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 ⑤] 백의민족
[아! 대한민국 ⑤] 백의민족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1.10.1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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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얼마 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동차의 색깔은 단연코 은색이더라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마이카 시대인지라 사람마다 자기가 선호하는 색깔의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흰색과 검은색까지를 합친 무채색 차량의 선호도가 압도적이었다는 것이다.

은색이 흰색의 변형에 다름 아니고 보면, 예나 이제나 흰색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심성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일찍이 육당 최남선은 그의 책 「조선상식문답」에서 “우리 민족은 옛날에 태양을 하느님으로 알고 자기네들은 이 하느님의 자손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태양의 광명을 표시하는 의미로 흰 빛을 신성하게 알아서 흰 옷을 자랑 삼아 입었다”고 했다. 가장 오래되었다는 삼국지의 위서에도 부여족은 예로부터 흰색의 의복을 숭상하여 흰 베로 만든 큰 소매 달린 도포와 바지를 즐겨 입는다고 했다. 이처럼 한국은 예로부터 백의민족이었던 것이다.

우리 민족이 흰색을 좋아하게 된 연유는 태양의 색상을 이상으로 삼은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정론이다. 태양의 성스러운 색깔인 그 흰 빛을 생활 속에 살린 것이 흰 옷, 백의라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스스로 백의민족임을 자부하는 데는 우리 민족이야말로 천손이요, 태양의 광명을 이어받고 있다는 긍지가 담겨있다.

지리산의 성모천왕도 백의를 입고 있었다고 하거니와 단군의 영정이니 초상도 한결같이 백의로 된 도포를 입고 있다.

종교 지도자들이 흰 옷을 입는 것은 흰 색깔이 고결, 순수, 성스러움을 상징하기 때문이지만, 우리 민족은 선비나 장사꾼, 나무꾼과 농부를 막론하고 모두가 흰색의 무명옷을 즐겨 입었다. 심지어 논과 밭에 서 있는 허수아비들까지도 흰 옷을 걸치고 있다. 님 웰즈의 「아리랑」에서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반짝이는 조약돌이 깔려있는 냇가에 시골 아낙네와 처녀들이 무명옷을 눈처럼 희게 빨고 손질하는 모습, 청결함을 위하여 그토록 힘든 노동을 감내하는 모습은 이상주의자와 순교자의 민족이 아니라면 힘든 일이지요”

흰 옷은 단순한 색깔의 옷이 결코 아니다. 거기에는 민족의 철학과 심성과 지향이 담겨있는 것이다. 흰 옷만 좋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은 예부터 흰색으로 된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 세종실록에는 왕이 쓰는 그릇으로 백자를 전용한다는 기록이 있다.
 
열이레 달 같은 유백색의 달 항아리가 나온 것도 우연이 아니다. 옷도 풀 먹이고 다듬이질해서 보다 그윽하고 고급스러운 흰색으로 만들어서 입었다. 흰색, 그것은 우리 민족의 정서와 마음이 담긴 색깔이다.

미술사학자 최순우(崔淳雨)는 백자 달 항아리를 놓고, 한국의 폭 넓은 흰 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어려운 부정형의 원이 그려주는 무심스러운 아름다움을 모르고서는 한국미, 한국적인 것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처럼 한국의 미(美), 한국적인 것과 흰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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