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동포청 위치 설문조사는 ‘정부 압박용?’
[수첩] 동포청 위치 설문조사는 ‘정부 압박용?’
  • 이석호 월드코리안신문 편집국장
  • 승인 2023.03.31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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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재단이 설문조사에 이어 매체에 기고도
“외교부 압박은 신중하지 못한 일” 지적도

-월드코리안신문은 재외동포청 서울 유치에 반대하는가?
“아니다.”

-그런데 왜 재외동포재단 설문조사에 부정적인가?
“유럽총연에서 성명을 발표해서 기사를 올렸다. 그런데 재외동포재단은 왜 민감한 시기에 서울시 지지결과가 나오는 설문조사를 했나?”

-“인천시에서 재외동포청 유치를 위해 너무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듯해서, 재외동포들의 뜻을 모으고자 했다.”

재외동포재단 관계자와 이런 내용의 문답을 주고받은 것은 유럽한인총연합회(회장 유제헌)의 재외동포재단 설문조사 반박 성명 기사가 나간 뒤였다. 유럽총연은 지난 3월 23일 ‘재외동포청 유치 선호도시 관련 여론조사 문제점 많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재외동포재단이 ‘재외동포단체 70%, 재외동포청 서울에 유치하기를 희망’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재외동포재단은 지난 3월 중순 재외동포단체장들을 대상으로 급히 여론조사를 했다. 설문에 답한 사람은 2,467명이었다. 그 가운데 70%(1,736명)는 재외동포청이 서울에 설립되길 바란다고 답했고, 14%(356명)는 인천, 10%(236명)는 경기라고 답했다. 기타는 6%였다.

재외동포재단이 지난 3월 중순 실시한 설문조사

이에 유럽총연이 반박 성명을 냈다. 성명서는 “재외동포재단이 세계한인회장대회 운영위원 20여 명에게 전권을 주어 인원수만을 보고하라는 형식으로 설문을 했다”고 지적했다. 유럽총연은 재외동포재단이 보낸 “여러분들 단체에 속한 회원들에게 최대한 많이 전달해 많은 분이 응답해 주시기 바란다”(3월 18일), “한인회장대회 운영위원이신 회장님이 대표하는 단체 카카오톡 단체방(혹은 여타 SNS)을 활용해, 소속 회원들에게 직접 여론조사를 해 달라”(3월 30일)라고 SNS를 통해 보낸 요청사항도 캡쳐해 보내왔다. 이 내용의 기사를 두고 재외동포재단 관계자와의 문답이 이뤄진 것이다.

월드코리안신문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동포청 설립, 의의와 과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앞서 해외동포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당시 설문에는 490명이 응답했다.

당시 설문에는 “동포청이 설립된다면 어느 지역에 위치하는 게 좋겠느냐”는 문항도 들어있다. 그러면서 제주도, 세종시, 수도권, 어디라도 좋다는 4개의 선택지를 제공했다. 결과는 제주도(19명, 3.9%), 세종시(69명, 14.1%), 수도권(276명, 56.4%), 어디라도 좋다(139명, 28.4%)였다.

월드코리안신문이 지난해 9월 실시한 설문조사

하지만 재외동포재단은 설문 선택지를 서울, 인천, 경기 등으로 세분화했다. 이렇게 해서 사실상 서울을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그러자 인천시와 MOU를 맺고 재외동포청의 인천 유치를 지지하는 유럽총연은 설문에 참여하지 않고, 재외동포재단 설문결과에 반박 성명까지 냈다.

재외동포재단이 설문결과를 발표할 무렵 아시아총연이 서울 유치 지지 성명을 냈다. 또 미국의 현직한인회장단모임도 찬성자의 이름만 표기해 서울유치 지지 성명을 냈다. 동포사회가 서울지지, 인천지지 등으로 갈라진 것이다. 동포청이 과천이나 김포, 고양에 위치할 수도 있지만, 이곳에 대한 지지성명을 낸 곳은 없었다.

과연 재외동포재단은 왜 민감한 시기에 동포청 위치 설문을 했을까? 순수한 의도일까? 아니면 또 다른 함의가 있을까?

이번주 서울에서 열린 재외공관장회의에서도 재외동포청이 화제가 됐다. 동포청장 후보가 누구인지 공식 질의도 나왔다. 이 회의에 참여한 한 공관장은 “외교부도 재외동포청 소재지를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재외동포재단이 서둘러 설문조사를 해서 외교부를 압박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일”이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외동포재단의 한 관계자는 또 국내 동포매체에 기고를 했다. 그는 “재외동포재단 26년 역사를 마무리하고, 6월 5일 동포청 출범을 앞두고 재외동포들의 시선이 ‘동포청이 어디로 가느냐?’로 모이고 있다”면서, “재외동포청 청사가 어디로 가느냐? 제주도냐, 대전이냐, 인천이냐, 서울이냐?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많은 질문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시원한 답변을 할 수가 없다. 동포청을 어디에 둘 것이냐 하는 것은 현재 몸 담고 있는 동포재단의 업무영역에서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치권이 동포청 소재지를 결정할 때도 재외동포들의 여론을 가장 중시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재외동포재단이 서둘러 실시한 설문결과에 따르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재외동포재단이이처럼 발벗고 나서야 할 일일까? 의문만 커질 뿐이다.

이석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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