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㉛] ‘탄로가’와 ‘잠’
[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㉛] ‘탄로가’와 ‘잠’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3.04.14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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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탄로가
- 우탁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떠니
백발이 제 몬져 알고 즈럼길로 오더라

우탁(1263~1342)은 고려 후기 영해사록, 감찰규정, 성균좨주 등을 역임한 문신이며 학자로 세상에서 ‘역동선생(易東先生)’이라 일컬었고 시호는 문희(文僖)다. 위 작품은 백발과 늙음을 사람 힘으로는 막으려는 생각을 막대와 가시, 늙는 길과 백발을 적절히 대조시켜 표현하고 있다. 인간이나 만상이 태어나 늙는 것은 하늘의 이치이고 섭리요 자연의 법칙인데 이를 거스르고 싶은 마음이 이 작품 속엔 스멀스멀 숨어 있다. 시인이 자연 이치에 저항하려는 해학적인 표현을 통해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늙는 것에 대한 아쉬운 감정을 소박하게 보여주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백발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무상한 인생에 대해 달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참신하고 감각적인 표현미가 돋보인다.

* 현대시조


- 유자효

밤에는 깨어 있고 낮에는 졸고 있고
깜빡깜빡 자주 잊고 기억할 일 줄어들고
아픈 곳 늘어만 가는 힘든 시간 동짓달

유자효(柳子孝, 1947~)는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한국시인협회장이다. 1968년에 신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입선, 한국불교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72년 시조문학에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나이 들면 밤에는 깨어 있고 낮에는 졸고 있고 깜빡깜빡 자주 잊고 기억할 일도 줄어들기 시작한다. 누구나 예외가 없을 터이니 서로를 어여삐 바라보며 살 일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연민의 정이 뭉클거리며 일어나고, 더 많이 사랑해야지 더 많이 위해 주어야지 하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누구든지 세월이 흐르면 아픈 곳이 늘어만 가는 힘든 시간인 동짓달 같은 날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백번 맞다. 이런 인간사를 평이(平易)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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