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잘돼야 외국에 사는 우리 같은 교민들이 힘도 쓰고 자랑스럽지 않겠습니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마산도서관 2층에는 ‘김순조 문고’라는 코너가 있다. 마산시(현 창원시)가 김순조(75)씨를 위해 특별히 만든 코너. 김순조씨는 경남 마산시(현재 창원시로 통합)가 고향인 재일 교포다. 일본 오사카에서 살고 있는 그는 해마다 추석 무렵이면 고향을 꼭 찾는다. 부모님 벌초도 하고 항상 마산도서관에 책을 전달한다.
1991년부터 올해까지 20년째 찾아와 전문서적 840여권을 기증했다. 금액으로는 2,600만원 어치. 모두 새 책이다. 올해도 그는 지난달 20일 마산도서관을 찾아 ‘2011 전기 정보통신 표준품셈’ 등 153만원 상당의 전문서적 68권을 전달했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인 1954년 마산항. 김씨는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갔다.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가난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후쿠오카와 오사카를 전전하면서 폐광 주변을 농지로 만드는 등 온갖 막일을 했다. 그리고 긴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졸업 후에도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취입이 싶지 않았다. ‘일신정련공업’이라는 작은 금속·공작기계 공장을 차렸다.
“먹고 살만큼 되니까 내 나라 생각이 났어요.” 김 씨의 눈썹은 어느새 하얗게 변해 있었다. 어린이재단에 후원금을 내기도 했던 김씨는 옛날 자신이 어렵게 공부했던 생각이 나 마산도서관에 책을 기증하고 싶었다.
그는 한국으로 오기 두세 달 전에 도서관을 찾아와 미리 구입해야 할 책을 엄선한다. 구입하는 책 수준이 낮은 것 등을 가려내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대학이나 기업 도서관도 아니면서 지역에서는 전문 서적을 고르게 잘 갖춘 도서관으로 소문이 날 정도다.
권도영 마산도서관 수서정리 담당은 2일 "김 선생님이 기증한 책은 전문서적이어서 이용하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지만 관련 기업체 직원들과 전공 대학생들이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 주기를 바라고, 저도 조국에 작으나마 도움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김씨는 전달식에서 “내년에도 꼭 들러 책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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