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㉞] ‘청춘의 곱던 양자’와 ‘오전 여덟시’
[우리 시조의 맛과 멋 ㉞] ‘청춘의 곱던 양자’와 ‘오전 여덟시’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3.05.26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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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청춘의 곱던 양자
- 강백년
 
청춘(靑春)에 곱던 양자(樣姿) 님으로야 다 늙거다
이제 님이 보면 날인 줄 알으실까
아모나 내 형용(形容) 그려다가 님의 손대 드리고저

강백년(姜栢年, 1603~1681)은 인조 효종 현종 숙종 때의 문신이다. 이 시조는 ‘젊을 떼 고왔던 모습이 임으로 하여 다 늙었다. 이제 님이 나를 보면 아실런지. 어떻든 내 이 임 그리는 모습을 그려서 임에게 드리고 싶다’는 넋두리 같은 언어로 임금을 그리는 마음을 노래하였다. 초장의 내용으로 보아 임금의 곁을 떠난 지 오래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임금님은 자기를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의 모습을 임금님께 알려야겠다고 종장을 맺고 있다. 변함없는 자기의 충성심과 애절한 연군의 정을 표현하고 있다 신하된 이는 어디에 어떻게 버려져도 끝까지 임금님에 대한 충성심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조선 시대 선비의 전형을 느끼게 한다. 연군(戀君)의 정을 진솔하게 나타낸 노래이다.
 
* 현대시조

오전 여덟시
-박연옥

비둘기 자리 뜨자 떨어진 깃털 두엇
산책 나온 고양이 살며시 밟고 간다
오소소 꽃잎 진 자리 뒷모습을 남긴 봄

박연옥(朴蓮玉 1959~)은 200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에 시조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시인으로 이 작품은 한가하고 고요한 봄날의 한적함이 느껴진다. 비둘기 구구구 햇살을 주워 먹고 떠난 자리엔 비둘기가 빠뜨리고 간 깃털이 두서너 개 있다. 이를 고양이가 와 살며시 지려 밟고 간다, 피웠던 꽃이 진 자리엔 봄의 뒷모습이 남아 있다. 꽃잎은 봄의 신령이요, 전령인데 봄을 전하고 간 그 자리엔 봄이 채 가시지 않고 남아 있다. 비둘기 고양이의 느긋한 모습을 통하여 마음의 평안(平安)을 표현하고 있다. 한편의 고운 사생화(寫生畫)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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