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한인들 "숨도 못 쉴 지경"
모스크바 한인들 "숨도 못 쉴 지경"
  • 최명철 특파원
  • 승인 2010.08.09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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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중서부 지역을 강타한 130년 만의 폭염과 이에 따른 산불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현지 거주 한국교민들도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중서부 지역에선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가마솥더위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대형 산불이 2주째 번지고 있다.

한여름의 평균 기온이 30도를 크게 웃돌지 않던 예년과 비교할 때 '재앙'에 가까운 이변이다.

폭염과 가뭄으로 발생한 산불이 마을을 덮치면서 주민들이 사망하고 주택이 소실되는 것은 물론 수확을 앞둔 밀밭 등을 태워 막대한 재산피해도 내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비상사태부 장관은 8일 현재 전국에서 800건의 화재가 진행 중이며 이들 중 상당수가 통제를 벗어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7월 말부터 시작된 화재로 지금까지 52명이 목숨을 잃었고 4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수도 모스크바도 인근 숲에서 발생한 산불로 연기가 밀려와 도시 전체가 안개에 덮인 듯 뿌옇게 변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대기 중의 유독가스 때문에 기관지 질환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주민도 늘고 있다고 언론은 전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도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지호천 모스크바 한인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연기가 심하게 몰려올 땐 거리의 시야가 100m도 안 돼 자동차 운전자들은 모두 안개등을 켜고 운전하고 있다"며 "대부분 교민이 급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일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연기까지 겹쳐 주민들이 아예 창문도 열지 못하고 지내고 있다"며 "에어컨이나 선풍기 값이 10배나 치솟았고 이마저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설령 어렵사리 에어컨을 구했다 하더라도 설치하는데만 최소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에어컨을 구입하거나 새로 설치하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에서 18년째 사는 교민 사업가 정모씨(47)는 "산불로 인한 연기 때문에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있어야 할 정도로 대기 오염이 심하다"며 "지금껏 러시아에 살면서 이런 일을 당하기는 처음"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재 모스크바에는 대사관 직원, 기업 파견원, 유학생 등을 합쳐 약 4천명의 한국 교민이 살고 있다.

이와 관련 주러 한국 대사관은 7일 고지문을 내고 "최근 러시아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및 이탄(泥炭)층 발화에 따른 화재가 발생해 모스크바를 포함한 러시아 중서부 지역이 연기에 휩싸여 있다"며 러시아를 여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한국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고지문은 이어 "7일 현재 모스크바 도심의 가시거리가 300m도 되지 않으며 대기 중 유독물질 함유량이 안전 기준치보다 최고 5배나 높아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대사관의 신성원 총영사는 "아직 교민 가운데 인명이나 재산 피해를 본 사람은 없지만 예방차원에서 고지문을 냈다"며 "현지 거주 교민이나 여행객들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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