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정신과 의사, 이원택의 미-한 영어사전
[Essay Garden] 정신과 의사, 이원택의 미-한 영어사전
  • 최미자 재미수필가
  • 승인 2023.03.02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신과 의사로 은퇴하여 지금은 글쓰기에만 전념하고 있는 분이 펴낸 영어사전(1236쪽)을 뜻밖에 우편으로 받았다. 쉽게 영어를 배울 수 있게 고안이 된 놀라운 사전이다. 축의금을 보내려고 전화를 드렸더니, 개정판 대형사전을 금년 봄에 출판하려 하니 그 책이나 한 권 사달란다. 물론이다. 너무나 자랑스러워 미리 예약금을 보내야겠다. 수년 전 수필가 모임에서 종종, 또 그분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을 때 만나고는 뵙지를 못했다. 한때 <요지경> 책으로 여성들로부터 좀 구설수에 올랐던 기억이 난다.

최근 나는 요지경 책을 다시 읽었다. 작가의 세월만큼 보는 눈이 너그러워져서인지 지난번 읽을 때처럼 나의 얼굴이 당황스러워 붉으락 하지는 않았다. 유머스럽고 능청스럽게, 노골적이고 솔직한 저자의 다양한 어휘들에 나는 킥킥거리기도, 하하 큰소리로 웃기도 했다. 밤늦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로 그의 저서들에 흠뻑 빠져 버렸다. 박식한 그의 견해들은 나의 오래된 기억들을 꺼내주기도 하고 배움을 주기도 했다. <분광경>과 <메타 라이팅>은 붉은 색연필로 줄을 그어가면서 정독했다.

이원택 의사가 펴낸 책들

만화경(2007년) 요지경(2008년) 무아경(2009년) 혼미경(2011년) 신비경(2013년) 분광경(2018년). 안경 너머로 세상을 엿보는 작가의 유머스럽고 코믹한 6권의 경시리즈이다. 충남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출간한 <메타 라이팅>은 63권의 참고 서적을 뒤 부록에 실어 놓아 논문 수준의 걸작임을 알 수 있다.

다음은 2021년에 출간된 미-한 영어 사전 뒤쪽에 실린 글이다. “영어가 뭐길래… 뿌리째 뽑을 수도 없고 한번 흔들어 볼까나! 알려면 배울 수밖에 없다. 영어를 좀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편자(이원택)는 수필가의 손으로 말을 그리고, 시인의 마음으로 말을 삭히고, 평론가의 눈으로 말을 저울질하고, 번역가의 발로는 말을 공굴림하고, 의사의 머리로는 말을 가려낼 수 있도록 그동안 내공을 쌓아 왔노라”라고 편찬의 동기를 첨부해두었다. 한국에서 27년 미국에서 46년을 살아온 재미동포의 애국심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특히 저자는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이 사전을 헌정하고 싶어 수년을 걸려 만들었다 한다. 사전의 단어들은 등급을 매겨 놓았다. 예를 들면 ‘수’는 한국어로 대체할 수 없기에 꼭 영어로 써야 할 말이다. 마지막 등급인 ‘가’는 영어로 쓰지 말아야 할 말이다. 나도 하루에 열 개씩 공부해 볼까. 해외동포의 가정마다, 대한민국의 한 가정에 한 권쯤은 가족이 함께 보는 사전으로 나는 간곡히 추천하고 싶다.

그는 개성이 뚜렷한 천재 예술가이며, 인간의 혼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이다. 어릴 적 초등학교 5학년 때 교육자인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이사를 왔다. 경복중고등 학교를 마치고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 와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정말 힘들고 가난했던 그 시절의 우리 이야기가 재미나는 어휘로 저서마다 실감 나게 적혀있었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를 남겨두고 유학길에 올랐지만, 고국에 남은 어머니(현재 97세)와 동생들을 걱정하는 장남이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사나이이다.

어릴 적 꿈이 소설가였다는 이원택 박사는 경복중학교 2학년 때 교내 백일장에서 ‘가을이 주는 것’이라는 제목의 시로 입선이 되며 일찍이 문학에 두각을 보였다. 당시의 시를 읽어보면 요즈음 말로 애늙은이 같다. 미래의 가을 인생, 어린 이원택이 바라보는 문학적 영감은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한때는 행복한 결혼도 해보았지만 끝까지 가지 못한 답답한 그의 인생사. 때론 그의 저서들을 통해 눈물겨운 글들을 읽으며 곁에서 따뜻한 친구가 될 수 없어 난 문우로 조금 서글프다.

'메타 라이팅' 출판 기념회
'메타 라이팅' 출판 기념회.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이원택 박사.

경복의 40회 자랑스러운 동창들과 친구를 사랑하는 우정의 불길도 활활 타고 있다. 그래서 오랜 세월 해외에서 살아가는 그가 더 외로워서 낭만적인 사랑 타령만 하는 것일까. 지금도 끊지 못하는 담배를 입에 물고 고뇌를 하면서 스스로 컴맹타령 하는 작가, 이원택 박사. 나도 그랬듯이 책을 편집할 때까지 태평양 너머에서 일일이 감수해야 하니 매우 머리 아픈 작업이었다. 타자를 치는 일도 비서가 해야 한다니 비서가 아프면 또 날짜가 지연된단다. 우리의 인생사가 그렇다. 그래도 그의 유별난 즐거운 글쓰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의 늦가을 여생에 신의 축복이 내리시기를.

필자소개
미주 한인언론 칼럼니스트로 활동
방일영문화재단 지원금 대상자(2013년) 선정돼
세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발행
네번째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Ⅱ>(2022) 발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