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소년 예술 원형질(DNA)을 꽃 피워라
[칼럼] 청소년 예술 원형질(DNA)을 꽃 피워라
  • 탁계석(음악평론가, 논설주간)
  • 승인 2011.10.04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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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청소년의 탁월한 예술 원형질(DNA)이 활짝 피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경이적인 소식들을 접하면서 단군 이래 감추어졌던 우리 민족의 예술 잠재 능력이 어디까지 뻗어 갈 것인가, 설레는 마음이다.

이제 한국 음악도들의 국제 콩쿠르 입상 소식은 흔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지난해 퀸엘리자베스 작곡 부분 2연패는 전대미문의 기록에다 우승한 전민재 군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에 영광을 안았고 몇 해전 베르디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한명훈, 지난 6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성악 남녀가 공동 우승한 소프라노 서선영, 바리톤 박종민을 통해서도 우리 청소년, 청년예술이 최정상에 위치했음을 알려준다.

엊그제 다시 기쁜 소식이 전해져 왔다. 선화예고를 갓 졸업한 소프라노 박진경이 국내에서 각종 콩쿠르를 석권하드니 이태리에 도착하자마자 인정을 받아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 루제로 라이몬디 문하에 들어가 올해 스페인 발렌시아 국립오페라극장 솔리스트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활동무대를 스페인으로 옮겼다는 것. 그러니까 올해 19살의 나이에 국립오페라극장에 데뷔한 것이다. 지도를 맡았던 고윤이 선생은 “우리 청소년의 잠재력에 깜짝 놀랄 때가 너무 많다”고 했다.

이처럼 순수 우리교육에 의해 세계무대와 직결되는 수준이라면 남은 것은 청소년 문화를 홀대하거나 왜곡되게 보는 시선의 교정이다. 이미 영재원을 설립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지역도 수용해 조기교육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될 성 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보는’ 전문성은 그 고장을 빛내는 브랜드요 중앙으로의 이동을 막는 지역 중심 문화의 요체가 될 것이다.

필자 역시 거의 20년 전에 13살의 바이올리니스트 오주영군의 연주를 보고 뭔가 될 것이란 평을 쓴 적이 있는데 지난해 300대 1의 경쟁을 뚫고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입단하는 영예를 안았다. 얼마 전에도 런던필하모닉 수석에 우리 젊은 바이올리스트가 자리에 앉는 등 콧대 높은 유럽악단에 우리 포지션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대도 일선 대부분의 학교에서 정서교육은 입시교육에 밀려있다. 時數(시수)가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열의도 식었다. 지난 정부 때 방과 후 수업을 시도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상태다.

사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청소년기에 예술을 접하는 것은 일생의 정서 비타민을 축적시키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른들 보다 몇 배의 높은 흡수력을 가지고 있어 공연을 본 후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문제 어른이 있을 뿐 문제 청소년은 없다’는 말은 청소년의 무한 가능한 창조력을 보고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말한다.

지금 전 세계는 베네수엘라에서 태동한 ‘엘 시트테마’ 오케스트라 운동으로 뜨겁다. 거리에서 총을 들고 범죄를 하던 불량청소년들에게 총 대신 악기를 들게 해 인성을 바꾼 혁명적인 음악운동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학교에 악기를 사주고 오케스트라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가 100억원 예산을 들여 하는 청소년 예능 교육은 앞으로 국민 1人 1技와 함께 문화생활의 변화여서 격세지감이다. 그래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민의 교양문화를 담당하는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의 설립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문화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물이나 공기처럼 자연친화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

개그맨 이경규는 “술, 담배는 안 배워도 할 수 있지만 문화는 배워야 제 것이 된다”고 했다. 청소년음악 역시 자기 또래가 일궈낸 결실을 보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큰 감화를 받기 때문에 그 어떤 교육보다 강한 깨달음을 준다.

최근 대전 발(發) 음악뉴스 역시 교향악단, 합창단이 이미 중앙과 지역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여기에 가세해 청소년합창단까지 끼를 발산해 티켓 매진의 기록으로 전국 합창단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니 문화의 힘이 도시 브랜드에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만성적인 천수답 문화로 여겨졌던 지역이 새로운 문화 발신지가 되면 삶의 환경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따라서 청소년문화 정책이 기성세대의 왜곡된 시각이나 편향성 때문에 밀리는 현상이 없는가를 살펴야 한다. 만약에 비보이를 학교에서 가르쳤다면 오늘의 비보이가 나왔을까. ‘애들이 뭘 알아’ 하는 인식은 그야말로 케케묵은 권위의식일 뿐이다. 스마트 세상, 초단위로 변하는 상황은 청소년이 내일의 희망이 아니라 바로 오늘의 희망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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