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한국 전통예술을 엿보다
[해외기고] 한국 전통예술을 엿보다
  • 황현숙(칼럼니스트, 호주 퀸즐랜드)
  • 승인 2023.02.24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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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간의 날씨는 여름 햇살의 뜨거운 맛을 톡톡히 보여주려는 듯 지글거리며 땅 위에 쏟아져 내렸다. 호주 전체가 여름이 되면 산불이나 홍수로 한바탕 여름 치레를 하게 된다. 북반구의 한국에는 이례적으로 눈이 몇십 센티나 쌓였다는 으스스한 기후 소식을 전하며 어깨를 움츠리게 만든다. 10시간 정도 하늘을 날아가면 온전히 다른 두 개의 세계가 이 지구상에 평행선을 이루며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도 선조들의 예전 삶이 아직도 살아 숨 쉬며 현대인의 마음과 눈을 매료시킨다. 유난히 뜨거웠던 날 중의 하루, 한국전통 민화 자선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로열 브리즈번 병원(Royal Brisbane Women’s Hospital)에 다녀왔다. 이번 자선 전시회는 한국 전통예술 문화를 호주사회에 알리며 브리즈번에서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는 민화 작가 남수진 씨의 개인전이다.

전시회는(1월 30일~3월 31일) 로열병원 자선단체를 후원하는 특별 이벤트로 진행된다고 한다. 병원 그라운드 층의 복도를 따라서 벽에 걸린 다양한 작품들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민화라고 하면 개구쟁이 같은 익살스러운 미소를 짓는 사팔뜨기 호랑이와 나무 위에 걸터앉은 까치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한국적인 특색이 잘 드러나는 까치 호랑이 그림에서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길상의 상징이고 호랑이는 액을 막아주는 벽사의 상징이다. 조선 시대에 그려진 민화는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는 풍자를 동물을 통해서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민화 속의 호랑이는 산중의 왕인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해학적이며 백성들과 더불어 희로애락을 나누는 지도자를 상징한다. 이 같은 민화는 오래전부터 그려온 미술이며 조선 시대에 서민 계층에서 주로 그렸던 실생활을 나타낸 민간예술로 잘 알려져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까치와 호랑이 그림을 무척 좋아한다. 몇 년 전에 잠시 민화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완성된 작은 작품을 가보처럼 아직도 잘 보관하고 있다.

특히 민화 속에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풍습, 민간신앙 같은 민중 문화의 내용이 담겨 있어서 그 시대의 상징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민화는 병풍, 족자, 장롱 등에 전통 채색으로 그림을 그려서 집안의 장식품으로 널리 사용되기도 했으며, 실생활을 그림으로 나타내서 한국인의 정서가 짙게 배어난다. 그리고 민화는 소박한 형태로 해학 미와 화려한 색채감이 돋보여서 동양화와는 또 다른 세련된 한국적인 미를 보여준다.

궁금증을 담아서 남수진 작가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다. 대학에서 서양화(유화)를 전공했던 그녀는 15년 전쯤 민화의 멋에 빠져들어서 전공을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를 병원 자선단체와 협업하게 된 계기는 지난 몇 년간 주변의 지인들이 항암치료를 받는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결국, 자신이 환자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림을 통해서 봉사하는 길이 있음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로열병원 자선단체의 협조를 받아 작품 전시를 위한 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을 당연한 듯 실천하는 그 마음이 민화 속의 향기 없는 꽃처럼 조용히 피어날 것처럼 보인다. 호주사회에서 한국 전통예술의 멋을 현지인들과 함께 공유하며 사회적인 나눔을 실천한다는 사실이 흐뭇하기만 하다.

남 작가는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소품으로는 주로 연꽃, 모란 같은 식물류와 새, 나비 그리고 용, 봉황을 그렸다. 민화 자체가 부귀영화, 다산, 장수 또한 행복한 결혼생활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좋은 의미로 집안을 장식할 수 있다. 전통 혼례를 올릴 때 기러기 조각상을 혼례 상에 올리는 이유도 부부간의 오랜 금실을 표하는 상징물이다. 옛 선조들의 운치 있는 예술적 감각을 현대사회에서 되살려내는 일은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는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남 작가는 한국 전통민화를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스스로 맡아서 제자 양성과 호주사회에 한국 예술을 알리고 있다. 현재 브리즈번에서 민화를 배우는 학생 수도 점차 늘어나서 지난 2월 초에는 마운트 쿠사에서 제자들의 전시회가 성황리에 열리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자주 전시회를 열어서 바쁜 활동을 하게 될 것 같다며 기대에 찬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끝나서 작품의 가치가 환우들을 위한 소중한 기금으로 쓰이기를 기대해본다.

황현숙(칼럼니스트, 호주 퀸즐랜드)
황현숙(칼럼니스트, 호주 퀸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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