 자 인천공항행 표를 끊어놨어요.”

박정길 회장은 지난해 9월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한국에 갔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집도 코로나가 곧 끝나겠지 하면서 그대로 비워놓고 있었다고 한다.

박 회장은 1976년 수출진흥공사 주재원으로 쿠웨이트 땅을 밟았다. 수출진흥공사는 코트라의 자회사로, 당시 코트라는 시장정보 수집, 수출진흥공사는 수출대행이었다.

“처음에는 인삼을 맡아 시장 개척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무척 어려웠어요. 1만불 오더를 받아내는 것이 무척 힘들었어요. 그 후 한국 원단으로 아이템을 바꿨는데, 원단은 쉽게 시장을 뚫었어요.”

그는 주재원으로 파견된 3년 동안 한국의 의류용 원단은 많이 팔았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가서 의무근무 2년을 더 마쳤을 때 중동에서 사업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연락이 왔어요. 이라크-이란 전쟁이 시작됐을 무렵으로, 이라크 바이어와 거래해 보자는 얘기였어요. 그래서 독립해서 이라크를 오가며 현지 원단 시장을 개척했어요.”

그는 한국 원단을 들고 이라크 북쪽 끝에 있는 도시까지 찾아다녔다. 거기서 바이어를 만나 LC 개설 방법까지 가르치면서 한국산 원단을 밀어 넣었다는 것이다.

“3년간 정도 잘했는데 더 이상 이라크를 오가기가 힘들어졌어요. 전쟁이 격화되다 보니 검문도 심하고 위험도 커졌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그 시장을 접었습니다.”

그는 그때부터 고철 사업을 시작했다. 쿠웨이트에서 고철을 수집해 처음에는 일본으로 보냈다. 이어 한국의 동국제강으로 오래 보냈다.

“쿠웨이트에서 수집된 물량은 한 달에 3천t으로, 동국제강에 들어가면 한 시간 일감밖에 되지 않았어요. 쿠웨이트에서 수집되는 물량이 제한적이어서 결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지의 소규모 공장을 찾아 수출선을 옮겨야 했어요.”

그는 지금도 직접 인도로 쿠웨이트산 고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고철을 하면서 타이어의 폐튜브도 수집해 한국으로 보냈어요. 하지만 파키스탄으로 폐튜브를 수출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경쟁력이 떨어졌어요.”

박 회장은 쿠웨이트에서 자동차 폐밧데리도 수집해 재가공용으로 한국으로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비즈니스는 환경보호 규정이 강화되면서 수출입 규제들에 묶여 중단됐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쿠웨이트에서 고철 외에도 또 한 아이템을 하고 있어요. 이것은 비밀입니다. 잘 되고 있어요.” 박 회장은 비즈니스는 시절이 바뀌면서 아이템도 바뀐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쿠웨이트 한인회장으로 9년을 지냈다. 당시 한인회장 임기가 1년이었는데 9년을 연임한 것이다.

“그 후 선언을 했어요. 후임자가 안 나서더라도 더 이상 안 하겠다. 알아서 하라고 주변에 폭탄선언을 했어요.”

그래서 비상이 걸린 끝에 심현섭 회장이 후임 한인회장을 맡아 6년을 봉사하고, 그후 현봉철 회장, 지금의 정성희 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 회장은 민주평통 16기, 17기 중동협의회장으로 봉사하기도 했다.

“2008년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를 결성해 초대회장을 맡았어요. 그 후 아프리카 가나의 고 임도재 회장에게 바통을 넘겼고, 지금 오만의 김점배 회장이 잘 이끌고 있어 정말 마음 든든해요.”

박정길 회장은 2월16일부터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린 2023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 및 한상연합회 합동총회에 참여했다. 그는 행사 말미의 사막투어까지 함께하고 21일 쿠웨이트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 후 그는 곧바로 한국을 찾는다. 모국에 피는 봄꽃을 보기 위해서다. 이 일을 유일한 목적으로 해서 2월 26일 서울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는 귀국해서는 봄꽃이 흐드러질 때까지 모국의 봄꽃을 기억에 담아갈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