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저출산과 인구절벽
[김재동칼럼] 저출산과 인구절벽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3.04.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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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이미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 시대가 시작되었다. 중국과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저출산이 서서히 진행되는 주와 확연히 수치로 나타나는 주가 늘고 있다. 그중 유타주는 종교적 영향으로 2015년까지 미국 내 출산율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며칠 전 라디오에서 유타주의 인구 동향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유타주는 경제호황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있어 타 주와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몇 년 동안 인구 유입이 급속도로 늘고, 주 전체 인구수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구 증가 현상은 외부 유입인구 때문이지, 출산율 증가가 아니다. 오히려 출산율로 인한 인구 증가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워낙 고 출산 지역이기 때문에 아직 까지는, 미 전국 평균(1.64명)을 웃돌고 있지만, 저출산 추세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1973년부터 산아제한을 권고하기 시작했다. 산아제한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것은, 계획생육정책(计划生育政策)이라 하여 1978년부터 2013년까지 지속했다. 1982년 ‘1가구 1자녀’ 정책을 법제화하여 인구 증가를 통제했다. ‘한 자녀 정책’이라고도 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인구조절정책이었다. 한국에서 1970년대부터 실시한 ‘가족계획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초기에는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었지만, 나중에는 악재가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부부가 모두 외동이면 둘을 낳을 수 있도록 허용했고, 2013년부터는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외동이면 둘을 낳을 수 있게 허용하면서 한 자녀 정책은 사실상 폐지된다. 그리고 3년 뒤인 2016년에는 2자녀까지, 8년 뒤인 2021년에는 공식적으로 3자녀를 낳을 수 있게 하고 초과 출산 시 벌금도 폐지했으며, 중앙정부와 각 지방정부에서 출산축하금 및 양육보조제도, 다자녀자 세제 혜택 등을 도입하여, 출산장려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중국도 사실상 인구절벽 시대가 시작되었고, 인구수 세계 1위 국가 자리를 인도에 내주기도 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인구절벽이란 말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구절벽 시대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나라는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요즘 한국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결혼과 출산이란 무엇일까? 부모가 생각하는 그것과 당사자들 입장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한국경제가 수출 붐을 타고, 국민 삶의 질이 점차 나아지기 시작한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산층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1997년 말에 시작하여 2001년 8월까지 약 4년간 IMF 외환위기가 지속되었다. 이후 경제 호황기가 10여 년간 이어졌으나, 2013년 이후 중산층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중산층의 사전적 의미는 소득수준이 중간이란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중산층은 언제나, 어느 시대나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중산층이란 자기 소유의 집에서 그럴듯한 자가용을 굴리고, 자녀 교육비에 큰 부담을 갖지 않으며,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노후를 맞이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23년 현재 과연 당신은 그런 중산층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상태를 얼마 동안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60~70년대는 물론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부잣집 자녀가 아닌 이상 결혼하면 사글세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젊은이들이 많았다. 집안 형편이 비교적 나아, 전세를 얻어 신접살림을 내주는 부모를 둔 신혼부부들은, 그나마 시작이 좋은 편이었다. 힘들지만 살림이 느는 재미로 열심히 일했다. 사글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동안 식구도 늘었다. “아이들은 제 먹을 것은 가지고 나온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 당시 출산은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가족계획정책’으로 산아제한을 장려해 인구를 정책적으로 조절했다.

2013년 이후 점차 적으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로 나뉘게 되었고, 부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소득의 불균형으로 인한 양극화 현상은 빠르게 진행되었으며, 코비드 19를 거치면서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 한국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중산층은 거의 없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최근 이런 부의 양극화로 인해 한국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기 앞가림도 힘겨운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은 엄두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결혼 이후 부부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자녀교육에 드는 비용도 그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한다. 특히 육아는 그들이 결혼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부부가 번갈아 가며 쓸 수 있는 임신 중 육아 휴직제도 그림의 떡이라는 볼멘소리가, 임신 중인 직장 여성들에게서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민정책이 바뀌었다. 정당의 색깔에 따라 이민정책이 느슨해지기도 하고, 트럼프처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정치구호(catchphrase)를 내세우며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함과 동시에, 이민정책을 조이고 있다. 심지어 멕시코 국경에 천문학적인 세금을 들여 철의 장벽을 세웠다. 중남미 국가의 불법 이민을 사전에 봉쇄하는 자구책이라지만, 그 허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도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 시대를 결국 맞이할 것이다. 언젠가는 이민 자유화를 내걸고 이민자 유치에 국운을 걸 날이 분명히 온다는 뜻이다. 앞으로는 이민정책의 기준이나 이민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에 따라, 각국의 인구 증가와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는 출산을 통한 인구 증가만으로 국가 존립(存立)의 기본인, 적정한 인구수를 유지할 수 없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같은 민족’, ‘순수혈통’이란 말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어느 국가나 민족을 막론하고, 그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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