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미국의 장례문화
[김재동칼럼] 미국의 장례문화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3.03.27 08: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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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카톡으로, 한 통의 부고장이 날아왔다. 1987년 유타 동양선교교회를 개척해 담임목사로 사역했던, 손주영 목사의 부고였다. 2006년 텍사스로 옮겨가, 어스틴 동양선교교회를 개척하고 봉사하다, 은퇴 후,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고향 같은 유타에 묻히고 싶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유타에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뷰잉(viewing)은 2월 17일 오후 6시, 장례식은 2월 18일 오후 2시라고 적혀 있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기 전까지만 해도 부고를 신문을 통해 접했다. 미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먼저 지역 일간지(종이신문) 부고(Obituary)란에 광고를 낸다. 부고 내용에는 고인의 출생과 사망 날짜를 적고, 고인의 어린 시절부터 죽기 전까지의 활동상황과 업적, 가족관계 등을 싣는다.

이것만으로도 한국과 미국의 장례문화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그것과 가장 다른 점은, 뷰잉이라 할 수 있다. 뷰잉은 말 그대로 고인을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본다는 뜻이다. 굳이 뷰잉과 비교할 만한 한국의 장례절차를 찾는다면, 죽은 사람의 몸을 씻긴 후 수의를 입히고 염포로 묶는 과정, 즉 염습(殮襲)과 가장 가깝다 할 수 있겠다. 이때 가족들만 이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장의사에 맡겨진다. 그곳에서는 우선 고인의 몸을 깨끗하게 닦고 방부처리를 한다. 마지막으로 가족과 친척 지인들에게 얼굴을 보이는 뷰잉을 해야 하니, 화사하게 화장(化粧)을 해준다. 한국에서는 보통 수의를 입히지만, 미국에서는 고인이 평소 즐겨 입었거나 아끼던 옷을 입힌다. 미국의 장례문화에서 장의사의 역할은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꽃으로 장식한 관 뚜껑을 상반신 쪽만 열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게 한다. 불의의 사고로 시신이 훼손된 경우에는 관 뚜껑을 덮은 채 뷰잉 순서를 진행하기도 한다. 화장(火葬)한 경우에는 항아리만 장례식장에 두고, 뷰잉 대신 고인의 발자취가 서린 사진과 출판물, 고인을 추억할만한 물건들을 따로 모아 조문객들에게 둘러보게 하기도 한다. 특히 가족들이 고인을 추억하며, 일화 등을 추도사(Eulogy)를 통해 조문객들과 함께 나눈다.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한편 미국에서는 기독교 문화의 영향으로 매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들어 화장(火葬)이 늘고 있다. 1990년대에 비해 배 이상 늘어 전통적 매장 방식을 넘어서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이 없지 않겠지만, 2020년 화장의 비율이 56%로 매장을 뛰어넘었다. 예전과 달리 한국에서도 화장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언론매체를 통해 접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대부분 병원에서 장례식을 치르지만, 미국에서는 병원에서 장례를 치를 수 없다.

화장(火葬)은 민주당 지지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으며, 겨울이 길고 강추위에 노출된 주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메인주, 워싱턴주, 오레곤주, 네바다주 등에서의 화장률은 80% 정도로 알려져 있다. 특정 종교 비중이 높은 유타주나 남부의 일부 주들에서는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미국의 장례문화는 다양하다.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공존하는 나라인 만큼 장례절차나 관행도 다채롭다. 장례식을 통해 고인의 삶을 돌아보고 죽은 이와의 추억을 되새기는 기회로 삼는다. 특히 고인의 종교와 가족의 특성을 고려해 장례절차를 진행한다. 그러나 미국의 일반적인 장례식은 교회나 성당에서 가지게 되며, 대부분 묘지 관리사무소에 딸린 채플(Chapel)에서 진행한다.

내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문화적 충격을 느낀 것은, 동네 한가운데 묘지가 있다는 점이었다. 잔디가 곱게 정돈된 아름다운 공원 같은 곳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공원묘지였다. 한국의 묘지처럼 봉분이 없고, 예전처럼 세우는 비석이 아니라, 동판을 눕혀놓아 공원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한국에서는 공원묘지가 들어선다든지 화장터가 생긴다고 하면 지역 주민이 들고일어나 반대 시위를 한다. 그러나 미국은 거주지역마다 곳곳에 공원묘지가 있다.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동네에 공원묘지나 화장터가 들어선다고 해서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하지 않는다.

미국 장례문화의 하이라이트는 방명록을 작성하고 유가족들과 일일이 포옹과 악수로 그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것에 있다. 우리가 세상에 나오는 것도, 죽음을 맞이하여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도, 우리의 의지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지인들의 부고를 자주 접하고 있다. 그만큼 내 나이가 들어간다는 뜻이며, 이민 1세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난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길지 않을 수 있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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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환 2023-03-28 11:15:31
그렇습니다. 각국에 나라 마다에
장례 문화나 풍습이 많이 다른가 봅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숙연할수 밖에 없는거 같습니다.

60세를 넘기는 나이
예전 같으면 장수한 나이 였는데

100세 시대에 도래하다 보니
시골동네 가보면
60대는 젊은 청년이라
얼굴 보기가 어렵더군요ㅎㅎ

나름대로 반평생 이상을 살아가면서
먼 여행길 떠나갈 준비없이 살아왔는데.....

먼나먼 여행길 준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김재동님의 글에
고마운 마음 전하며................

항상 가족과 함께
건강한 기쁨으로 행복 가득한
날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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