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㉝] ‘선인교 나린 물이’와 ‘기다리는 마음’
[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㉝] ‘선인교 나린 물이’와 ‘기다리는 마음’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3.05.12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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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선인교 나린 물이
- 정도전

선인교(仙人橋) 나린 물이 자하동(紫霞洞)에 흐르르니
반천년(半千年) 왕업(王業)이 물소리뿐이로다
아희야, 고국흥망(故國興亡)을 무러 무엇하리요

정도전(鄭道傳, ?~1398)은 호(號)는 삼봉(三峯)으로 태조(太祖) 이성계를 도와 조선의 개국공신이 되었고 벼슬은 삼도도통사(三道都統使)에 이르렀다. 이 시조는 고려 유신으로서 새로운 왕조를 섬겨야 하는 괴로움, 즉 두 왕조를 섬겨야 하는 지은이의 고뇌하는 심정이 잘 나타나 있는 반면에 자기 자신의 처세를 합리시키는 일면도 나타나 있다. 오백년의 긴 세월을 두고 이끌어 왔던 고려 왕업이 이제는 물소리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므로 이 시조의 종장에서 ‘옛 나라 고려의 흥망을 슬퍼 무엇 하랴, 물처럼 흥망도 새로워 가는 것이니, 저 물처럼 한 세상 살아보자’라고 노래함으로써 자기의 고뇌를 잊고 앞날을 바라보며 살려함이 잘 나타나 있다. 이 시조는 정몽주의 ‘이 몸이 죽고 죽어’에서 나타난 불굴의 인생관과는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 현대시조

기다리는 마음
- 김민정 

기다리는 꽃 소식에 마음이 온통 달아
찻잔으로 가는 손길 그도 한참 뜨겁더니
비로소 꽃 한 송이가 내안에서 벙근다

김민정(金珉廷, 1959~)은 1985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하여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장을 지냈다. 이 시조는 기다림을 표현하고 있는데 그 대상은 마음속의 추상적 존재이다. 그러나 그 대상에 대한 기다림은 붉고 뜨겁다. 뜨거운 열정으로 기다림의 간절함을 일궈내고 있다. 기다림으로 마음이 달아오르고, 찻잔으로 가는 손길마저 뜨겁다. 그런 기다림에 대한 지극한 간절함으로 비로소 꽃 한 송이를 피워낸다. 종장 ‘비로소’라는 시어가 주는 느낌은 ‘수많은 어려움을 딛고 이겨내’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작품은 성취의 환희를 노래하고 있다. 그 환희는 한 송이의 완성미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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